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오는소리>.
라디오에서 흐르는 패티김의 노래를
뜻도 모르면서 따라 불렸던 어린시절부터
나는 가을이 좋았고 그 가을이 시작되는 9월이 좋았다.
유난히 더위가 극심하고 길게만 여겨졌던
이번 여름동안 나는 목덜미를 스치는 바람도
한결 산뜻하게 느껴지는 9월을 기다렸다.
처서가 지나고 나면 한결 바람이 까슬까슬해지고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서늘한 기운을 느꼈던
예년과는 달리 올 9월은 한여름보다 더 무더웠다.
특히 이번 9월에는 나의 개인전과 여행기 출판기념회를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할 예정이었기에
더욱 더위가 약해지길 조바심치며 기다렸던 것 같다.
바램과는 달리 전시회 오픈식을 하는 날,
아마도 가장 더웠던 날이었던 것 같았다.
초청하였던 손님에게도 괜스레 죄송스러웠다.
지인들이 여행기를 한 번 출판해보라는 권유를 하였지만
내 블로그에 넣어두면 누구나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데,
굳이 책을 출판하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지난 겨울 문득
나도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하나 남기고 싶다는
가당치도 않은 욕심이 생겼다.
글쓰기와 함께 그림그리기를 좋아하여
하나씩 그렸던 그림도 제법 쌓여
여행기 출판을 하면서 그림 전시도 하고 싶었다.
내가 인사동 나들이를 할 때
자주 찾아갔던 인사아트센터. 5층 경남갤러리.
그곳에서 개인전을 하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조심스럽게 경남미협에 전화하니
서류를 제출하여 통과하면 전시를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다행스럽게도 경남미협의 허락을 받았다.
(이 전시관은 경남도의 지원을 받아 대관)
막상 전시를 할 생각을 하니 그 넓은 공간에
대부분 10호 크기의 그림은 너무 초라하게 여겨졌다.
전시장을 찾아갈 때마다 마음이 오그라 들었다.
그림이란 주관적인 예술의 영역이므로
객관적인 잣대로 측정할 수 없다는
내 학창 시절 미술 선생님의 말씀이 떠 올리며 스스로 격려하였다.
'그래. 그리는 동안 즐거웠으면 좋은 그림이 아닌가?'
"부족한 그림이지만 나는 이렇게 즐기면서 그렸어요."
하고 당당하게 선보이자는 생각으로 자신을 응원하였다.
전시관과 출판사를 예약하고 나니 할일이 너무나 많았다.
우선 여행기 출판부터 먼저 하고 전시회 준비를 하기로 하였다.
블로그에 있는 글과 사진을 혼자서 편집하는 것도 힘들었다.
출판사에 메일로 보냈더니 300페이지 2권 분량이라고 하여
다시 축소 수정 작업을 하였는데, 컴퓨터에 미숙하여
사진을 첨부하면 쓰윽 다른 페이지로 달아나 버렸다.
출판사에서 견본으로 보낸 원고를 수정하는 작업도 힘들었다.
컴퓨터 화면으로 보는 글자가 눈을 아프게 하였고
3번의 수정 작업을 하고 나니 더 이상 보고 싶지도 않았다.
혼자의 힘으로 출판과 개인전 준비를 하려니 너무 벅차게 여겨졌다.
혼자서 끙끙대면 늘 신비롭게도 은인이 나타나 손을 내밀어 주었다.
이번에도 며느리와 주변의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전시기간 동안은 혹독한 더위와 추석 바로 앞의 악조건이었지만,
여러 문우와 화우, 친척. 지인. 친구들이 방문하여 주었고,
많은 화환과 화분. 꽃바구니, 격려금 등 분에 넘친 선물을 받았다.
그림을 반출하는 날이 바로 추석 전날이었지만,
여러 지인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전시회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앞으로 살아가며 그 감사함을 되갚아야 할 것이다)
추석보다 앞당겨 서울에 도착한 아들과 며느리와 손자 둘.
잠자리 불편할텐데 늘 며칠씩 묵어가는 그들도 고맙다.
올 9월은 힘들었지만 나는 여전히 9월을 사랑할 것이다.
* * *
9월이 오는 소리.-패티 김 노래.
9월이 오는 소리 다시 들으면
꽃잎이 피는 소리 꽃잎이 지는 소리
가로수에 나뭇잎은 무성해도
우리들의 마음엔 낙엽은 지고
쓸쓸한 거리를 지나노라면
어딘선가 부르는 듯 당신 생각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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