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남미 43일 배낭여행-16. 페루의 대통령궁

푸른비3 2024. 2. 24. 18:50

2015.11.12..

지난 밤 이끼도스 공항에서 810분 발 비행기가 지연되어, 더위와 모기 때문에 잠을 못 잔 나는 공항에서 한숨 자기로 하였다. 일행에게 내가 저 구석에서 자고 있을테니, 출발 전에 깨워달라고 부탁했다. 공항의 비좁은 의자에 누웠는데 그만 깊이 잠이 들었던가 보다, 눈을 떠서 주변을 살펴보아도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스마트폰의 전원이 소진되어 전화기로 시간을 알 수도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설마 나를 버려두고 모두 리마로 떠나간 것은 아니겠지?

 

당황하여 배낭을 챙겨서 창밖을 내다보니 저 멀리 불빛 깜박이는 비행기가 서 있는 활주로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탑승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 안돼....나는 어떻하라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것 같았다. 이러면 안되지...침착해야지. 게이트 앞에서 줄을 선 사람에게 내 비행기 티켓을 내밀며 저 비행기가 리마행이냐고 물어보았다. 내 티켓을 확인한 남자가 지금 이 줄이 리마행이라고 하였다. 일행은 보이지 않고 혼자서 줄을 서서 기다리다 의심쩍어 다시 확인해 보았으나 대부분 또르르 구르는 스페인 말이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영어를 할 줄 아는 여학생이 Over there ....하며 손가락으로 가르켜 주었다. “. 맞다. 공항 라운지~! ....” 섬광처럼 스치는 생각. 역시 예상대로 일행들은 그곳에서 식사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깊이 잠든 것 같아서 깨우지 않았다고 하였는데, 그래도 그렇지 서운함과 당황스러운 마음을 추스리며 나도 빵부스러기를 주워 먹었다.

9시 반에 이륙한 비행기는 경유지를 거치지 않고 리마에 2시간 후에 도착하였는데 숙소에 도착하니 새벽 1. 숙소를 배정받고 침대에 누으니 마치 서울에 돌아온 듯하였다. 모처럼 달고 긴 잠을 잔 후, 아침 일찍 회장님 방으로 가서 스트레칭과 단체 요가도 하였다.

 

아침 식사 후 지난번 대충 보았던 리마의 시가지를 오늘은 구체적으로 보기로 하였다. 택시 요금이 비교적 싼 편이라 택시로 아르마스 광장으로 이동하였다. (왕복 30) 대통령궁 앞에 이르니 많은 관중 사이로 흐르는 군악대의 팡파르 소리. 11시 반부터 대통령궁 앞에서 교대식이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우리가 도착하였을 시각에는 그라나다 노래가 웅장하게 흐르고 있었다. 그 외에도 귀에 익숙한 노래들이 많이 연주되었는데, 팡파르가 울려 퍼지는 하늘 위 옅은 구름 아래로 비둘기 떼가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올랐다.

 

대통령궁 앞에 모인 군중들

 

팡파르가 울려 퍼지고.

 

광장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