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20. 화.
오늘은 아그라에서 카주라호까지 기차를 타고 가는 날.
모처럼 느긋하게 일어나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짐을 꾸렸다.
가이드가 인터넷으로 미리 기차표를 예매하였으므로
우리는 시간 맞춰 아그라 역으로 가면 된다고 하였다.
어제 늦게 대리석 공예품 가게를 가지 않은 가이드는
오늘 아침 기차를 타기 전 시간이 넉넉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경력 14년 차의 베테랑 가이드.ㅎㅎ)
역으로 가는 길목의 대리석 공예품 공장에 가기 전만 하여도
나는 무거운 대리석 공예품을 전혀 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입구에 대리석 원판을 놓고 각가지 원석을 붙이는 아티스트가 있었는데
그 단단한 대리석을 날카로운 칼끝으로 하나하나 조각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 전의 결심은 사라지고 문득 나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바닥 크기만한 사각형 접시를 구입하였다. (150$)
나는 여행지에서 현지인들이 직접 손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을 보면
아무 것도 사지 않겠다는 결심은 흐물흐물.... 마음이 흔들려 버린다.
남미에서 뷹은 선인장 벌레로 실을 염색하는 모습을 보고 베스트를 샀고,
쿠스코 아르마스 광장에서 베틀에 앉아 직조를 하는 여인에게 러그를 샀다.
당시 귀한 수공예품이라는 생각에서 제법 비싸게 샀지만,
집으로 가져 오면 대부분 사용하지 못하고 장롱 속에 있다.
아그라 역에 도착한 후 그동안 우리를 편하게 모신 버스 기사와 헤어져야 했다.
그는 머리에 터번을 두른 시크교도로 조용하며
늘 단정한 차림으로 그 복잡한 도로를 침착하게 안전 운전하여
참 성실한 기사라는 생각이 들었던 분이셨다.
가이드에게 부탁하여 기념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니
그는 흔쾌히 포즈를 취해 주었다.
버스 기사에게 손을 흔들며 한국에서 가져간 쿠키를 선물하였다.
아그라 역에서 목적지 카주라호는 약 9시간 소요가 된다고 하였다.
나는 여행 오기 전 읽었던 여러 권의 인도 여행기에서
인도에서는 기차표를 사기 힘들며 (여행자를 노리는 사기꾼이 많다고),
제 시각에 맞춰오는 기차는 없으며, 멀리서 부터 기차를 향해 달려가서,
짐부터 밀어넣고 간신히 기차를 탔다는 경험담을 읽었기에,
호기심도 있었지만 내가 달리는 기차에 탈 수 있을까 걱정부터 되었다.
가이드에게 걱정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였더니 그는 씩~! 웃기만 하였다.
다행히 우리가 탈 기차는 (플랫폼은 변경되었으나 )20분 정도 늦게 도착하였다.
경험담을 읽으니 8시간이나 역에서 기다려서 기차를 탔으나,
현지인들은 아무도 불평을 하지 않았고,
언제 도착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없었다고 하였다.
(모든 것은 노 프로블럼~!)
우리가 예약한 기차는 3층 침대가 놓인 칸이었는데
내 좌석번호는 창가의 좌석이라 2층 침대였으며
내 아래 좌석은 우리 일행이어서 마음이 놓였다.
아직 낮시간인데 2층 침대로 올라가기 불편하여 입구쪽으로 갔더니
창가의 좌석에 주인은 있는 좌석인 듯 한데 사람이 없었다.
건너편 여인에게 여기 잠깐 앉아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햇빛이 창으로 가득 쏟아져 들어와 나른해졌다.
건너편 여인의 어린 딸은 이방인인 나를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 보더니,
반짝반짝 작은별....노래를 흥얼거리며 춤을 추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나도 소녀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며 반짝반짝 작은별 율동을 하였다.
(얼마 전 유치원에서 보람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덕분에 율동이 쉬웠다.ㅎㅎ)
기차안에서 도시락도 먹고 창밖 풍경을 바라 보았지만
비슷비슷한 풍경에 슬슬 졸음이 와 내 2층 침대로 돌와와 한 숨 잤다.
열차의 흔들림이 마치 요람의 흔들림 같아 잠자기 좋았다.
한 숨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열차는 손님들이 거의 내리고 한산하였다.
책도 읽고 간식도 먹었지만 9시간을 열차 안에서보내기는 지루하였다.
우리가 카주라호에 도착할 무렵은 어느새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플랫폼 바닥에 담요를 쓴 사람들이 길게 누워 있었다.
이쪽 플랫폼만 아니라 건너편 플랫폼과 역사에도
발 디딜틈이 없을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담요 위에 눕거나 담요를 감고 앉아 있었다.
세상에나....영화속에서 본 전쟁 피란민들 모습이었다.
너무나 놀라고 두려워서 감히 사진기를 꺼낼 수도 없었다.
혹시나 내가 사진을 찍으며 나에게 달려와
항의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그들이 모르게 조심하며 몰래 찍었더니 사진이 모두 흔들렸다.
역 광장에서 우리를 마중나온 버스를 타고 물었더니,
오늘 이곳에서 무슨 힌두교 종교행사가 있었다고 하였다.
티벳 불교 신자들이 라싸를 순례하듯이,
이곳 힌두교 신자들은 노숙을 하면서 종교행사에 참여한다고 하였다.
새삼 종교의 힘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 서적
프렌즈 인도. 네팔.-전명윤, 김영남, 주종원 지음. 중앙 books
인조이 인도. 양신혜, 오빛나 지음. 넥서스 books
대리석 공장의 입구에서 시연을 하는 아티스트.
판매하는 작품들.
아무 것도 사지 않겠다는 결심은 흐물흐물.
붉은 원석이 들어 간 오른족 접시를 샀다.
성실하고 사람 좋아 보이는 운전 기사와 함께 기념 사진.
아그라 역.
아그라 역 내부.
검표를 마치고.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며
열차를 기다리면서.
건너편 선로로 들어오는 열차.의 차량은 어찌나 긴지....30량은 될 듯.
드디어 카주라호로 가는 열차가 도착하였다.
우리가 탑승한 열차.
열차의 내부.
창박풍경.
점점 차내의 손님은 거의 없어지고.
드디어 카주라호역에 도착.
플랫폼에 자리를 깔고 잠을 자는 이용객들.
건너편 플랫폼에도 피난민 같은 이용객들.
카주라호 역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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