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진주에서 번개치던 날.

푸른비3 2007. 6. 16. 08:23

 

오늘 아침 아파트 하늘위로 드러난 맑은 하늘

 

    *      *     * 

지금 창밖은 파란 하늘에 높은 흰구름이 둥실 흐르고 있다.

어제 저녁 진주의 번개와는 너무 판이한 하늘.

그러나, 내 마음은 아직도 번개를 맞은 듯 뒤숭숭하기만 하다.

 

내가 가입한 산악회에서

진주회원들이 모처럼 진주에서 번개 모임을 갖는다고 하였다.

그동안 몇번 번개 모임에 가기는 하였지만,

술도 못마시고 분위기에 어우러지지 않아

마음은 있지만, 가지 않았었다.

 

이번 진주에서의 모임은

평소 내가 아끼던 울타리님이 치는 번개였으니

더욱 가고 싶었다.

진주 진양호와 남강에서의 밤데이트를 상상하니

무척 낭만적인 밤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약속된 시간에 산행대장님의 차를 타고 진주로 향하였다.

안개님, 보디가드님, 회장님 5명이 한차를 이용했다.

평거동에 있는 하늘 정원이라는 모임장소로 안내하기 위해

울타리님이 서진주IC까지 나와서 기다려 주었다.

평소 산에서 등산복입은 모습만 보아왔던

울타리님의 핸섬한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ㅎㅎ

 

처음먹어보는 양고기 구이.

냄새가 전혀 없고 담백하고 부드러웠다.

 

진주가는것만 생각하였지

귀가할 시간을 전혀 생각지도 않았는데

분위기가 무르익는 걸 보니

그냥 저녁만 먹고 일어설 분위기가 아닌 것을 보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하였다.

 

술도 마시지 못하는 나.

매실 2잔이 목구멍으로 타고 내려갈때의

짜릿한 맛은 느끼지 못하였지만

부드럽고 달콤한 향기가 좋았다.

이대로 몇잔 더 마시면 나도 아득한 기분이 드는걸까?

그러나 뒷일을 감당할 능력이 없어

더 이상은 마시지 않으려고 하였다.

 

아무도 집에 갈 생각도 하지 않고

나만 안절부절하는 것 같았다.

시내의 빅토리아 나이트 클럽앞에 도착하자

보디가드님은 동백님을 데리고

잠시 어디 좀 가자고 하였다.

알고 보니 내 왼쪽 스타킹의 댄싱이

나있어서 스타킹을 사러 가자고 하였단다.

 

그제야 내 다리를 살펴보니 아주 커다란 댄싱이 나 있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보는 사람이 많이 민망하고 신경에 거슬렸던 모양이다.

스타킹 벗어버리면 되니까 마음쓰지 마세요.

이렇게 말하고 그대로 벗지 않고 있었다.

 

내가 만약 40대의 아줌마라도 스타킹에

신경이 많이 쓰였을 것이다.

50대를 넘긴 아줌마는 이래서 여자도 아니다 라고 하는 모양이다.

그냥 이렇게 줄무늬 난 스타킹도 있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되지 않은가?  ㅎㅎ

 

나이트 클럽에 몇년만에 발을 들여 놓아 보는가?

아마5~6년 전에 가보고는 처음일 것이다.

남편은 술좌석 뒤에 몇번 가 보았을 테지만

나보고는 한번도 가 보자고 하지 않았다.

나 역시 술도 못 마시고 춤도 추지 못하니

자연히 그런 곳을 찾지 않았었지만

호기심까지 사라 진 것은 아니었다.

 

심장을 쿵쾅 두드리는 음악에 가슴이 벌렁거렸다.

그러나 남편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 않앗다.

남편도 오늘 저녁 모임이 있다고 하였으니

나처럼 늦겠지....

 

내가 전화를 하였지만 받지 않았다.

나 오늘 좀 놀다 들어갈께요.

미안해요.

메세지를 보내었더니 조금 후 전화가 왔다.

여보 나도 오늘 모처럼 놀다 가고 싶으니

뭐라고 하지마~! 하고 전화를 끊었다.

 

시간이 깊어져도 돌아갈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언제 가요? 하고 묻자,

언니~! 이제 막 필이 오는데 가기는 뭘 가요? 한다.

에라 모르겠다.

나도 배짱크게 살아보자.

 

밤길을 총알처럼 달려 마산역앞에 도착한 시간이

1시를 조금 넘긴 시간.

집까지 뛰어갔다.

제발 남편이 나보다 늦었으면....

가끔 남편은 새벽 4시가 넘어 들어오기도 하였으니.

 

키를 돌려 보았으나 전혀 돌아가지 않았다.

걱정했던대로  잠금장치를 남편이 내려 놓아 버렸다.

벨을 눌려 보았으나 금방 끊어져 버렸다.

집전화는 내려 놓아 통화중.

딸아이 전화로 해 보아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중에 보니 딸 전화기마저 남편이 가지고 있었다.

 

30분 정도 벨을 눌려 보다가

그냥 이대로 여관에라도 찾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옆집 할머니까지 나와서

아라 아버지 문 좀 열어줘요.

하였으나, 그대로 무반응.

나도 오기가 잔뜩 든 상태에 까지 가서야

문을 열어 주었다.

문이 열리기만 해 봐라~

 

아무도 나처럼 집에 돌아갈 걱정하는 여자 없더라.

큰소리치며 들어갔더니 그런데로 찾아가라고 하였다.

나도 취기가 오른 것일까?

잘못�다고 빌었던 옛날과는 달리

큰소리�다.

 

이왕 이웃에게 창피를 당하였으니

더 이상 부끄러울 것도 없었다.

나도 이제부터 술도 마시고

내 마음대로 하면 살꺼야~!

큰소리쳤더니 남편은

베개를 가지고 딴방으로 옮겨갔다.

갈테면 가라지~!

 

이렇게 딴방을 쓰기 시작하면

또 언제까지 내게 말도 안할 건지?

아유~!  머리야~!

두통에 머리를 싸매야 할 것이다.

그래도 지난밤 번개는 좋았다.

 

언제 또 내가 먼저 갑갑하여

백기를 던질 모르겠지만

나도 이제 내 하고픈 대로 하면서 살꺼야.

지천명을 넘긴 나이에

아직도 허락을 받고 외출을 해야 하는가?

 

모임장소 하늘정원의 입구

 웨딩홀로도 사용하는 듯.

 

 아이들이 뛰놀면 좋을듯한 잔디밭도 있고.

 

신랑 신부가 건너는 오작교인가? 

  

 회장님과 산행대장님.

 

목소리짱과 ? 

 

진주의 싸리문님.

 

초청해 준 울타리님.

 

 싸리문님의 미소가 깨끗한 모습. 만나서 반가웠어요.

 

자칭 미남이라고 잔신만만한 번뇌님.

 

 회장님의 넉넉한 저 미소.

 

 남녀 좀 섞여 앉아야징~

 

 

 

 멋진 포즈의 울타리님.

오늘 핀컬 파머까지 하였다네....

 

 

안개님과 쪽문님의 러브샷.

  

 진선미님, 동백님, 나나님, 모두 만나서 즐거웠어요.

 

 함양에서 온 야생화님, 그리고 안개님.

 

 

 광란의 밤, 빅토리아 나이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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