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의 돈이 없는 우리 일행들은 우선 환전부터 하기로 하였다. 나는 출발하기 몇 일 전 여행 경비를 쉽게 쓰기 위해 만든 외환 통장에서 2000$를 인출 하였는데, 이곳에서는 구 100$ 화폐는 잘 받지 않는다고 하였다. 여지껏 한 번도 구권이 차별을 받는 것을 체험하지 못하였기에 당황하였다. 우리 일행들은 공금으로 사용할 100$와 개인이 사용할 100$를 환전하였는데, 이곳 페루의 화폐 단위는 솔이라고 하는데 1$에 약 3.8솔로 환전되었다. 치안이 불안한 이곳에서 우리는 대부분 미화 100$는 깊숙이 간직하고 다녀야 했는데, 지프가 달린 팬티에 돈을 넣고 다녀야 하니 가뜩이나 더 배불뚝이가 되었다.
광장 근처의 메인 골목에는 많은 기념품 가게가 즐비하였는데 이른 시간이라 아직 문이 닫힌 가게가 많았다. 나중에야 치안이 불안하여 셔터 문을 잠그고 영업을 하는 곳도 많다는 것을 알았다. 거리를 오가는 여인들은 대부분 프릴이 가득 달린 치마를 입고 안에는 하얀 속치마를 입었는데 레이스 자락이 살짝 밖으로 보였는데 아름다웠다. 손으로 뜨개질을 한 스타킹을 신고 양말은 대부분 신지 않았다. 이곳 원주민 여인들의 체형은 대부분 뚱뚱하였다. 둥실한 배와 엉덩이를 감출 생각을 하지 않고 몸에 딱 붙는 스판 소재의 바지를 즐겨 입고 다녔다.
골목의 곳곳에 거리의 악사가 많았다. 잉카 제국은 관악기가 발달한 국가라는 생각을 하였다. 거리 곳곳에서 플룻을 연주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음색이 우리나라의 대금과 비슷하면서도 애절하였다. 골목 안의 호텔 입구에 여러 나라의 국기가 걸렸는데 태극기는 없었다. 얼마 전 한국의 대통령이 중남미를 방문하여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좋았지만, 아직 남미의 명소에 나부끼는 만국기 중 태극기는 찾아보기 어려워 아쉬웠다. 다음에 누군가가 국기를 가져가 만국기 속에 태극기를 꽂으면 좋을 듯하였다.
골목 안으로 들어서니 붉은 사암이 혼합된 외벽이 화려하게 장식된 라 마르세드 성당은 바로크 양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축물로 정식 명칭은 ‘자비로운 성모의 바실리카 및 수녀원’. 석주들은 밀가루로 구운 도넛 빵 같았고 외벽의 장식들은 부드러운 밀가루 반죽을 비틀어 놓은 듯하였다. 이곳은 포로로 잡힌 기독교인들의 몸값으로 내어준 고대 수녀원의 부지 위에 건축된 건물로 1541년 목재로 지어졌으며, 18세기 하반기에 재건축되었다. 아름다운 문양으로 장식된 천장. 요한 2세의 동상, 화려하게 장식된 마리아 상이 여러 개 있으며 종종 결혼식도 열린다고 하였다. 남미 곳곳의 성당에는 이처럼 마리아상이 많았는데, 기독교 신자들이 천주교를 마리아 교라고 하는 것은 아마도 이렇게 곳곳에 위치한 마리아상의 영향이 큰 듯하였다.
골목 밖으로 나오니 좌우 대칭으로 건축된 이 건물과 밝은 노란색 건물이 나타났는데 광장의 중심 상가인 것 같았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현지인에게 물어볼 수도 없으니 답답하였다. 아마존 체험을 한 후 다시 리마 시내를 관광한다고 하였으니 그대 이 건물에 들어가 보기로 하였으나 결국 실행하지 못하였다. 광장에는 어린이들을 데리고 소풍 나온 가족, 정복을 입은 경찰관, 색동 보따리 등짐을 진 여인 등이 있어 남미의 정서를 느끼게 하였다. 나는 그들에게 부탁하여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 나는 다리가 아파 걸음이 자꾸만 뒤쳐졌다. 앞서가는 우리 일행들을 절뚝거리며 따라가려니 문득, 내가 이곳에 잘 못 따라온 게 아닌가....하는 마음이 들어 괜스레 우울하였다.
현지인과 함께.
정복 차림의 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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