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방

디지탈 실감 영상관 (국립중앙박물관)

푸른비3 2020. 8. 19. 09:36

2020. 8. 5. 수.

 

국립중앙박물관 상설관 입구에 들어서니 디지털 실감 영상관에 대한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지만 아날로그 세대인 나에게는 디지털, 영상,

이런 단어가 왠지 거리가 멀게 느껴져 관심을 갖지 않고 지나쳤다.

박물관은 수요일. 토요일은 저녁 9시까지 개방되므로 천천히 로비로

나오려다 입구 좌측편에 있는 영상관에 슬그머니 호기심이 생겼다.

기웃거리는 나를 직원은 친절하게 영상관 안으로 안내해 주었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넓은 공간에 사방으로 둘려진 벽에 빛의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데 사슴이 숲속에서 걸어나오는 순간 화려한 꽃비가 내렸다.

3면이 대형 스크린이 되어 마치 우주속을 둥둥 떠다니며 구경하는 듯 하였다.

<신선들의 잔치>. 중국 신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그린 그림 '요지연도'를

디지털 영상으로 편집하였는데 복숭아 밭에서 신선들의 잔치를 벌이는 장면이었다.

복숭아 꽃밭과 공작새. 삼천갑자 동박삭은 장수와 부귀영화를 상징한다고 하였다.

 

이어서 <금강산에 오르다> 영상이 화면에 투영되었다.

정선의 신묘년풍악도첩. 김하종의 해산도첩. 김홍도의 해산명산도첩을 바탕으로

금강산의 4계를 재구성하였는데, 지금은 가 볼 수 없는 금강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마치 내가 그속에 들어가 여행하는 듯 입체적인 영상으로 정말 실감할 수 있었다.

시원한 물줄기가 떨어지는 구룡연을 시작으로 보덕암, 장안사의 봄꽃이 만발한 장면.

녹음속의 협성루, 하얀 눈이 평평 내리는 삼불암 등을 구경하니 꿈속처럼 아련하였다.

 

밖으로 나오니 영상소감을 설문조사한다고 하여 뜻밖에 신선의 세상을 구경한 듯

하였다고 다음에도 박물관을 찾으면 다시 감상하고 싶다고 하였더니

건너편에 실감영상관 3관이 있다고 하여 그곳도 찾아가 보았다.

몇 년 전 한성백제 박물관에서 보았던 고구려의 벽화를 영상으로 처리하여

실제로 무덤속에 들어가서 보는 것 보다 더 선명하고 자세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국사 시간에 배웠던 강서대묘에는 주작 청룡, 백호, 현무 등의 그림이 실감나게 그려져 있고.

안악묘 등의 벽화에는 통화여 고구려 시대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비는 그쳤고 서쪽의 잔광이 비치는 소나무 아래에

보랏빛 맥문동 꽃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잔잔하게 흔들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조금 전 영상관 안의 신선들의 세계와 무덤 속의 벽화 등 가상의 세계를 구경하였는데

현실속의 비가 그친 박물관 뜰의 아름다움도 가상세계 못지 않은 감동의 시간이었다.

 

 

복숭아 나무가 가득한 서왕모가 산다는 곤륜산 정상의 요지.

구름을 타고 나타나는 신선들.

 

공작의 화려한 날개.

요지의 숲에 들어온 사슴.

 

요지연도속의 신선들.

 

이어지는 화면은 금강산에 오르다.

 

구룡폭포,

 

보덕암의 봄.

 

 

보름달이 휘영청 .

 

바닥에도 복숭아 꽃이.

 

요일에 따라 상영되는 영상물이 다른 듯.

 

디지털 영상관 3관.

 

밖으로 나오니 가상세계에서 현실세계로 돌아온 듯.

 

비는 그치고.

 

마지막 남은 잔광이 비치는 모습.

 

소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아래 파르르 흔들리는 맥문동 보랏빛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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