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첫날.
근처에 사는 이미지가
"언니, 우리 성주사 갈래요? " 한다.
지난 여름 매미 소리 요란 할적에 찾았던 그 곳은
어떤 모습으로 가을빛을 즐기고 있을까?
이미지는 마음이 혼란할 적에는
대웅전에 앉아 있으면 편안해 진다고 한다.
욕망으로 불면의 밤을 보내는 나도
그 욕망을 좀 덜어 낼 수 있을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떨어진 낙옆을 밟으며 천천히 본당으로 향했다.
대웅전에 삼배부터 올리고
무릎꿇고 앉았다.
부처님, 제 왔어요.
살아 갈수록 왜 이렇게 사는 것이 힘들어요?
나에게 주어진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이 탐욕은 도대체 어떻게 버려야 하나요?
죽으면 모두 버리고 가야 할 것을 잘 알면서도
왜 이렇게 아귀같이 붙잡으려고 하나요?
저 마당에 서 있는 나무들은
시인 도종환의 시처럼,
버려야 할 것을 아는 순간부터
아름답게 불탄다는 것을 알고 실천하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인 나는
왜 버렸다가는 또 다시 주워 담고 하는지요?
모든것을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생의 절정에 서는
저 나무를 닮고 싶어요.
내 속의 모든 탐욕과 무지와 성냄을 모두 벗어 놓고
가고 싶으니 제발 도와 주세요.
오후 4시를 넘은 가을빛은
점점 기운을 잃어가는듯 하였다.
앞서 내려가는 차의 뒤꽁무지를 따라
화르르~날리는 낙엽이 어쩌면 저리도 예쁠까?
돌아오는 차속에서
옆에 앉아 운전하는 이미지가
언니....
뭐라고 계속 이야기 하는데
나는 왜 그렇게 졸음이 밀려드는지....
내 욕망을 들어냈기 때문일까?
응응.... 하면서도
까무룩히 잠이 들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따스한 일상생활의 냄새.
학교에서 돌아온 중1딸 아라가
TV화면을 보고 있는 것을 보고
너, 빨리 옷갈아 입고 피아노 연습해야지~!
욕망을 내려 놓고 왔는가? 했는데
그 욕망은 내 발밑에 숨어서
다시 나를 따라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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