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남미 43일 배낭 여행-84. 우슈아이아 민박집에서

푸른비3 2024. 6. 10. 14:53

우슈아이아 한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에서 있었던 일을, 돌이켜 생각하니 가슴이 울컥하여 한참이나 망설이다 이 글을 쓴다. 다음날 아침의 내 퉁퉁 부은 얼굴 사진을 보아도 그날 밤 내가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다시 울적해 지는 마음을 어쩔 수 없다.

 

우슈아이아에 도착하기 전 모처럼 한국인이 운영하는 숙소라고 하여 잔뜩 기대하고 들어갔는데, 우리 일행이 머물기에는 턱없이 좁은 곳이었다. 6명이 부엌에 달린 작은 방에서 지내야 하는데, 방에는 이층 침대 2대가 놓여 있었고, 나머지 두 사람은 부엌에 임시로 매트리스를 깔고 자야만 하였다. 처음에는 가위 바위 보로 침대를 정하기로 하였는데, 그동안 나와 함께 다녔던 룸메이트 쥴리아가 자진하여 부엌에서 자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나도 동의를 하였다. 자진하여 부엌에서 자기로 하였으니 나머지 4명은 방으로 이동하였는데, 우리가 자는 부엌방은 잠만 자는 것이 아니고 모든 동선이 부엌을 통하여 연결되었다. 부엌에서 방을 차지한 4명이 조리하고, 식사하고, (같은 부엌을 사용하는데도 그들은 밥을 같이 먹자는 인사말도 없었다. 돌이켜 생각하니 쥴리아가 같이 장보기를 가지 않은 날부터 우리는 4명으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었던 셈이었다.) 설거지를 끝내는 동안 눕지도 못하고 투명 인간처럼 앉아 있어야만 하였다.목욕탕과 화장실도 부엌을 통하여 드나들어야 하니 밤에도 도저히 밤을 이룰 수가 없었다. 문득, 동화 속의 창밖에서 까치발을 하고 따듯한 방안을 들여다보는 성냥팔이 소녀가 된 기분이었다.

 

침대에 누워 있으니, 반찬 냄새, 개수대 냄새. 가스 냄새까지 나는 듯 하였다. 내가 편안한 집을 두고 왜 이곳에 와서 이런 고생을 하는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하니 단 이틀만 참으면 될 것을 왜 그때는 그게 그렇게 서러운지....서러운 마음으로, 밤새 잠 못 이루고 새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우슈아이아의 한인 민박촌 근처의 풍경.

 

 숙소근처 마을풍경.

 

식탁 뒤의 메트리스가 우리의 침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