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인생 2막의 첫출근

푸른비3 2022. 6. 11. 23:25
2022. 4. 21. 목. 맑음.


어제 광진구의 OO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으로 첫출근을 하였다.
서울시 50+보람일자리사업에서 시행하는 사회공헌적 일자리이다.
2010년 서울로 이사온 이후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부족한 능력의 소유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결혼 전 공무원 생활을 하였고 결혼 후 음악학원을 운영하였지만,
그 경력을 가지고는 서울에서 취업을 하기는 쉽지 않았고,
내 시간을 나를 위하여 자유롭게 쓰고 싶어 취업을 하기 보다는
책 읽어주는 할머니와 마을 도서관에서 봉사활동만 하였다.


지난 겨울 우연히 동네 도서관에 걸린 50+ 일자리 현수막을 보고,
검색을 해 보니 50~60세의 은퇴자들을 위한 인생 제 2막의 일자리였고,
내가 원하였던 일주일에 2~3일. 57시간 이하의 일자리였다.
컴퓨터의 활용 기능이 약하여 딸의 도움을 받아 지원하였다.


서류 전형에서 합격을 받고 인터뷰를 거쳐 드디어 최종합격을 하였다.
지난 3월 종로3가에 위치한 도심+ 사무실에서 교육을 받았고
집에서 실시간으로 시행하는 동영상 강의도 받았고 드디어
내가 지망하였던 OO유치원으로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지원서 신청등 여러가지로 나를 도와준 딸이 축하해 주었지만,
경험하지 못하였던 장애아의 교육 보조를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TV에서 보았던 장애아들의 행동은 내가 접근하기 어렵게 여겨졌다.
내가 감당하지 못할 일을 시작하여 중간에서 그만두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여러 차례 수강한 강의를 통하여 나는 장애인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장애인이란 다양한 장벽들로 인해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사회에 참여하는
것을 방해받는 사람을 지칭하며,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바른 호칭은 장애인,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에 대한 호칭은 비장애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드디어 첫출근인 어제 아침, 기대와 설렘. 걱정으로 집을 나섰다.
8시 50분에 도착하여 유치원 담당 선생님과 면담겸 설명을 들었다.
만 3세,4세의 어린이 2명, 만 5세의 어린이 2명이 대상 장애아동인데,
나는 주로 만 5세의 아동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담당 선생님은 나를 위해 아동들의 특성에 대한 프린트물을 주셨다.
그 프린트물은 지금은 이름 외우기도 힘들지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활동 일지를 작성해야 하고, 선생님과 함께 활동계획표를 작성하였는데
나는 매주 화.수. 오전 9시~오후 3시까지 근무하기로 하였다.


9시 수업이 시작되고 나도 선생님과 함께 수업에 참석하였다.
내가 담당하게 될 김 OO와 먼저 손을 잡고 인사를 하였다.
내가 가졌던 선입견과는 달리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마스크를 쓰고는 있었지만 맑은 눈동자가 단번에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


요즘은 장애 아동들도 비장애 아동들과 통합교육을 받는다고 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장애인과 함께 지내는 사회를 조성한다.
똘망똘망한 주변의 다른 아동들이 나에게 "누구세요?" 하고 물었다.
"나는 OO반에서 함께 놀이하는 선생님"이라고 소개를 하였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선생님의 말을 귀담아 듣는 아이들을 보니,
아득히 기억속에 사라졌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그 당시 면소재지였던 곳에서는 지방 유지들의 자녀들만 다녔던 
유치원을 나는 그 우리 집 형편에 넘치게 3년을 다녔다.


나는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서로 협동하고 양보하면서 놀이하기,
크레용으로 그림그리기. 음악에 맞춰서 율동하기,동화를 들으면서
낮잠자기, 피아노 반주에 맞춰서 노래하기 등을 통하여 인격형성을 하였듯이
나도 이 어린이들의 인격형성에 도움이 되어야갰다는 생각을 하였다.


아이들과 함께 교실을 이동하며 놀이도 하고, 노래를 부르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고, 나도 어린이들과 함께 급식 점심을 먹고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역할놀이를 하니 벌써 퇴근할 시간이었다.
처음이라 서투르고 낯설기는 하였지만 기대이상으로 즐거운 첫출근이었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 유치원의 장난감  (0) 2022.06.17
유아들과 함께  (0) 2022.06.12
뚝섬한강공원의 장미와 맑은 하늘  (0) 2022.06.09
한-콜롬비아 수교 기념공연  (0) 2022.06.07
꽃의 숲 공모전시회  (0) 2022.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