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의 산문집 1. <쑥스러운 고백>에 이어
어제 오후 부터 2권 <나의 만년필>를 읽고 있다.
아직 70페이지 정도밖에 읽지 못하였지만
자신의 5남매를 키우는 과정의 일들이
내 경험과 합해져 고개를 끄덕이며 읽고 있다.
조금전 내가 읽은 '생활정도라는 것'이란 글은
요즘 내가 가장 실감하는 글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열심히 성실하게 일해서 겨우 우리만큼 사는 게
가장 떳떳하고 마땅한 중용의 두리가 아닐까 하는 생활절학
비슷한 것도 갖고 있다.
그런데 요즈음 자꾸 이 '중' 정도의 생활이 갈팡질팡 흔들리고 있다.
사는 건 만날 똑같은데도 말이다.
바로 10년이 여일하게 똑 같다는 게 문제다.(68)라고 쓰여 있었다.
내가 결혼하였던 80년 대만 하여도 대부분은 국민들은
자신의 생활정도가 '중'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다.
나 역시 아직 내 집 장만은 못하였지만
성실하게 일하고 받은 노동의 댓가를 아껴쓰며 저축하면
곧 내 집을 가질 수 있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 몇 년 후 내 집을 장만할 수 있었고
그 다음 해에는 차도 살 수 있었고 가끔 가족 나들이도 하고
외식도 하였으므로 나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자신하며 살았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 3만 $가 넘어
선진국 수준에 들어 갔다고 하였는데 내가 체감하는
생활정도는 오히려 2010년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아직 공부하는 딸과 나 역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가끔은 우울해진다.
전쟁 후의 가난한 후진국에서 태어난 나는 아끼는게 습관이 되었지만
경제적으로 발전한 한국의 선진국 시대에 태어난 내 딸까지
나의 영향을 받아 일상생활용품을 아끼면서 사는 것 같아 미안하다.
딸은 옷,신발 등은 중고품 거래를 이용하며, 친척이나 이웃의 언니들이
주는 옷을 입고 있으며, 몇 년째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도 구닥다리가
금방 밧데리가 소모된다고 하면서 충전기를 사용하는 것을 바라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측은한 마음도 든다.
나 역시 요즘 속옷 외에는 거의 옷을 사지 않는다.
요즘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외출할 일이 없으니 더욱 그렇다.
장롱 안에 있는 옷을 이용하여 입고 낡으면 버리면서 살고 싶다.
자식들이 내가 죽은 후 쓰레기더미를 처리하기 쉽게 살고 싶다.
지금 집안의 모든 가구와 집기 등도 대부분 구닥다리다.
20년을 넘게 사용한 식탁과 의자도 바꿔야 할 시기가 지났다.
고장이 나서 버리지 않는 한, 버틸 수 있는 한 사용하고 있다.
누군가가 우리 집에 와 본다면 아마 거지 생활일 것이다.
나는 그냥 익숙한 게 좋고 새로운 것을 살 능력도 없지만,
신세대인 내 딸은 새로운 것을 누리면서 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아직 마음에 드는 정규직 직장은 못 구하였지만,
올 해는 일도 하고 남자친구도 사귀고 빛나는 청춘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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