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좋은 곳에서 만나요

푸른비3 2026. 1. 7. 12:59
2026. 1. 7. 화.


좋은 곳에서 만나요
이유리 연작소설
안온북스 (2023. 7. 12. 초판 1쇄 발행)
(2026. 1. 1. ~1. 7.)


요즘 나는 거의 소설은 읽지 못하였다.
내가 소설을 읽는 목적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타인의 삶을 엿보는 즐거움.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던 삶을 사는
허구의 인물을 통하여 간접 경험도 해 보고 싶었고,
무엇보다 소설을 읽는 즐거움에서 읽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의 내 삶이 삭막하였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살고 있는 이 현실이 소설보다 더
변수가 많고 긴장되고 흥미진진하였기 때문일까?
아무튼 허구의 이야기보다 현실을 사는 것이 더 급급하였다.


요즘은 EBS 방송 교재 말고는 책도 사지 않고
집 앞의 도서관에서 내가 보고 싶은 인문학 서적을
빌려 보고 있으며 그것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형편이다.


오래만에 문득 요즘은 어떤 소설이 출판되고 있는가
궁금하여 도서관에 갔는데 추천도서 코너에
<좋은 곳에서 만나요>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새해의 첫날에 읽을 책인데 
좋은 곳에서 만나는 것이 좋겠지.....생각하고
내용도 모른체 대여해 왔다.


작가 이유리도 전혀 낮익은 이름은 아니었다.
책 앞 날개의 소개에 의하면
202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빨간 열매>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소설집 <브로콜리 펀치>, <모든 것들의 세계> 등을 펴냈다.


이 책의 구성은
오리배.
심야의 질주
세상의 끝
아홉 번의 생.
영원의 소녀.
이 세계의 개발자.
작가의 말....로 되어 있다.


연작 소설이라고 하니 6편의 단편이지만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리라 짐작하며 책을 펼쳤다.
.....이 많은 갈매기는 도대체 무얼 먹고 사는 걸까....
로 시작하는 오리배는 나(신지영)의 1인칭의 소설이었다.


소설을 읽으면 먼저 주인공이 어떤 사람이며
어느 시대의 어느 곳에서 일어난 이야기인지
먼저 신경을 쓰며 읽게 되는데
서술인 나는 한강 오리배 선착장을 떠도는 혼령이었다.


아니, 아무리 허구의 스토리라고 하지만 
새해 첫날부터 귀신의 이야기를 읽게 되다니....
약간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점점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었다.


오리배의 
나는 복잡한 사연이 있는 부모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었고,
실직한 후 집안 살림을 맡은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가장인 어머니와 아버지가 밖에서 낳은 희재와 한 집에서 살고 있다.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부터 집안에 문제가 생기면
가족이 모두 한강에 나가 오리배를 타면서 문제를 정리하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던 추억이 있었기에
나는 죽은 후 쉽게 세상을 떠나지 못하고
한강 둔치 오리배 선착장을 떠돌면서 엄마와 희재를 기다린 것일까?


장래 희망이 카페 겸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싶었던 중 2.
한여름 어느날 나는 아버지의 납골당을 찾아 택시를 타고 가는
도중에 소나기가 내렸고, 택시기사의 운전 부주의로 사고를 당하여 죽었다.
사고 수습하러 온 앰블런스와 레커차의 남자 둘이 내 몸을 들 것에
올려 뉘이면서 내 얼굴을 들여다 보고 아이고 너무 어린데.
좋은 곳에 가라.


이 <좋은 곳에 가라>는 6편의 단편에 모두 흐르고 있었다.
마지막 단편 <이 세계의 개발자>에서도
게임 개발자인 나(오예진)가 저는 이제 어디로 가죠?
물었더니, 신은 나른하고 평화로운 목소리로
"좋은 곳, 좋은 곳으로 가지" 하였다.


<심야의 질주>는 <오리배>  여중학생을 태우고 납골당으로 가다
사고를 당한 택시 기사의 이야기
<세상의 끝>은 그 택시 기사의 젊은 시절 뺑소니 사고를 저질렀을 때
죽음을 당한 오혜수와 양지우 두 아가씨의 성소수자 이야기.


<아홉 번의 생>은 호수에 빠져 자살한 독신녀가 길렀던 고양이가
환생을 거듭하였다가 마지막 아홉 번의 환생에서 사랑을 찾게 된 이야기.
<영원의 소녀>는 아홉 번의 생을 살았던 고양이의 주인 여자 이야기.
<이 세계의 개발자>는 직장에서 과로사한 게임 개발자의 이야기.


한결같이 죽은 혼령에 대한 정말 황당한 이야기들이었지만,
그 속에 세상의 기쁨과 슬픔. 아픔과 괴로움의
우리들의 인생살이의 모든 것이 녹여 있었다.


이유리 작가는 흡입력있게 이야기를 끌고 갔으며,
아직 나에게는 두렵기만 한 사후의 세상 묘사를 적절하게 잘 하였다.
특히 나는 <오리배>가 오래동안 머리 속에 남아 있었다.
저녁을 먹은 후 나의 산책길에 만나는 우리 집 근처 청담역 아래의
오리배 선착장을 지나칠 때면 혹시 아직 떠도는 혼령이 있지 않을까
하고 두리번 거릴 것 같았다.


이유리 작가는 그런 어둡고 아픈 이야기를 서술하면서도
슬픔과 함께 자연을 참 아름답게 묘사하였다.
나는 특히 여중 2년생인 나(신지영)의 뒤를 따라가며
상황이 너무 안타까워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눈물이 맺혔다.


내 마음을 쿵하고 두드렸던 문장들은 내 독서노트에 적어 놓았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사람은 죽어서 무엇이 되며 어디로 갈까.
세상이 너무나 다채롭고 아름다워서, 한 번 머물다 가기에는
아무래도 아까운 곳이라서, 그런 의문은 이 세계에 대한 사랑,
그리고 그 세계를 이루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졌다....
고 하였다.


나 역시 이승에서의 내 생이 이제 얼마 남았는지 알 수 없지만,
나이가 들수록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아름답게 느껴져서
신이 " 이제 그만 돌아오너라 ~!" 하면,
"아직 조금만 더 있다 가면 안될까요?" 하고 청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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