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유아들과 함께

푸른비3 2022. 6. 12. 00:20

2022. 6. 11. 토. 맑음.

 

직장을 그만 둔 후 거의 20년을 전업주부로 지냈던 내가

서울 도심 50+의 보람일자리를 신청하여

매주 화.수 아침 9시에 출근. 오후 3시 퇴근하는 

매달린 생활이 쉽지 않았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것이 고마워 부지런히 집을 나선다.

 

지난 년말 우연히 동네에 걸린 노인 일자리 현수막을 보고

일을 신청하였고 동네 초등학교의 병설유치원에 배정받았다.

발달장애아의 활동을 보조하는 일이라고 하여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을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걱정되어

상담하였더니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하였다.

 

내가 담당해야 할 유아는 7살 발달장애 남자 어린이였다.

맑은 눈동자에 단박 마음을 빼앗아간 너무나 귀여운 아이였다.

겉으로 보아서는 다른 유아들과 전혀 다르지 않는 아이인데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가만히 앉아 있는 편이었다.

먼저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함께 네모와 세모의 플라스틱 블록으로 집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다른 친구를 초대하여 함께 놀이를 하게 하였다.

다양한 크기와 색깔의 블록으로 자동차도 만들고 배도 만들었다.

아이를 위하여 블록의 틈을 맞추어 여러가지 모형을 만들면서

문득 내가 블록 만들기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담당하는 그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유아들도 모두 예뻤다.

요즘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자유롭게 자기의 의사를 표시하였다.

수업중에 선생님의 설명에 눈을 반짝이며 귀담아 들었고

자기가 하기 싫은 것은 분명하게 하기 싫다고 말하였다.

담당선생님은 아이들 하나하나의 말을 깊이 경청하였다.

 

복도를 걸을때는 팔을 허리에 얹고 까치걸음으로 조용히 걸었고,

하고 싶은 장난감이 있으면 순서를 정하여 차례를 잘 지켰으며,

친구에게 잘못 하였거나 부딪히면 즉시 미안하다고 사과하였다.

가지고 놀던 장난감은 끝나면 정확하게 제 자리에 정리정돈 하였다.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유치원에서 배웠다'고 하였던 글이 떠 올랐다.

 

바깥놀이 시간에는 유아들과 함께 모래밭에서 소꼽놀이도 하고,

텃밭놀이 시간에는 자그만한 텃밭에 고추와 가지를 심고 물을 주었다.

화단에서 꽃과 나무를 관찰하고 개미와 콩벌레를 통에 넣어 관찰하였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역할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동안

나도 모르게 마스크 안으로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 엄마가 있어서  (0) 2022.06.24
요즘 유치원의 장난감  (0) 2022.06.17
인생 2막의 첫출근  (0) 2022.06.11
뚝섬한강공원의 장미와 맑은 하늘  (0) 2022.06.09
한-콜롬비아 수교 기념공연  (0) 2022.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