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람사총회를 앞두고
우포에서는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린다.
이번 람사행사에는
우포늪 주변의 경치를 담은
사진전과 더불어 그림 전시회도 열리는데
우리 창원 일요 화가회 회원들의 그림 전시회를
초대 받았기에 많은 회원들의 참여를
바란다는 공지와 메세지가 있었다.
한달 전부터 친구들의 모임을 약속한 날이
바로 같은 날 겹치는 게 아닌가?
친구에게 사정을 말하고 다음으로 연기하자고 하니
늦게라도 모임에 오라고 하였다.
일기 예보에 돌풍과 바람이 분다기에
어쩜 행사를 빨리 마치고
돌아 갈 수 있겠구나.
일단 얼굴 도장은 찍고 와야지....
하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우리가 행사장에 도착할 무렵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줄기차게 끊임없이 내리고 있었다.
우포늪에서 벌이는 행사이기 때문에
오히려 생명을 키워주는 하늘의 도움이라고
위로를 하는 주최측의 인사말이 있었지만
우리는 불편하기만 하였다.
처음부터 그림을 그리겠다는
마음이 없었기에 언제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마음은 나뿐인가?
아무도 돌아가자고 보채는 사람이 없었으니....
습지에서 죽어간 뭇 생명의 넋을 달래기 위한
천도제를 시작으로
여러가지 무속행사가 벌여졌는데
비가 와서 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했다.
어탕국수를 발밑에 물이 흥건히 고인
천막밑에서 먹은 후
비에 젖은 마을이나 한바퀴 돌고 싶어
언덕을 넘어 갔는데
처마밑에 이젤을 펼쳐놓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건넸더니
그곳에는 부산 회원들이
일찌감치 들어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들의 열정에 새삼 놀라고 있는데
어느새 군애씨가 따라와
우리도 그림을 그리자고 은근히 부추겼다.
아~ 난 그냥 사진만 찍고 갈래요.
오늘은 그림을 펼치고 싶지 않은걸요.
그렇게 말해놓고 나니
이왕 집에 갈 수 없을바에야
그냥 한폭 그려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농기구를 넣어두는 창고앞에 우리둘은 자리를 잡고
운무에 젖어있는 들판을 그려 보았다.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넣기 시작하는데
슬슬 싫증이 나기 시작하였다.
공부도 그림도 머리가 아니고
엉덩이로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나는 엉덩이가 덜썩거려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저만치 보이는 늪까지 갔다 와야지...
생각하며 들길을 걸어가는 중
지금 너 데리러 그곳으로 출발하니
기다리고 있으라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유붕자원방래하니 불역열호....공자님의 말씀처럼
내 가슴은 기쁨으로 가득차서
다시 이젤을 펼쳐 놓은곳으로 되돌아왔다.
아까는 몰랐는데
우리가 앉은 자리에는
키큰 지칭개가 수북히 피어 있는 곳이 아닌가?
군애씨는 보랏빛 그꽃을 보고
엉컹퀴라고 하여 내가 좀 아는체를 하고....
친구가 올 무렵이 되니
오히려 그림에 대한 욕심이 슬슬 나기 시작하여
붓을 놓기가 아쉬웠다.
그림이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한나절을 자연과 교감하면서
즐겼다는 생각을 하며
짐을 챙겨 일어나니
때마침 친구가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함께 간 회원들에게 미안하다는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은 또다른 모습으로 눈에 들어왔다.
비가 그친 풍경은 아까와는 또다른 얼굴이었다.
늪에서 조용히 미끌어지는
물새와 조각배를 차창으로 바라보며
오늘 하루도 나에게 허락한
자연과 가족과 회원님들에게 감사한 하루였다.
비가 줄기차게 내리고 있는 속에서 행사가 치루어졌다.
우리가 도착하니 스님이 단상에서 천도제를 지내고 있었다.
여러가지 행사가 준비되어 있었고
마음대로 그려보기천이 펼쳐져 있어 나도 연꽃을 한 송이 그려 보았다.(3번째 사진)
우리회원들의 작품도 전시하였고, 단상에서는 영혼을 위로하는 씻김굿을 하고 있었다.
연꽃을 재료로 한 차와 다과도 준비되어 있었고
우리에게 권하여 저 앙증맞고 예쁜 다과를 맛보았다.
우포에서 만난 아름다운 두 여인.
굿이 진행되고
창녕출신 작가 유진수의 작품들.
이곳 생명운동을 하는 사람인가?
작품앞에서 미숙씨와 함께.
빗줄이 바닥에 고여 질척거리는 식탁에 앉아 어탕국수로 점심을.
꽁지머리를 한 남자는 무엇을 잘못했는가?
무당이 회초리를 들고 준엄하고 나무라고 꽁지머리는 두손을 모두어 열심히 빌고 있었다.
우비를 쓴 아낙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단비를 맞고 마늘은 자라고 있었고, 노랗게 핀 괴불주머니꽃은 말없이 피었다 지고 잇었다.
비오는 날은 어디나 펼치면 다 그림소재가 될 것 같다.
비는 그만큼 딱닥한 마음을 부드럽게 만드는 것일까?
산과 들에 내리는 비는 그야말로 푸른비였다.
내 그림소재가 된 풍경.
멀리 줄지어 가는 사람들도 자연과 동화되어 한폭의 그림이다.
지칭개가 가득한 농막앞에서 군애씨와 둘이서 작업을 했다.
친구가 날 데리려 와 먼저 자리를 떴는데
비가 개이고 길가의 플라타너스가 너무 아름다워 잠깐 멈추게 하고
사진을 찍었더니, 때마침 나룻배가 떠있는 모습을 찍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