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27. 일.
주말 농사를 짓는 지인의 고추 따기를 어서 마무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산으로 가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아침 9시 독립문역에서 만나 파주의 텃밭으로 함께 갔다.
집으로 오르는 길목에 피어있는 국화는
내가 시골집으로 들어가면
담장밑에 꼭 심고 싶은 바로 그 모습이었다.
화사하게 핀 잘 키운 국화보다
왜 나는 이렇게 아무곳에서 뒹굴며 피어있는
야생 국화가 더 좋은 것일까?
지인 부부는 일요일이라 장로로 재직하는
근처의 교회로 서둘러 떠나가고
혼자서 비닐하우스 안에 매달린 고추를 땄다.
오늘 고추대를 잘라 버려야 한다고 하였기에
이제 막 맺히기 시작한 고추도 다 따야만 한다고 하였다.
이리저리 고추대를 젖혀가며 남김없이 고추를 땄는데
한바퀴 돌고 다시 가보면 눈길 닿지 않은 곳에
꼭 몇 알의 고추가 남아 있었다.
문득 성경속의 나오미의 며느리 룻의 이야기가 떠 올랐다.
룻은 시어머니 나오미가 친정으로 돌아가 새로운 삶을 살라는
충고를 거절하고 시어미니의 곁에서 봉양하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날 룻은 보아즈의 가을걷이가 끝난 들에 나가
남은 이삭을 줍고 있었고 그 모습을 눈여겨
본 부자 주인인 보아스의 눈에 들어 그의 소실로 들어가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 다윗의 증조 할머니가 되었다.
고추를 남김없이 따면서 어쩌면
룻이 줏을 이삭을 한 두개쯤 남겨 놓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살며시 웃어 보았다.
서서 하는 일이니 쪼그리고 앉아 하는 일만큼
힘들지는 않았지만 비닐 하우스안에서 작업을 하니
열어 놓은 틈사이로 바람이 들어 오긴 하였지만 땀이 났다.
1시가 넘어도 교회로 간 지인은 돌아오지 않고
힘들어 잠시 나누 그늘로 들어가 땀을 식히니
오늘 중으로 고추대를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물 한모금 마시고 다시 밭으로 들어가 열심히 땄다.
텃밭에서 기른 열무며 고추 절임등으로
점심을 맛나게 먹은 후 오후에는
끈으로 배추포기 묶기 작업을 하였다.
무릎이 좋지 않아 나는 서서 끈을 자르는 일만 하였다.
그 많던 고추도 다 정리하고 배추 돌봄도 끝난 후
열무 솎아주기를 하였는데 어찌나 여린지
내 손길 가는 곳마다 열무가 드러 누워 걱정되었다.
다행히 곧 튼튼히 서게 되니 걱정하지마라는
지인의 설명을 들으니 안심이 되었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 무렵
지인이 오늘 수확한
고추와 열무 가지 등을 한보따리 챙겨줘서
문산역에서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문산역에서 집까지는 거의 3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였다.
전철안에서 꼬박 졸 정도로 몸이 고단하였지만
마음은 더없이 넉넉하고 풍요로웠다.
집앞 길바닥에 나뒹구르며 피어 있는 국화.
지인의 주말 주택.
3개의 바구니를 나란히 놓고 붉은 고추. 푸른 고추. 고추잎 종류를 나눠서 땄다.
작은 규모의 비닐하우수지만 이 곳에서 일용할 양식을 다 거둬 들인다고 하였다.
지인이 열무를 솎아주는 모습.
내가 솎은 여린 열무를 거둬 들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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