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25. 수.
해마다 봄이면 꽃구경을 하기 위해 찾아가는 고궁들이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모두 문이 닫혔다고 생각하였는데, 친구가 카페에 올린
창덕궁 홍매화 사진을 보고 창덕궁에 전화를 해 보았다.
놀랍게도 고궁은 개방이 된다고 하였다.
더구나 오늘은 마지막 수요일로 무료 입장이라니....
설거지를 마치고 서둘러 고궁으로 향하였다.
오늘 가능하면 몇 개의 궁궐을 돌아 보리라....
급하게 나서다 보니 선크림도 바르지 않았다.
창덕궁앞에는 항상 관람객으로 붐비던 곳인데 썰렁하니 마음이 아팠다.
후원 입장권(5000원)을 사서 돈화문을 들어서니 눈을 환하게 홍매화.
금천교 주변에 핀 홍매화. 미선나무꽃으로 금방 마음도 환해졌다.
인정문 안으로 들어서면 이곳이 서울인가 할 정도로 차량소음이 차단된다.
줄지어 서있는 전각들을 곁눈길로 바라보며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홍매화를 보려 가는 길에 발길을 멈추게 하는 화사한 진달래.
따뜻한 겨울을 보낸 후라 홍매화가 예년에 비해 일찍 개화한 듯 하였다.
자시문 옆 양달에 핀 홍매화는 벌써 시들어 가고 있었다.
진달래 빛깔의 원피스를 입은 날씬한 아가씨와 남자 친구가 자시문 앞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고 내가 함께 찍어 주겠다고 하니 엄청 좋아했다.
우리 딸은 이런 나를 보았다면 또 오지랍이 넓다고 핀잔을 하였겠지?
내 사진도 부탁하였는데 늙은 나는 그냥 대충 찍어주도 좋다고 하였다.
11시 후원 입장을 기다리는데 홍매화 앞에서 진사들이 자리 다툼을 하고 있었다.
서로 좋은 작품을 찍겠다는 열망이 가득한 것은 좋지만 고요한 궁궐안에서
목소리를 높혀 가며 얼굴을 붉힐 필요는 있을까? 옆에서 보는 마음이 안타까웠다.
그들을 피하여 낙선재로 가는 길에 창문이 열린 정자가 보였다.
마침 지나가는 관리인이 있어 저 곳은 언제 들어갈 수 있느냐? 고 물었더니
저 정자의 이름은 상량정으로 <달빛 야행>프로그램이 있을 때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가능하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낙선재 앞의 청매화는 지금이 절정을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몇 년 전 이곳을 방문한 타이 청년이 내게 이 꽃의 이름을 물었을때
나는 한번도 매화의 영어명이 무엇인지 생각도 해 보지 않았으므로
그냥 Cherry blossome이라고 말해줬는데 돌아서서 괜히 미안스러웠다.
11시에 후원 입장하라는 안내 방송을 듣고 부랴부랴 발길을 옮겼다.
평소에는 가이드의 인도에 따라 줄을 맞춰서 입장을 하였는데
이번 기간동안은 자유 관람으로 그냥 노선을 따라 관람하면 된다고 하였다.
언덕을 넘어서니 눈앞에 보이는 부용지와 주합루.
후원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어서 여러장의 사진을 찍었다.
오늘은 자유롭게 산책을 할 수 있으니 부용지로 쏟아지는 물소리 들으며
천천히 연못을 바라볼 수 있으니 참 한가하고 좋았다.
다음에는 불로문을 지나 존덕지와 애련지를 돌아보고
분홍빛 진달래를 바라보며 앉아 있는데 친구의전화가 왔다.
내가 혼자 창덕구에 왔다고 하니 혼자 재미없어 어쩌느냐고 하였다.
천만에....나는 이제 혼자 다니는 게 얼마나 호젓하고 자유로운지 모른다.
연경당을 들어가 햇빛 가득한 마루에 앉아 마당에 놓인 괴석을 감상하고
부용지로 되돌아와 주합루 옆의 누각에 신발을 벗고 올라가 물소리 듣고....
그 많던 관람객의 발길이 뚝 끊어지니 '이런 호사도 누리구나' 생각되었다.
한편, 코로나 바이러스로 온 세계가 힘들어 하는데 나 혼자 즐기는게 미안했다.
(이런 한적함은 누리지 않아도 좋으니 어서 이 바이러스가 물러 나기를~!)
돈화문에 들어서자 마음을 환하게 하는 봄꽃들.
자그마한 다리를 건너면 왕궁.
금천교.
인정전 입구의 눈이 부시도록 하얀 미선나무.
인정문 앞의 정원.
미선나무꽃의 향기가 은은하게 궁안에 머물렀다.
인정전 길목의 카페.
입구에서 차례로 인정전. 선정전. 희정당이 어깨를 나란히 서 있다.
낙선제 가는 길목의 선명한 색상의 진달래.
창덕궁에 가서 가장 보고 싶었던 홍매화.
올해도 그 아름다운 자태를 마음껏 뽐내고 있는 홍매화.
한 쌍의 연인이 홍매화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 연인에게 커플 사진을 찍어 주고 내 사진도 한 장 부탁.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은 멋진 홍매화.
담장 너머로 보이는 하얀 꽃은 살구꽃?
사진사들이 경쟁하듯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느새 약 간 시들기 시작한 홍매화.
서로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목청을 높혀 싸우는 사람도 있었다.
좀 좋은 사진을 찍으면 무엇하나?
창덕궁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팔가정과 난간.
이 팔각정에는 어쩐지 이쁘고 어린 공주가 살았을 듯?
나는 멀찌기에서 바라만 보아도 흡족하였다.
지나가는 관리인에게 물어 보았다.
저 창문이 열린 상량정은 언제 들어가 볼 수 있나요?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달빛 개장 때 개방한다고 친절하게 설명하였다.
낙선재 앞 정원의 청매화.
청매화는 지금이 가장 만개.
마음데도 가득 담고 사진에도 여러 장 남기고 싶었다.
몇 년 전 타이에서 왔다는 남자가 이 꽃의 이름을 물었을때.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아 머뭇거리다가.
체리 블로섬....이라고 했는데....미안스럽다.
지금 외국인이 내게 다시 물어도 나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전에는 Japanese aoricot flower.
왜 일본 꽃이라고 해야 하나.
11시 개장시간에 맞처 후원 입장.
언덕을 넘으면 눈에 들어오는 부용지와 주합루.
언제 보아도 너무나 아름다운 궁궐이다.
부용지를 내려다 보고 있는 주합루.
부용지에 발을 담그고 있는 부용정.
주합루.
1층은 왕실의 도서관 규장각. 2층은 열람실.
1776년 정조가 즉위한 해에 완성.
정약용. 박제가. 유득공 등의 문신들의 발자취가 서린 곳.
건너편에서 바라본 부용정과 인공 섬.
부용지에 흐르는 맑은 물소리.
주합루로 들어가는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부용지 앞의 우물.
부용지로 흐르는 물의 맑은 소리는 바로 자연이 연주하는 봄의 왈츠 연주 같았다.
부용지를 뒤로 하고.
애련지로 가는 길목.
전에 가이드 투어를 할 적에 이곳에서는 왕세자가 공부한 공간이었다고 들었는데 맞는지?
애련지에 반영된 연경당.
부용지에 비하면 네모 반듯하여 밋밋하다.
애련지 연꽃이 피는 연못이라는 뜻인데 연꽃이 없으니 애련하지가 않았다.ㅎ
이 문을 지나가면 늙지 않는다고 하여 불로문인가?
더 안으로 들어가니 구부러진 형태의 연못이 나타났다.
이 연못의 이름은 존덕지.
전덕지 주변의 산수유와 진달래.
나이가 들수록 연심이 커지는가?
꽃분홍색이 젊을 때 보다 더 좋아진다.
진달래 너머로 올려다 보는 정자는 승재정.
존덕지 앞의 설명판.
날아갈 듯 세워진 승재정.
부채꼴 모양의 관람정.
부채꼴 모양의 정자.
관람정에서 바라본 존덕지.
관람정에서 바라본 승재정.
존덕정과 폄우사.
길쭉한 맞배 지붕의 폄우사.
6각 겹 지붕의 존덕정.
존덕정으로 가는 작은 다리.
존덕정에 앉아서 바라본 존덕지.
진달래 사이로 보이는 관람정.
존덕지의 진달래처럼 화사한 마음으로 발길을 옮겼다.
연경당 .
조선 후기 사대부 주택.
안채. 사랑채. 행랑채 등 조선 후기의 사대부 주택의 양식을 갖춘 연경당.
연경당 마당의 진달래.
단청을 하지 않은 건물속에 핀 진달래가 더욱 화사하였다.
정갈한 건축물.
마당에 세워진 괴석들.
서양식 차양이 세워진 선향재는 도서관 역활을 하였다.
연경당의 정문.
정문 앞의 괴석.
연경당 설명판.
연경당 안내도.
연경당을 보고 다시 애련지를 되돌아 나왔다.
진달래 를 감상하는 새 한 마리.
직원에게 물으니 오후 5시까지 이곳에서 머물러도 좋다고 하였다.
다시 한번 부용지를 돌아 보았다.
언제 내가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을까?.....생각되어 주합루 옆의 건물의 넓은 마루에 앉아서 쉬었다.
눈과 마음에 가득 담고 이제 창경궁으로 가야지....하고 일어 났다.
부용지 모서지의 물고기 조각. 너무 소갑하면서도 귀여워 살푸시 웃었다.
뒤돌아 본 주합루.
아까 내가 사진을 직어 준 커플이 손을 잡고 한들한들 걸어가고 있었다.
뒤에서 바라보는 나까지 기분이 좋아지는 젊은 한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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