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사순절 단상

푸른비3 2018. 3. 18. 09:25


(펀 그림: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      *      *      *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서 성당으로 향하였다.

아직 주변은 어둑어둑하였지만 코끝을 스치는 공기는 상큼하였다.

불과 며칠 전 과는 확연하게 볼을 스치는 바람결도 부드러웠다.

오늘은 사순 제5주일이고, 이번 달은 성요셉의 달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3월 18일 생인 아들 태성이의 영세명을 요셉으로 정하셨다.

바로 오늘이 아들 태성이의 생일이며 시아버지의 기일이기도 하다.

사순 시기는 재의 수요일에서 시작하여 부활절까지의 40일간을 의미하며,

그 기간동안 인내와 절제를 통하여 예수님의 수난에 함께 동참하여야 한다.

부모님 밑에서 신앙생활을 할 적에는 매일 십자가의 길 예식에 참여하였으며,

금요일마다 금육과 금식을 하여야 하여 가뜩이나 춘궁기에 배가 고팠는데

아침 한 끼를 굶는것도 어찌나 힘들던지 사순시기가 빨리 지나갔으면 하였다.

이제 내가 자녀들의 신앙생활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위치에 있지만 매번

금요일 단식과 금육을 잊어버리고 지나고 나서야 아차....하고 가슴을 친다.

3주 후면 부활주일인데 나는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였는가 되돌아 보게 된다.

미사에 참례할 적에만 신자이지 성당문밖을 나서면 비신자와 마찬가지의

생활을 하는 나 자신을 되돌아 보며 오늘 부활절 준비 고백성사를 받고 싶었다.

고백성사는 심적인 부담을 주지만 하고 나면 내 스스로가 해방되는 기분이 든다.

나는 성경속의 '돌아온 탕자' 가 된 기분으로 자비로운 하느님품에 안기게 된다.

무지와 탐욕에서 벚어나고, 타인을 인정하고 좀 더 겸손한 마음을 갖도록 노력하고,

사순시기 동안만이라도 죄를 짓는 기회를 피하게 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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