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남미 43일 배낭 여행-81. 모레노 빙하 트레킹

푸른비3 2024. 6. 10. 14:45

2015.11.3. 화.

1일 투어에는 가이드를 따라 빙하를 트레킹 하는 코스가 포함되어 있었다. 살아 생전 다시 이곳을 찾아올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아픈 다리도 잊고 나도 따라나서겠다고 스틱을 챙겨 대열의 뒤에 섰다. 그런데 개인이 가지고 온 스틱은 이곳에서 사용할 수 없다고 하였다. 휴게소 같은 작은 막사에 개인 물품을 보관하고, 가방과 스틱을 두고 가벼운 차림으로 트레킹을 나서라고 하였는데, 잠금장치도 없는 곳에 가방을 두려고 하니 약간 걱정이 되었다. 하긴 이렇게 장엄한 자연 풍경 앞에서 남의 물건에 손대는 사람은 없겠지?

 

차례를 기다려 그들이 신겨주는 아이젠을 착용하고(일반 등산용과는 다름) 조를 나누어 가이드를 따라서 빙하 위를 조심조심 걸었는데, 입구에 있는 짙은 청색의 커다란 크레바스를 보고는 오금이 저렸다. 도저히 이 상태로는 걷는 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기로 하였다. 다행히 일행 중에 몇 사람도 위험을 느껴 나와 함께 돌아가기로 하였다. 빙하를 걷는 체험보다 안전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빙하 위를 점점이 선을 이어서 걸어가는 그들이 부러워서 자꾸만 돌아보았다. "저 포도는 시어서 못 먹는다"고 스스로 위로한 이솝 우화의 여우의 심정이었다.

 

트레킹을 간 일행을 기다리며 빙하가 높은 벽을 이룬 호숫가에서 바라보니, 저 멀리 빙하 위를 대열을 이루어 걷는 사람들이 이 세상이 아닌 피안의 세상 사람 같았다. 1시간 가량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 온 일행에게 그곳이 어떻더냐고 물었더니, 정상에서 마신 위스카기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하였다.

 

빙하 트레킨 체험.

 

빙하의 모습.

 

기념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