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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 자수

푸른비3 2024. 7. 7. 08:06

2024. 7. 6. 금.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2024. 5. 1~8.4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한국 근현대 자수전을 한다는 정보를 듣고 오래만에

덕수궁 미술관을 찾았다.

덕수궁 미술관은 먼거리에 있는 곳도 아닌데 왜 그리 발길이 뜸하였을까?

대한문을 들어서자 곧 시간을 거슬러 1900년대 초.

석조전 앞에서 졸졸 떨어지는 맑은 물소리가 평화로웠다.

활짝 핀 능소화의 색상도 고와 마음이 안온해졌다.

 

자수 전시회를 할 정도이니 많은 작품을 볼 수 있으리라

짐작은 하였지만,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자수가 있으리라는

예상은 하지 못하였기에 놀라움으로 감상하다 보니 2시간이 짧았다.

 

자수는 바늘을 도구로 삼아 다채로운 색실로 직물을 장식한

인류의 오랜 문화유산 중 하나로, 한국 자수는 이천 년의 역사를

가졌으며,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교류 속에서 문화를 꽃피웠다.

지금 전해지는 전통자수는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제작되었다.

 

자수는 일상용품을 장식하는 생활자수. 의복을 장식하는 복식자수.

공양을 목적으로 하는 수불 자수. 혼례 등 각종 의례를 목적으로 한

감상 자수로 나누며, 조선 시대의 자수는 도화서 화원이 그린

밑그림을 바탕으로 수방 소속 궁녀들이 수놓은 궁수와

민간 여성들이 제작한 민수로 나눈다.

 

개항 이후 '공예' 개념이 탄생하면서 자수도 개항기에는, 

부국강병과 식산흥업의 시대적 과제로 규방에서 자급자족되던

女技에 머물지 않고 공예로서 기술, 공업, 산업으로 간주되어

국내외 박람회에 출품되기 시작하였다.

 

자수는 재료의 특성상 영구 보관이 어려우니

1전시장의 수놓인 화려한 활옷의 자수가 현재 가장 오래 보관된 것인 듯.

전시장 입구에 걸린 김종학의 화사한 붉은 바탕에 화초와 곤충을 그린

아크릴화는 1978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전통자수를 관람한 후

최순위의 권유로 그린 <백화만발>이 먼저 내 시선을 잡아 끌었다.

 

사적 영역에서 전수되던 자수는 19세기 말~20세기 초 '수예'로

여성 교육의 핵심으로 부각되어 근대국가의 바람직한 국민으로서

여성에게 부가된 노동 중 하나가 되었다.  많은 여성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에 위치한 '여자미술전문학교'에서 유학을 하였으며, 

귀국하여 여학교 등에서 자수를 보급하였으며,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사회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는데 기여하였다.

 

1932년 <제 11회 조선미술전람회>부터 공예부가 신설되어

'쟁이'로 인식되던 장인들도 공예가, 예술가로 대접받기 시작하였다.

1945년 이화여자대학교에 자수과가 설치되었고, 

1950년대 중반부터 반추상형식이 나타나 다양한 기법으로 시도했다.

1981년 '섬유예술과'로 통합되어 재료와 기법이 더욱 다양해졌다.

전통자수는 기계자수, 컴퓨터 자수가 등장하여 사양길로 접어 들었다.

 

 

이번 전시의 구성은

1. 백번 단련한 바늘로 수를 놓고

2. 그림 갓흔 자수

3. 우주를 수건삼아

4. 전통미의 현대화 4개의 방으로 전시되고 있었다.

 

전시장에 전시된 자수들은 일상용품에 사용된 자수 뿐만 아니라.

병풍, 예복. 보살도.팔상도. 감상을 목적으로 한 그림같은 자수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 감탄을 하면서 전시장을 탐방하였다.

 

어린 시절 나는 어머니가 수놓았던 원앙새 한 쌍의 배갯닛과

언니가 동그란 수틀에 놓았던 분홍색 복사꽃 자수를 보고

나도 수를 놓고 싶었고 은은하게 반짝이는 고운 비단실이 갖고 싶었다.

 

여학교 시절 수예시간에 머릿수건과 앞치마에 놓았던 서양 자수와

비단천에 놓았던 십장생도 자수 등 내가 수를 놓았던 자수 생각이 났다.

커다란 액자틀을 가져 가는 것이 번거로웠지만 그 시간이 무척 즐거웠다.

한 올 한 올 비단실이 만들어내는 사슴과 소나무가 신기하였다.

십장생도 수를 완성하여 액자로 만들어 거실에 걸어 놓았던 기억도 났다.

 

자수는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들인 수고와 시간에 비하여

결과물은 너무 미비하다는 생각이 들어 참 비능률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이번 전시회에 전시된 작품들을 보면서

그만한 노력과 시간을 기울일만한 예술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된 모든 작품이 다 조형적 완성도가 높았지만,

나는 특히 지장암의 지장 보살도. 김규진 외의 매화도 병풍.

박을복의 표정. 이장봉의 파도.최수정 사각-프리즘 2..

한상수의 봉황도. 손인숙의 이화. 나사균의 봉황.

엄정윤의 유리창의 성에. 숙명여고 공동제작 등꽃 아래의 공작 등이 좋았다.

시간이 없어 도슨트의 설명을 듣지 못하여 아쉬웠고

전시 기간중 다시 찾을 수 있기를 다짐하며 전시장을 나왔다.

 

 

 

 

 

 

 

 

덕수궁 미술관 전경

 

내부 공간에 걸린 대형 홍보판.

 

  

 

    *      *     *

1. 백번 단련한 바늘로 수놓고

1전시실 입구를 장식한 김종학의 백화만발. 1998. 아크릴릭

 

화충도 족자.

 

화조도 자수 병풍

결혼식이나 의례때 입었던 활옷의 자수. 19세기. 필드 자연사 박물관 소장

 

자수 보료.

 

자수 방석.

 

자수 귀주머니와 노리개.

 

자수 수저집.

 

자수 준이종정도 병풍. 19세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언제민. 자수 지장보살도. 1917. 지장암.

 

자수 화조도 병풍. 19세기.

 

부분.

김규진 외. 자수 매화도 병풍. 1870년대~1930년대. 비단에 자수.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부분.

 

자수 십장생도 병풍. 조선 후기

 

자수 십장생도 병풍. 조선 후기 비단에 자수 한독의약박물관 소장.

 

부분

 

 

채용신. 면암 최익현 초상. 1925. 비단에 색. 국립현대미술관

 

    *        *      *

2. 그림 갓흔 자수

써니 킴. Under world. 1999. 유화.서울시립미술관.

뒷 배경이 자수를 표현.

 

마츠오카 후유. 종류수 124종 (비단에 124종의 자수기법을 정리한 교본으로 여자미술대학 공예전공으로 사용)

 

(2부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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