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뎃생하기

푸른비3 2007. 10. 20. 08:23

2007년 봄학기부터

창원 전문대학 수채화 반에 등록하였다.

 

그림 그리기 경력이 10년이 넘었지만,

항상 집중하지 못하고잡념속에서,

그냥 그림 그리는 분위기를

즐겼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좋아서 그냥 즐기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나보다 늦게 배운 사람들이

나를 앞질러 저만치 가고 있는 걸 바라보다

나도 이제 좀 집중해서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창원까지 가는 수고도 마다않고

등록하였지만, 항상 그 수준이었다.

 

집에서는 전혀 그리지 않으니

그나마 학교에라도 가면 붓을 잡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만 가지고

수채화 가방을 들고 다녔다.

 

그런데, 나는 제대로 사물에 맞는

정확만 색 하나도 만들어 내지 못하였고,

뎃생도 대충하였기에 완성된 그림을 보면

오히려 새로 갓 배운 사람들의 그림보다

완성도가 훨신 뒤떨어졌다.

 

다른 사람들은 학교에서 그린 그림을 집에 가서

다시 한번 그려 보고, 덧칠까지 꼼꼼히 하여

그 다음주 수업날 가져와서 평가를 받는데,

나는 어찌된 셈인지 일주일이 후딱 가 가버려

내 놓을 그림 한 점 그려가지 못했다.

 

어느날,

선생님은 그림을 제출하지 않은 사람은

설명도 들을 수 없다고 하여

수업갈 날이 가까워 지면 걱정이 되었다.

낮에는  심심해 하면서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는데,

새벽에 일어나 그림을 그려 보았다.

 

이번 주 수업에는 나도 당당하게 숙제를 제출할 수 있겠구나....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갔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제 겨우 한학기를 배운 사람들이

정말 실물과 똑같게 신발을 그려왔는데

나는 그만 기가 죽어 버렸다.

그나마, 선생님이 숙제를 해 왔다고 격려를 해 주셨다. 

 

자다가 잠이 깬 시각이 겨우 새벽 2시 반.

좀 더 잘까? 하다가

그냥 수채화 숙제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거실로 나와

어제 그렸던 구두 한짝을 다시 뎃생해 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그려도 왼쪽 구두가 오른쪽 구두가 되어

바뀌어 지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가 잘못 되었을까?

 

이렇게 사소한 구두 한짝 그리는 것도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데

나는 그동안 너무나 안일하게 생각해 왔구나.

그림 그리기에 온 마음을 바치는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새벽 3시반 부터 3시간 가까이

지우고 또 다시 그리고 하였지만

역시 내 눈이 정확하지 않은지

구두는 왼쪽이 아니고 오른쪽 구두가

되어 버렸다.

 

 소재가 된 왼쪽 구두의 사진.

 

 지난 주에 그린 그림.

 

 다시 오늘 새벽에 일어나 그린 뎃생.

 

 아무래도 이상하여

윗부분을 뒤로 약간 더 넘겨서 그려 보았다.

그래도 아니다.

 

 다시 목부분을 세우고 약간 높혀 보았다.

그래도 역시 아니다.

아무래도 뎃생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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