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가을이 깊어가는 성주사

푸른비3 2007. 11. 2. 04:44

11월의 첫날.

근처에 사는 이미지가

"언니, 우리 성주사 갈래요? " 한다.

 

지난 여름 매미 소리 요란 할적에 찾았던 그 곳은

어떤 모습으로 가을빛을 즐기고 있을까?

 

이미지는 마음이 혼란할 적에는

대웅전에 앉아 있으면 편안해 진다고 한다.

 

욕망으로 불면의 밤을 보내는 나도

그 욕망을 좀 덜어 낼 수 있을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떨어진 낙옆을 밟으며 천천히 본당으로 향했다.

 

대웅전에 삼배부터 올리고

무릎꿇고 앉았다.

 

부처님, 제 왔어요.

살아 갈수록 왜 이렇게 사는 것이 힘들어요?

 

나에게 주어진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이 탐욕은 도대체 어떻게 버려야 하나요?

 

죽으면 모두 버리고 가야 할 것을 잘 알면서도

왜 이렇게 아귀같이 붙잡으려고 하나요?

 

저 마당에 서 있는 나무들은

시인 도종환의 시처럼,

 

버려야 할 것을 아는 순간부터

아름답게 불탄다는 것을 알고 실천하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인 나는

왜 버렸다가는 또 다시 주워 담고 하는지요?

 

모든것을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생의 절정에 서는

저 나무를 닮고 싶어요.

 

내 속의 모든 탐욕과 무지와 성냄을 모두 벗어 놓고

가고 싶으니 제발 도와 주세요.

 

오후 4시를 넘은 가을빛은

점점 기운을 잃어가는듯 하였다.

 

앞서 내려가는 차의 뒤꽁무지를 따라

화르르~날리는 낙엽이 어쩌면 저리도 예쁠까?

 

돌아오는 차속에서

옆에 앉아 운전하는 이미지가

언니....

뭐라고 계속 이야기 하는데

나는 왜 그렇게 졸음이 밀려드는지....

 

내 욕망을 들어냈기 때문일까?

응응.... 하면서도

까무룩히 잠이 들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따스한 일상생활의 냄새.

 

학교에서 돌아온 중1딸 아라가

TV화면을 보고 있는 것을 보고

너, 빨리 옷갈아 입고 피아노 연습해야지~!

 

욕망을 내려 놓고 왔는가? 했는데

그 욕망은 내 발밑에 숨어서

다시 나를 따라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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