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향기 많은집'카페에서 이번 5월5일,
합천 황매산으로 정모 장소를 정하였다는 공지를 읽고마음이 흔들렸다.
3일 연휴이어서 아들 면회도 할겸, 서울 친정 나들이 하고 올 계획이었다.
석가탄신일이지 어린이날이었기에, 올해가 어린이날 행사 마지막이라고
아라도 기대가 가득한데, 나만 쏙 빠져 정모에 가기는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겨울내 감기 한번 하지 않고 잘 보내었는데,
아들 일로 며칠 밤잠을 설친 탓인지 감기까지 심하게 들었었다.
별 마음 내켜 하지 않는 아라를 "가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꺼야.
산길이 온통 야생화밭이란다...."겨우겨우 설득하였다.
마음이 설레인 탓일까?
거의 뜬눈으로 보내고 새벽에 일어나려니, 머리도 무겁고,
다리근육까지 아팠다.
이러고도 내가 과연 산을 오를 수 있을까?
하면서 도시락 준비를 하였다.
남편은, 아프다고 밤새 낑낑 대면서도 일어나 준비하는 날,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솔나루님이 집앞까지 차를 가져와 우리 모녀를 태워 주셨다.
아라도 나에게 감기가 옮았는지 밤새 기침소리가 나기에
자다가 일어나 아라방에 가서 오래동안 함께 누워 있었다.
기침소리 남편에게 들릴까? 걱정되어 문을 꼭꼭 닫아두고....
아라는 차멀미를 하는 아이였으므로 차를 타자 곧 힘들어 하였다.
어린이날인데 너무 내 생각만 한것은 아닌가?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무릎을 베고 잠들었기에 한숨을 놓았다.
(아라는 그때 너무 속이 울렁거려 내 무릎을 베고 울었다고 나중에
이야기 하였다)
약속 장소 가까워 가는데, 대구에서 오신 우담님의 도착하였다는
전화를 해 주셨다
좋은 사진과 글솜씨로 알고 있었던 분을 직접 만나게 되었는데,
전혀 서먹하지 않게 날 안아 주셨다.
우담 옆지기 좌담님?의 부부 금슬이 장군님 못지 않은 것 같았다.
기다리는 동안 커피 한잔을 나누고 근처 논으로 내려 가 보았더니
못자리하기 위해 물은 댄 논에 올챙이가 씨를 부어 놓은 듯 하였다.
감기기운, 멀미기운으로 힘이 쭉 빠져 있던 아라는 언제 그랫냐?
싶은 모습으로 막대기를 주워 들고 논바닥을 헤집고 다녔다.
한시간 가량 기다리고 있는데 옆구리에 "꽃향기 많은 집"프랭카드를
단 대형버스가 드디어 도착하였다.
처음 뵙는 분들, 그러나 모두 꽃을 사랑하는 한가지 마음으로
쉽게 친해 질 수 있었다.
(나는 아직도 부끄럼을 타는 편이라 먼저 접근을 하지 못한다.
특히 잘 생긴 남자분앞에서는 ㅎㅎ)
항상 댓글을 달아주신 오성장군님이 가장 먼저 뵙고 싶었다.
플레지어님은, 오성장군님이 그렇게 일편단심으로 사랑을 쏟아부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이 아름다운 분이셨다.
처음 뵌 분들과 어울려 산길을 오르고 싶었지만
어느새 나는 또 아라와 단둘이 되어 산을 오르고 있었다.
솔나루님은 새로 장만한 수동식 카메라로 들꽃을 찍기에 여념이
없어, 어디에서 헤어졌는지도 모르겠고....
등성이를 오르니 들판같이 넓은 곳이 나타났고, 바람이 심하여
모자가 날아갈 것만 같았다.
아직 철쭉이 조금 이르긴 하여도 태고의 신비가 묻어나는 곳 같았다.
이곳에서 영화 '단적비연수'를 찍었다고 하였는데
참 적절한 장소 같았다.
힘들어 하는 아라는 산등성이에 놓아두고 혼자서
정상을 향하여 올랐다.
불어오는 바람에 다리까지 후들후들 떨렸다.
겨우 정상에 올랐다고 생각하였더니 그곳이 정상이 아니라고 하였다.
저만치 앞에 보이는 곳까지 갈 생각하니, 기운이 다 빠져,
그래, 이곳까지 왔으면 됐지. 꼭 정상까지 가야 하나?
마음을 바꾸고 돌아서 내려왔다.
(오성장군님, 내외분이 그곳까기 간 줄 알았다면, 기운을 내어
다시 올라갔을지도 모른다, 내 앞을 먼저 지나간 사람이 없을 것
같았는데... 2시까지 내려갈 시간도 걱정이 되었고....)
하산길에 비타민과 꼬마방울을 만나 포옹을 하였다.
길눈이 어두운 나는 그냥 앞서가는 장군님만 다라 내려갔더니
비타민은 차를 위에 두고 왔다고 하였다.
그길로 곧장 내려가면 아까 우리가 차를 내린 곳인줄 알았었다.
(비타민님, 미안. 이렇게 항상 길눈이 어두우니 알아서 해요)
황매산님의 집에는 잔치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담님과 플레지어박님이 솔선하여 칼질과 서빙을 하고 있었다.
한쪽 모서리에 가서 앉으니, 아라는 음식에는 관심도 없고
외양간으로 달려가 염소와 소에게 여물을 주는것에 흠뻑 빠져 있었다.
내옆에 통영에서 오신 허리님, 부산에서 오신 공수거님에게도 먼저 인사
드리지 못해 죄송하였다.
그곁에 앉은분이 뜨락님 내외분이었을까?
조금 후 한여울님이 자리에 앉고서야 분위기가 상승되는 것 같았다.
감기기운으로 그 맛있는 돼지고기맛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이런 고기는 정말 오래만이야~ 연신 하는 칭찬을 하는데도.
그리고 댓글을 많이 달았다고 주는 상에
나와 비타민, 솔시내님이 뽑혀 생각지도 않은 상까지 받았다.
이런 상 받아도 되나요? 이제 부담감때문에 더 댓글 열심히
달아야겠네.ㅎㅎㅎ
장차 피아니스트가 꿈인 아라에게 플륫을 연주해 달라고 하였더니
아라는 연습한 것 없다고 사양하였다.
사실 아라는 요즘 바이얼린 연습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플륫은 방과후 수업에서 취미로 할 뿐이었다.
어려운 바이얼린보다는 휴대하기 편한 플륫이 좋다고 권하였다.
그냥 엄마가 좋아하는 '타이타닉'과 '아 !목동아' 두곡만 불려줘.
사람들도 그런 가벼운 노래를 좋아해~ 겨우 부탁하였다.
초록이 뭍어나것만 같은 정자나무 아래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지방에서 온 회원들 소개를 하고
오성장군님의 유연한 몸매자랑과 5공주님의 노래를 끝으로
이번 황매산 정모는 끝이났다.
이름을 다 기억할 수 없는 정겨운 님들,
모두 뵈올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다시 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행사를 위해 애써 주신 화니님, 꽃사슴님, 그외 많은 임원님.
정말 감사합니다.
아래로 내려다 본 모습
무논에 수많은 올챙이떼
아래에는 제법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오성장군님 내외분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조팝나무가 여기는 아직 한창이었다.
영화 촬영장소, 원시인의 생활냄새가 물씬.
이곳에서 막걸이와 소고기국밥을 파는 모양이었다.
나를 함께 데려가 준 솔나루님, 운전솜씨도 대단하였어요.
정상인줄 알고 올랐던 제 1봉.
아득한 옛날, 원시인들이 이곳에서 수렵을 하였을 듯.
바람이 심하여 모자가 날아가 버릴 듯 하였다.
이곳까지만 오르고 되돌아 왔다. 아쉬워.
이곳에서 비타민 모녀를 만나고.
수양딸을 둘이나 얻고 흐뭇해 하시는 민들레님.
플레지어박님이 자리를 피해 주셨다. 우리랑 데이트 즐기시라고.ㅎㅎ
이날 이 소와 염소 너무 많이 먹어 배탈 나지 않았을까?
염소야, 많이 먹어라. 동물을 너무 좋아하는 우리 아라.
나무와 들꽃들에게 다시 내어주고 돌아선 황매산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