여행기

남원 뱀사골

푸른비3 2024. 11. 7. 22:26

2024. 11. 3. 일.

 

뱀사골이란 고을 이름은 호감이 가지 않지만

나의 청춘의 한 때가 서린 고을이기에 애뜻하였다.

직장 동료였던 이양과 함께 떠났던 초봄의 그 어느날.

 

빛나는 청춘이었지만 애인도 한 명 구하지 못하고

여릿여릿한 사회 초년생 두 아가씨가 당차게

새벽 열차를 타고 뱀사골로 향하였던 그 추억.

 

남원을 거쳐 시외버스를 타고 달리던 그 산골짜기로

어느새 어둠이 찾아 들었고 달궁. 인월이란 지명과 함께

둥근달이 우리를 쫒아 달려와 신비스러운 밤을 연출하였다.

 

반세기를 지나 찾아온 버스 안에서 읽은 달궁, 인월 지명이

시간을 거슬러 단숨에 나를 그 청춘의 시절로 되돌려 주었다.

마음은 여전한데 현실은 가혹하여 세월의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시암제에서 내려다 본 들판과 마을은 아스라하였고

산위까지 내려온 구름사이로 보이는 산의 능선을 부드러웠다.

많은 등산객들로 길이 좁아 간신히 주차를 하고 계곡을 따라 올랐다.

 

뱀사골 탐방 안내소에서 시작하여 계곡을 오르는 뱀사골 신선길은

물길을 따라 나무 테크가 조성되어 등산화 없이도 단풍을 즐길 수 있었다.

크고 작은 암석을 돌아 내려오는 장쾌한 물소리에 마음까지 시원해졌다.

 

계곡을 오를수록 단풍의 빛깔은 선명하고 맑았다.

물푸레나무. 느티나무. 박달나무. 상수리나무. 고로쇠나무 등

맑은 단풍들로 감탄을 쏟으며 계속 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울긋불긋 단풍속으로 계속 오르고 싶었지만 서울로 올라갈 길이

걱정되어 반도 오르지 못하고 되돌아서려니 아쉽기만 하였다.

사는 것은 늘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내려왔다.

 

친구들과 함께 한 1박 2일 짧은 일정의 여행은

오가는 길이 번거로워 힘들었지만, 지리산의 고운 단풍은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친구들과의 우정과 함께 남을 것이다.

 

 

시암제에서 내려다 본 들판과 산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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