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뜨개질 수료증

푸른비3 2021. 12. 20. 10:01

지난 6월부터 광진구에서 후원하는

<오뚝이 이모작 프로그램>으로 뜨개질 자격증반에 등록하여

자양종합사회복지관에서 12월까지 매주 목요일 오전 10~12시 까지 

뜨개질 수업을 받았다.

 

어릴적부터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였으므로

뜨개질을 배우는 것에 기대를 하였고, 설렘으로 기다렸다.

언니들의 어깨너머로 목도리 뜨는 것을 배웠던 기억,

수예점에서 뜨개질을 배웠던 기억이 있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첫 수업으로 수세미 뜨기를 배우는 날은 재미있었지만

모자 뜨기, 동전지갑 뜨기, 파우치 뜨기 등 날이 갈수록 점점 힘들어졌다.

2시간동안 돋보기를 쓰고 들여다 보고 있으면 눈이 뻐근하였지만,

집으로 돌아와서도 잊지 않으려고 숙제를 열심히 하였다.

 

지난 여름 코로나 확산으로 2달 가량 복지관 수업이 모두 폐쇄되었다.

자연히 뜨개질 가방을 밀쳐 놓고 한번도 들여다 보지 않았다.

다시 9월부터 개강을 하였는데 배웠던 것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모티브, 마무리하기 그 어떤 것도 기억에서 사라지니 자괴감이 들었다.

 

내 기억력이 이렇게 저하되었을까? 관심이 없어진 것일까? 갈등이 생겼다.

뜨개질을 들여다 보고 있으니 더욱 시력도 나빠지는 것 같았고

모자, 파우치. 지갑, 목도리 등 시장에서 사는 게 더 예쁘고 저렴했다.

물론 내가 손으로 만든 정성은 값으로 매길 수 없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작품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어려워지는 방법을 내가 따라 갈 수 없었다.

복지사님에게 도저히 자격증을 딸 능력이 없다고 의논하였더니,

자기도 도와줄테니, 포기하지 말고 할 수 있는 한 해라고 격려하였다.

그러나 조끼뜨기 과정에서 밑단을 말아올리기에서 완전 두 손을 들었다.

 

뜨개질은 어떤 작품을 만들든 집중을 해야만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잠시 딴 생각을 하다 보면 코를 놓치기도 하고 안뜨기를 겉뜨기를 하기도 하였다.

나중에야 실수를 발견하고 한 뼘이나 올라간 것을 풀려고 하면 속이 상했다.

정확하게 뜨는게 가장 중요한데 두루뭉실한 내 성격으로는 너무 힘들었다.

 

선생님에게 나는 도저히 자격증 딸 능력이 안되니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리고

그 다음주 부터 뜨개질반에 나가지 않으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진작 그만둘 것을.....미련하게 시간을 끌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같이 수업을 받은 회원들은 포트폴리오를 작성하여 자격증 신청을 하였다.

 

수업 종료가 있기 전 평소 내 뒷자리에 앉았던 회원의 전화를 받았다.

이제 수업종료 2주 밖에 남지 않았고, 남은 기간에는 소품을 만들 예정이니.

자격증 신경쓰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나와서 마무리를 하고 가라고 하였다.

이렇게 모두 나에게 신경을 써 주는구나....생각하니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

 

지난 12월 9일 목요일 수업에 나가니 모두 환영해 주었지만 쑥스러웠다.

마지막 수업을 크로쓰 백을 배우고, 불우이웃돕기 행사인 <털목도리 선물>

행사에 참여하여, 목도리를 받고 기뻐할 사람을 생각하며 열심히 뜨개질을 하였다.

손이 느렸으나, 1주일밖에 남지 않았으니 정말 정성을 다하여 뜨개질을 하였다.

 

드디어 마지막 수업인 지난 16일 목도리를 완성하여 가져가니 뿌듯하였다.

다른 날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복지관장님과 선생님, 복지사님을 모시고

회원들을 위한 자격증 수여식과 나를 위한 수료증 수여식을 하였다.

(사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나에게는 수료증이 별 의미가 없었다.)

 

코로나 팬데믹의 상황속에서도 수업을 하게 해주신 자양복지관 관계자님.

늘 웃는 얼굴로 이용자를 대해주고 격려해 주신 복지관의 복지사님.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를 거듭해서 가르쳐 주신 뜨개질 강사님.

그리고 서로 격려하며 같이 수업을 받은 회원님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년도 광진문협 정기총회  (0) 2021.12.23
한국천주교 박해역사  (0) 2021.12.22
2021 서울 빛초롱축제  (0) 2021.12.04
임용시험을 치는 딸에게  (0) 2021.11.27
경복궁의 늦가을 늦은 오후의 사람들.  (0) 2021.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