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남미 43일 배낭 여행-118. 파라치 해변

푸른비3 2024. 8. 3. 11:01

해질무렵 고즈넉해진 해변은 향수를 자아내게 하였다. 괜스레 센티해진 마음을 움켜쥐고 해변을 산책하는 중 모래 장난을 하는 어린이와 소녀에게 사진기를 갖다 대니, 소녀들은 활짝 웃으며 자기들의 묘기를 보여주었다. 다시 마음을 추스려 숙소로 돌아오니, 모두 휴식을 취하는지 조용하였다.

 

며칠 전 서로가 마음 불편하여 내가 먼저 사과하였던 언니에게, 조금 전 가게에서 사온 기념품을 슬쩍 내밀었더니 놀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조그마한 기념품이지만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하였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의 감정이란 참 사소한 것에서 서로 상처를 주고 위안을 받는다. 내가 무심코 던진 말이 언니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었다면, 마음이 담긴 조그만 선물이 또 마음을 말랑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 여행에서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 배웠다.

 

오늘은 그동안의 피로해진 몸과 마음을 쉬면서 종일 자유 일정을 보냈다.
느지막이 아침을 먹고는 어슬렁거리며 속소 앞 해변으로 나가 보았다.
주말을 맞이한 관광객들이 벌써 맥주를 마시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들의 라틴음악이 퍽 흥겨워서 듣고 있다가 해변을 따라서 걸었다.
아침의 강한 햇살이 하얀 파도와 길섶의 풀과 나뭇잎에 쏟아지고 있었다.
오늘은 어제의 기념품 가게와는 반대편 언덕길을 넘어 가보기로 하였다.
등으로 쏟아져 내리는 햇살이 사정없이 팔과 종아리를 뜨겁게 달궜다.
그냥 방에서 쉴걸....생각하는 사이, 문득 바다가 시야에 들어왔다.



우리 숙소 앞의 해변보다 더 넓고 해안선이 완만해 보이는 바다였다.
물결이 잔잔해 보여 물속으로 들어가니 수초가 가득 발에 걸려 나왔다.
뜨거운 하얀 모래 위를 찜질하는 기분으로 걸으니 발가락 사이가 간지럽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 몇 년 동안 해수욕장에 가 본 기억이 없었다.
해수욕장은 젊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몸매에 자신이 없어진 후 자연히 바다보다는 숲을 찾게 되었다.
그런데 이곳 사람들은 전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비키니를 입고 활보를 하였다.
늙고 뚱뚱해진 몸매도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의 생각이 부럽다.

해변가에 드문드문 모여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 단위로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가족문화가 발달한 이곳 사회에서는 나 같은 외기러기는 더욱 외로움을 느낄 것 같았다.

어쩌면 그 외로움을 이겨내지 못하여, 쉽게 재혼하고 가정을 이루는 게 아닐까?

남의 이목은 아랑곳하지 않고 해변에서 애정 표시를 하는 그들이 조금은 부러웠다.

 

우리는 한쪽 구석 한적한 노천카페 비치파라솔 아래에서 맥주를 한 병 시켰다.

한국에서는 해변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하면 주인의 눈치를 느끼게 되는데,

이곳 사람들은 맥주 한 병을 시켜놓고 하루종일 자리를 차지하고 노는 것 같았다.

우리도 나무에 매달아 놓은 해먹에서 잠을 자기도 하면서 한나절을 보내고 내려왔다.

 

묘기를 선보이는 소녀들.

마을의 교회

 

키오스크에서 술을 마시며 노래하는 사람들.

 

다른 편 마을의 모습.

 

조용한 해변.

 

해변의 한 가족.

왼편의 여인이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가족을 소개하였다. 오른쪽 부터 오빠. 올케. 집시 스타일의 남자는 새로 사귄 보이 프렌드라고.... 그들의 솔직함과 자연스러움이 참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