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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우화
신경숙 소설
문학동네 출판사 ((2112년 3판)
((2014.3.20~31)
신경숙은1985년 중편 <겨울우화>로 문예중앙 신인상을 받은 작가다.
외딴방, 깊은 슬픔, 풍금이 있던 자리.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모르는 여인, 딸기밭, 바이올렛. 엄마를 부탁해. 리진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녀의 서정적인 글쓰는 풍을 좋아하는 나는 대부분의 그의 소설을 다 읽었다.
이번에 우리 마을의 작은 도서관에서 새로 구입한 목록중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펼쳐 들었는데,
언젠가 읽었던 느낌이 들어 책뒤의 작가의 말을 보니
1990년 출간을 한 소설집을 1998년 <강물이 될 때까지>로
이름을 바꾸어 출간하였다가 다시 2012년 <겨울우화>로 3판 출간하였다.
아마도 나는 <강물이 될 때까지> 제목으로 읽었던 모양이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은 겨울 우화, 강물이 될 때까지. 밤길.
조용한 비명. 성일. 초경. 황성옛터. 지붕. 등대댁. 어떤 실종. 외딴 방 등
모두11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다시 읽어도 역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작가가 20대에 쓴 소설이니 그녀의 경험을 토대로 쓴 소설인데
마치 그림으로 그려 놓은 듯 배경과 상황이 손에 잡힐듯 묘사되어 있었다.
11편의 작품중 밤길. 초경. 외딴방이 특히 좋았다.
<밤길>은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어수선한 마음을 안고
버스를 타고 가다가 서울역앞에서 문득 고향으로 가는 열차를 타면서
부터 시작되어서 같은 좌석에 앉게 된 여인의 이야기,
자신의 무관심이 이숙을 죽음을 방관한 것에 대한 회한을 담은 내용이었다.
고향에 새벽5시에 도착하여, 서울로 상경하는 열차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고향 마을에 아직도 남아있는 목욕탕에 들어가
우연히 여학생 시절의 친구였던 명실이를 만나 물장난을 치면서
잠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다시 자신과 화해를 하고 위안을 얻어
서울로 향하는 장면을 조용하게 이끌어가는 소설이었다.
그런데 여학생 시절의 친구 명실이가
수녀가 되어 다시 고향의 성당으로 부임을 하였고,
새벽에 몰래 수녀원을 나와 대중목욕탕에서 목욕을 하였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것은 내가 아는 천주교의 상식과는 너무 다르다.
수녀님은 자신의 고향으로 부임할 수 없고,
더구나 대중목욕탕은 절대로 이용할 수 없다.
아마도 작가가 그 사실을 깊이 알지 못하고 쓴 글이었던 것 같다.
<초경>은 사춘기에 막 접어든 소녀 윤양희의 눈으로 본
70년대 한국의 농촌 풍경과 민주화 과정의 소용돌이속의 이야기였다.
오랜 가뭄으로 논바닥은 거북등처럼 타들어 가는데,
어릴적부터 수제소리를 들었던 오빠는 서울로 대학을 갔지만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데모대열에 합류하여 제적을 당해 시골집으로 돌아온다.
소아마비 언니는 마을 공사판에 일하려 온 목수와 눈이 맞아 집을 떠났고
양희는 농사일로 바쁜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초경을 치룬다.
아버지가 읍내 여자와 은밀한 만남을 가지는 것을 우연히 보았다
양산을 쓰고 하얀 모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읍내여자는
농사일로 자신의 모습을 가꿀 여력이 없는 엄마와는 너무나 다른 여인이다.
읍내 여자의 조카 정희는 도시에서 온 심장판마증 소녀로 양희의 선망이었다.
정희의 화려한 머리 리본을 부러워하다가 결국은 빼앗다시피 하여 받았지만
결국은 그 리본을 머리에 달지도 못하고 정희의 죽음 소식을 듣고 강물에 버린다.
집에 돌아온 오빠는 농사일에는 전혀 관심도 없고
양희에게도 살가운 시선을 보내지 않고 종일 방문을 닫고 칩거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오빠는 양희의 미래에 대한 선망이며 희망이다.
그 오빠를 찾아온 동료를 어머니 몰래 비밀리에 숨겨주고 도와준다.
그런 혼돈의 와중을 겪은 소녀의 모습을 섬세하게 묘사한 소설이었다.
<외딴 방>은
시골에서 중학교만 졸업하고 오빠를 따라 상경한 소녀의 눈으로 본
80년대 한국의 산업화 과정을 잘 묘사한 소설이었다.
전철역 근처의 다닥다닥 붙은 37개의 벌집같은 셋방에서
소녀는 봉제공장에 다니며 고등학교 과정의 야간학교를 다닌다.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창문도 없는 방에서 사는 희재언니를 만나
가상의 미래를 꿈꾸며서로 위안을 받고 우정을 쌓아가지만,
동생의 뒷바라지를 하기 위한 희재언니가 돈을 더 벌기위해
학업을 중단하고 다른 길을 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그 언니의 부탁으로 학교에서 귀가한 후 언니가 그 방안에서 자살한 사실도 모르고
밖에서 자물쇠를 잠궈주는 부탁을 실행하였다는 것을 뒤늦게야 깨닫는다.
죽음을 방조한 그 사실이 얼마나 오래동안 소려를 괴롭혔을까....상상하니
내 가슴이 무너져 내릴듯이 아프게 한 그녀의 대표 소설이었다.
나는 특히 그녀의 서정적이고 시적인 문체를 좋아한다.
예를 들면,
이숙이와 산책했던 그 능에서의 저녁 무렵을 기억한다.
잔양이 희미하게 수목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길목에 명암을 만들었다.
이숙이 그 명암 속에서 희미하게 웃었다.-<밤길>에서.
탕안에 우리 둘 뿐이다. 우리의 웃음이 탕안을 뚫고 나가지 못한
우리의 웃음이 타일벽에 부딪혀 울린다.
명실의 머리는 길고, 명실의 등뼈는 부드럽고, 명실의 가슴은 복숭아 빛이고,
명실의 발톱엔 봉숭아 꽃물이 초승달 모양으로 남아 있다.-<밤길>에서
희재 언니가 물었고 나는 그럼, 대답했다.
꿈속같은 시간에 그녀는 현실을 모두 뒤바꿔 놓았다.
그녀의 동생은 이미 대학에 다니고 있었고,그녀는 미싱사가 아니었으며,
서른 일곱개의 방중의 그 어느 한방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외딴방>에서
도배를 한 다음부터 희재언니의 방에 누우면 그 잔꽃들이 어지러워
나는 눈을 감곤 했다. 낡은 벽지와 대조를 이루어 천장만 살아 있는 듯 했다.
눈을 감으면 전철이 멎었다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희재언니의 방을 알고부터 그래도 그 집에서는 내 방이
숨통트이는 방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초경>에서.
달달달.....여전히 들판에선 양수기 돌아가는 소리가 지루하게 들려오는데도,
처음 와보는 아주 낯선 곳에 혼자 버려진 듯한 외로움이 담담하게 가슴을 조여와,
싸르륵 아파오는 아랫배의 통증과 메슥거림을 참고 저녁별을 등지고 앉아
꽤 오랫동안 운다. 초경이다-<초경>에서
이처럼 신경숙의 소설은 마치 내가 소설속의 배경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 상황속에 놓여 있는 듯 하였고 등장 인물들과 함께 호흡하는 듯 하게 만들었다.
어쩜 이렇게 꼭 필요한 단어들을 찾아서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그녀의 소설을 읽으면 마치 내가 소설속의 주인공이 된 듯 공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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