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가을 소풍

푸른비3 2007. 10. 13. 06:52

내 친구 병연이가 가을 소풍을 가잔다.

진영에서 약국에 근무하는 용점이 보고 싶다고.

 

병연이는 아직 초보 운전이라 시외로 나가는 것이

약간 두렵다고 하면서도,

운전을 하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단다.

 

나도 장롱면허만 있을 뿐 아직 운전할 줄 모른다.

내가 운전까지 하게 되면

하루도 집에 붙어 있을 날 없을거라고 남편은 말했다.

 

용점이가 사 주는 맛있는 돼지 갈비를 먹고

용점이만 남겨 두고 우리끼리만

우곡사로 향하려고 하니 마음이 캥겨

자꾸 뒤를 돌아 보았다.

 

나도 엣날 일이 있을적에

한가롭게 다니는 친구들이 부려웠는데....

 

동읍 우곡사 가는 길은 가을이 내리고 있었다.

아직 잎들은 푸른빛이 더 많았지만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 떨어지고

논가의 누렇게 익어가는 논두렁콩에

떨어지는 햇살도 두터웠다.

 

마을을 벗어나니 바람에 파문을 일으키는

저수지의 물빛도 가을을 담고 있었다.

저수지 주변의 절로 피어난 코스모스와 구절초에도

가을은 찾아와 머물고 있었다.

 

산자락 깊숙히 들어앉은 우곡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바라본 하늘빛은

눈이 시리울 정도로 파랬다.

산위에 엷게 덮힌 흰눈같은 구름을 바라보니

그대로 내 몸이 하늘로 빨려 드는 듯....

 

우곡사는 자연석으로 놓인 계단 높직히 자리 잡고 있었다.

간간히 찾아오는 방문객이 제법 있었다.

병연이와 나도 옆문으로 들어가 삼배를 올렸다.

 

왼쪽으로 빙돌아 차도가 있기에

그길로 돌아 내려오는데

가득히 스며드는 향긋한 냄새.

 

수령 500년의 은행나무 바로 앞에

금목서가 하얀 꽃을 가득 피우고 있었다.

아, 가을의 냄새는 저 금목서에서도 나는구나.

왜 가을에 피는 꽃들의 향기가 더 짙은 걸까?

 

금목서 곁의 편편한 바위위에 앉아서

건너편 산과 하늘을 바라보니

집에 돌아오기 싫었다.

그냥, 집에 가서 저녁 준비도 하지말고

이렇게 가을 바람과 햇빛과 놀았으면....

 

그래도

일용한 양식을 벌어 올 남편과

늦동이 딸 아라가  돌아 오기전에

집으로 돌아 가야지....

끄응~하고 일어났다.

 

 

 내 친구 병연이.

 

 우곡사 대웅전 오르는 계단.

 

 대웅전 아래의 약수.

 

 약수를 마시는 모녀가 정겨워 보였다.

오른쪽이 어머니인데

몸이 불편한 듯...딸이 어머니를 보살펴 주었다.

 

 대웅전.

 

 선명한 단청.

 

  

  대웅전 곁의 공덕비.

  

 대웅전 안의 불상색상이 참 우아하였다.

 

산신각이라고 하던가?

 

 

 

 

 철지나 핀 여름꽃들.

 

 대웅전 오르는우회로.

 

 슬핏 기운 가을 햇살 가득 받고 서 있는.

 

 

 우회로에서 뒤돌아 본 대웅전.

 

 고사목인가? 벌써 잎을 다 떨군 나무인가?

 

 

 

 

 

 

 나무들 뒤로 보이는 흰구름 가득한 하늘.

 

 달콤한 향기 가득 내뿜는 금목서.(나무 이름이 자신이 없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금강석같다. 

 

 땅에 가득 떨어진 하얀 꽃송이.

 

 벌서 이렇게 맥문동은 열매를 맺었구나.

 

 수령 500년 은행나무.

 

무성한 이 은행잎이 황금빛으로 변하면 늦가을 소풍을 또 올 수 있을까? 

 

 나무 속은 다 죽었는데도

어떻게 이렇게 많은 잎들을 달고 있는지?

염원을 담은 조그만 불상과 탑들이 가득하엿다.

 

 은행나무 아래서.

 

 

 

 파문을 일으키는 저수지의 물.

  

 병연이와 그의 애마 지프.

 

 저절로 피어난 코스모스.

 

 

 

 

 가을 소풍 끝내고 돌아가는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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