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남미 43일 배낭 여행-83. 우슈아이아 공항에서

푸른비3 2024. 6. 10. 14:52

2015.11.4. 수.

오늘은 오전 일정이 없어 늦도록 잠을 자려고 하였지만, 창 밖의 새소리에 잠을 깼다. 한 번 잠을 깨고 나면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아 화장실에 들어가 책을 읽었다. 6시가 넘어 룸메이트도 침대에서 일어나 창을 열었더니 싱그러운 봄바람이 들어왔다. 밤사이에 수 많은 별들이 뒸뜰에 내려온 듯 노란 민들레가 피어나 눈인사를 하였다. 어제 남은 고기로 아침을 해 먹고 10시까지 동네를 산책하기로 하였다. 숙소 뒤를 흐르는 개울을 따라서 올라가 보니 점점 수풀이 우묵하여 무서웠다. 사과꽃 향기가 피어나는 낭만적인 농장을 상상하며 올라갔던 발길을 돌려 다시 기념품 가게를 한 바퀴 돌고는 속소로 돌아와 짐을 싸고 체크아웃하였다.

 

11시 승합차로 엘 칼레파테 공항에 도착하였으나 12시 40분 비행기를 기다렸으나, 비행이 지연되어 1시간을 공항에서 더 기다려야만 하였다. 1시간 반 정도를 비행하여 오후 3시에 드디어 우슈아이아에 도착하였다. 거의 하루를 우슈아이아로 이동하는데 보낸 셈이어서 모두 지친 표정이었다. 우슈아이아 공항 대합실은 조그만 소도시 규모였는데 한참을 기다려야 짐이 나왔다. 드디어 내 찌그러진 배낭이 나왔는데 찾고 보니 등산용 스틱이 하나밖에 없었다. 직원에게 물었더니 저 끝에 있는 항공사의 카운터로 가서 찾아라고 하였다. 그곳 직원에게 내 스틱 하나를 분실하였다고 하였다.

 

조금 후 담당자가 나와서 내 스틱을 확인하고는 조금만 기다리면 찾아오겠다고 하였는데, 우리의 인솔자가 찾아와서, 내가 짐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일행들이 불평을 한다고 하면서, 숙소의 주소를 주면서 따로 숙소로 찾아오라고 하였다. 순간, 나는 너무 당황하였다. 긴 시간을 같이 한 일행인데, 내가 짐을 찾는 10분을 못 기다려준다니...이럴수가 있을까? 순간 화도 나고 눈물이 났다. 그들에게는 그까짓 스틱 하나 포기하지 않는 게 이상하게 보였는지 모르지만, 나는 아직 다리가 아픈 상태이니 스틱이 필요하고, 당연히 내 물건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였는데, 그게 생각의 차이였다.

 

고맙게도 10분 정도 지나서 담당자가 스틱을 찾아와서 전해 주었다. 스틱을 찾아 일행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왔더니 조금 냉랭한 기류가 흘렀다. 그들은 긴 여행 뒤에 어서 들어가 쉬고 싶었겠지만 나는 나대로 서운하였다. 착찹한 마음으로 공항 밖으로 나섰더니 바람이 심하여 마치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우슈아이아 공항

 

민박집이 있는 마을.

 

민박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