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울 엄마가 있어서

푸른비3 2022. 6. 24. 09:33

초저녁 잠도 많고, 무언가 할 일이 많아 제대로 TV를 보지 못한다.

그런데 요즘 아침 식사 준비를 하면서 얼핏얼핏 보는 KBS의 인간극장.

매주 월요일~금요일 아침 8시 전후에 방송되는 평범한 내 이웃의 삶을

방영하는 프로인데,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방송하는 것 같았다.

 

이번 주의 <울 엄마가 있어서>는 치매에 걸린 구순의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였던 김동혁(67세)님이 퇴직 후 고향으로 돌아와

어머니와 옛추억을 이야기 하고 함께 나들이도 가는 정다운 모습들을

양파 껍질을 벗기고, 마늘을 찧다가도 잠시 부러운 시선으로 화면을 보았다.

 

대부분의 치매 노인들이 양로원에서 보내는 요즘 세상에,

가족을 떠나 홀로 고향 마을로 내려가 돌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김동혁님에게도 직장생활하는 동안 하지 못하였던 일도 쌓여 있을 것이고,

퇴직을 하면 꼭 하고 싶었던 나를 발견하고 싶은 일들도 많았을 것이다.

 

부엌일이 바빠 가끔 건너 띄어 연결이 안되는 부분도 많지만,

그는 지금 고향에 내려와 마을의 이장직을 맡으면서,

아버지의 낡은 배로 고기를 잡기도 하여 생계를 이어나가지만

그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어머니를 보살피는 일이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어리광도 부리고,

때로는 어머니 공부를 시키고, 하기 싫다는  운동도 시키고,

깨끗하게 씻겨 드리고, 어지러진 집안을 청소하면서도

즐거운 마음. 기쁜 마음으로 하는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다. 

 

어머니는 가끔 김동혁님의 보고 "당신은 누구요? ...." 하고 물어,

하얗게 지워진 어머니의 과거가 안타깝기도 하지만,

때로는 기억을 되찾아 "우리 아들이 최고!" 라고 하는 칭찬이

나이 60이 넘은 지금도 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다고 하였다.

 

한편,김동학님의 어머니는 참 행복한 노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치매를 앓고 계시지만 어머니와의 시간을 소중하게 

가꾸고 싶어하는 아들이 있기에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치매를 피하고 싶지만 미래는 늘 불확실하고 불안하다.

 

한국도 일본에 이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였다고 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고 오래 살기를 바란다. 

영혼불멸의 신앙을 가진 나 역시 죽음이 두렵고 오래 살고 싶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고령화 사회는 축복일 수 없다.

 

내 스스로의 의지대로 이동할 수 있는 건강을 유지하며,

자녀의 경제력에 의지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으며,

내가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취미생활도 즐기고 친구와 소통할 수 있을 때 까지만 살고 싶다.

 

그러나 태어나는 것을 내가 선택할 수 없듯이

죽음 또한 내 선택의 영역 밖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앞으로 얼마나 더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치매만은 피하고 싶어 부지런히 운동을 하고 공부하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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