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3. 일.
함안의 장미모텔(마광수의 글에서 나왔던 장미여관과 이름이 같았다)에서
단잠을 자고 일어나 창문을 여니 싸늘한 새벽공기에정신이 번쩍 들었다.
막내 동생을 깨워 새벽 미사를 가기 위해 일찍 서둘러 모텔을 나섰다.
밖으로 나오니 안개가 짙어 지척이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 이맘때 고향은 항상 안개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
가슴 깊숙히 고향의 공기를 마시니 알싸하면서도 달콤하였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미사를 다녔던 성당은 신축하여 변하였다.
미사에 참여한 신자들도 몇 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르는 얼굴이었다.
오늘의 복음은 세관장 자캐오가 예수님을 만나기 위한 열망이었다.
미사가 끝나고 마당으로 나오니 어릴적 숨박꼭질을 하였던 커다란 느티나무가
이제는 그냥 평범한 작은 나무이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작게 보였다.
매미 울음소리 시원하였던 나무 그늘에서 공깃돌 놀이를 하였던 소녀는 어디로 갔을까?
막내와 함께 추억을 더듬으며 골목길을 걸으니 다시 어린 소녀로 돌아간 듯 하였다.
맑은 물이 흐르는 개천은 상류에 댐이 설치된 후 물이 줄어 들어
더 이상 그곳에서 다슬기와 커다란 대합을 줏을 수 없을 것 같아 안타까웠다.
개천위의 다리 건너 있었던 정미소는 사라지고 작은 꽃밭으로 가꾸어 놓았다.
정미소 뒷동네는 당산미라고 부렸는데 그 동네는 충의공원으로 변하였다.
지나치면서 한 번 가 보아야지....하면서 미루기만 하였던 그곳으로 가 보았다.
개천에서 빨래를 씻다가 올려다 보면 까마득히 높아 보였던 당산미 언덕배기
가장 높은 곳에 순국 선열을 흠양하는 충의탑 뒤로 여전히 안개가 짙었다.
합장하고 묵념을 한 후 그 주변의 벽화부조를 천천히 돌아보니 뿌듯하였다.
약속된 시간에 일행들과 함께 추어탕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행사장 가기 전
처녀 뱃사공 노래비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기념 사진을 찍고 악양루까지
가고 싶었으나 행사장 참여 시간이 빠듯하여 악양루는 생략하여 아쉬웠다.
축구 친선경기가 열리는 함안공설운동장은 몇 년 전 이곳으로 옮겼는데
함안 출신 독지가가 기부한 돈으로 공원이 잘 조성되어 군민의 휴식처가 되었다.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많았는데 멀리 가지 않고 단풍을 구경하기 좋은 곳이었다.
함안은 오래전부터 축구가 강한 지역이었는데 이번에 함께 고향에 내려온
축구동호회 회원들은 서울에 거주하는 고향 선후배로 매달 양재천 근처의
운동장에서 축구 경기도 하고 뒷풀이로 고향의 정을 나눈다고 하였다.
우리가 운동장에 도착하니 벌써 여러 팀이 운동장에 나와서 몸을 풀고 있었다.
서울팀은 평균 60대로 70대의 선수들도 젊은이 못지 않게 뛰고 있다고 하였다.
우승이 목적이 아니고 고향의 정을 느끼는 장소이니 그 날이 기다려진다고 하셨다.
요즘은 여자들도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여전히 관심이 없었다.
모처럼 축구를 관전하면서 참 축구가 격한 운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로 몸을 부딪히며 땀을 흘리면서 진한 동료애를 느낄 수 있구나....생각되었다.
학교 운동회가 열리는 날 가마솥에 끓였던 소고기 국밥은 아니지만
붉은 소고기 국밥으로 점심을 먹은 후 나른하여 주변을 한바퀴 돌아 보았다.
언젠가 이곳 고향으로 돌아와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사가 끝난 제단을 정리하는 수녀님.
성당앞 마당의 느티나무. 어릴적에는 그렇게 커 보였던 나무도 이제는 그저 그만한 크기다.
안개낀 들판과 마을을 내려다 보는 위치에 있는 함안 성당.
안개 자욱한 성모상 앞.
어린 시절의 추억을 안고 있는 조일교.
어린 소녀였던 나는 이 다리를 건널때마다 혹시 무너지지 않을까?....눈을 감고 달렸다.
맑은 물이 흘러 다슬기와 대합을 잡았던 개울은 이렇게 물이 줄어 붙었다.
홀씨를 날리기 위한 준비를 끝낸 민들레.
소담스럽게 핀 국화.
길가에 널어 말리는 벼.
달콤한 향기를 뿜는 나무의 꽃.
내 얼릴적에는 당산미 마을이라고 불렸던 곳에 이런 충의 공원이 조성되었다.
충의탑으로 오르는 계단.
충의탑.
충의탑앞의 헌시.
충의탑 아래의 기념 조각 벽화.
충의탑기.
벽화 조각과 기념조각상.
사방을 밀려 내려오는 안개.
전공비.
충의공원 설명판.
충의탑 근처의 함안중고등학교 입구의 단풍.
일행들과 함께 아침 식사후 찾아간 처녀뱃사공 노래비.
축구 경기가 열리는 함안 공설 운동장.
이번에 인조잔디를 새로 깔아 전국중등학교 축구 경기를 유치하였다고 하였다.
경기 본부석.
준비된 상장과 상품.
각 지역별 팻말.
함안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수박 곳감 참외 등의 이름을 붙인 축구장.
축구대회를 알리는 현수막.
경기 진행표.
개회식을 기다리는 동호인들.
축구 경기를 할 준비를 하는 재경 회원들.
개회식.
함안군수님을 모시고 화이팅. 기념촬영.
부산팀과 서울팀의 경기.
몇 년동안 넣어 두었던 축구화를 신고 나온 장영달 선배님은
축구화 바닥이 금방 떨어져 우리 모두 웃게 하였다.
경기전 회장님께 인사하는 서울팀.
경기 전 서로 인사를 교환하는 선수들.
경기가 시작되고.
나이를 고려하여 25분 경기 10분 휴식 25분 후반전 경기.
서울팀의 든든한 수비수.
70세의 노익장 과시하는 선배님들.
실버 선수들이지만 그 열기는 청춘이었다.
서울팀의 우승으로 경기는 끝나고.
경기가 끝난 후 박수를 받으며 인사하는 서울팀 선수들. 수고하셨습니다.
맛있는 소고기 국밥으로 점심 식사.
점심식사후 나른하여 운동장 한바퀴 돌아보았다.
운동장 가로수에 물든 단풍.
어제 다녀온 선운사 단풍보다 더 빛깔이 고왔다.
가족들과 함께 공원을 찾은 젊은 부부.
작은 연못앞의 구절초.
가장 황홀한 빛깔로 타오르는 단풍
공원주변의 군민들은 단풍구경하러 멀리 가지 않아도 좋을 듯.
함안문화원 오르는 계단의 국화.
문화원의 벤치.
줄지어 선 가로수 길을 건너서 다시 운동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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