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남미 43일 배낭 여행- 82.전망대에서 바라본 빙하

푸른비3 2024. 6. 10. 14:48

유람선을 타고 다시 공원 안의 선착장으로 돌아온 우리에게 자유롭게 트레킹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커피솝에서 차를 마시면서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우리는 트레킹 코스를 따라 좀 더 빙하를 바라보기로 하였다. 곳곳에 세워둔 안내도를 보며 잘 정비된 통로를 따라 내려갔다. 여러 갈래의 코스가 있는데 제일 가까이에서 빙하를 보고 싶었다. 일행들의 걸음이 빨라 다리가 불편한 나는 따라가기가 몹시 힘들었다. 빙하 위 걷기도 포기하였는데 이것마저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빙하는 거대한 하얀 산이었다. 어제 보았던 물 위에 떠 있던 빙하와는 비교되지 않는 크기에 압도되었다. 하늘에서 만들어진 거대한 구름층이 그대로 호수로 이어지는 그 모습을 바라보니, 그 빙하를 따라 걸으면 하늘나라로 올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빙하를 바라보면서 걸으니 마치 구름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바쁘게 일행을 따라 걷는 것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볼에 닿는 바람처럼 부드러웠다. 하얀 빙하를 배경으로 핀 선명한 빛의 붉은 꽃과 키 큰 너도밤나무들은, 성경 속의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았다." 창세기를 생각하게 하였다.

 

거대한 빙하.

통로르 따라 핀 붉은 꽃.

 

    *      *      *

 

빙하 트레킹을 마친 우리는 4시에 출발하는 여행사의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몸이 피곤하였지만 숙소 근처의 마트에서 장을 봐서 숙소에 딸린 부엌에서 저녁을 만들었다. 식당의 음식값이 만만치 않아 식비도 아낄 겸 세계에서 온 배낭객들과 함께 이곳 부엌을 사용해 보고 싶었다. 큼직한 소고기를 두 덩어리를 사고, 물과 과일 등을 샀는데도 200페소 (한화로 약 2만 원)이었다.

 

여행자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부엌은 3층에 있었는데 식당처럼 테이블이 여러 개 있고 한쪽에 냉장고와 싱크대, 조리대 등이 있어 자기 식성대로 요리할 수 있었다. 가스 불은 코크를 돌린 상태에서 성냥을 가져가야만 불을 붙일 수 있으니 무서웠다. 무서움이 많아 초등학교 6학년이 될 때까지 성냥불도 켜지 못하였던 나에게는 큰 어려움이었다.서양 젊은 두 여자가 가스 불을 사용하기에 나도 좀 켜 달라고 부탁하여 불을 붙였는데, 그녀들이 조금 전 뜸을 들이기 위해 내려놓은 밥솥을 내가 실수로 싱크대로 떨어뜨려, 틀어놓은 수돗물이 카레라이스를 만들기 위한 밥 안으로 조금 들어가 버렸다. 나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를 하였더니, 활짝 웃으며 노 프로블럼 하였다.

 

실수를 연발하며 구운 스테이크이지만 육즙이 풍부하고 부드럽고 연하였다. 오래만에 포만감이 가도록 소고기로 배를 채우고 설거지를 하였다. 남은 소고기는 겉 포장지에 이름을 쓰고 냉장고에 보관하였다. 마른 수건으로 그릇의 물기도 닦고, 뒷정리까지 하고 내려와 샤워하고 잤다.

 

 

매장에서 식품 구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