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8,18,금.
노슈반슈타인 성을 반쯤만 오르다 내려 왔는데 나름대로 꿍심이 있었다.
누구나 오르는 그 길을 걷는것 보다 퓌센 중앙역까지 버스로 걷고 싶었다.
우리가 내렸던 정류소에 도착하니 버스는 없고 땡볕에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만 여러 명 있었는데 언제 올 줄도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기 싫었다.
여행 가이드책에서 역까지 걸어가도 40분이면 충분하다고 하였던 게 생각났다.
아직 2시 40분이니 퓌센 역까지 걸어가도 4시 출발하는 열차를 탈 수 있겠다.
도로옆으로 조그만 오솔길이 있었는데 그 길을 내려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 오솔길은 사람의 왕래는 거의 없고 자전거를 탄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지나갔다.
햇볕은 쨍쨍, 파란 하늘에는 흰구름이 동동 흐르는 모습이 평화로웠다.
숲이 우거진 길가에는 간간히 맑은 물이 흐르는 냇물도 흘려 더욱 좋았다.
숲길은 이내 끝나고 들판사이로 하얗게 빛나는 길은 끝없이 이어졌다.
점점 다리는 아프기 시작하고 목덜미와 등짝에서 땀이 솟기 시작하였다.
그 길은 도로를 따라 난 길이 아니고 들판과 강가를 거쳐서 가는 둘레길이었다.
40분이면 도착하리라는 예측은 빗나가고 아직도 25분을 더 걸어야만 하였다.
발이 아프다고 아라는 울먹이기 시작하고, 다시는 엄마와 여행하지 않겠다고
내 가슴을 콕콕 찌르는 말만 골라서 하는 아라가 나도 미워지기 시작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나도 처음부터 걸을 생각을 하지 않았을텐데....
가이드 북을 내가 잘 못 읽었는가 아니면 착각을 하였을까? 내 자신도 믿을 수 없었다.
이왕 이길을 들어 왔으니 그냥 자연을 즐기면서 걸으면 얼마나 좋아?
버스를 타고 휙 지나가는 것 보다 속속들이 체감하는 것도 좋지 않아? 나도 투덜투덜.
끝이 없는 길을 걷고 있는데 저쪽 넓은 빈터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게 보였다.
가까이 가니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인데 거의 반라의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저 많은 사람들이 어느 길로 이곳에 왔을까? 근처에 주차장도 없는데 차는 어디에?
나중에 보니 그 사람들은 거의 자전거를 타고 이곳에 와서 야영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백인들만 모여 있는 곳에 황색인 인 우리가 허락도 받지 않고 침범한 것 같았다.
요즘 다시 나치즘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동양인을 혐오한다는 사실이 떠 올랐다.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걸음을 빨리 하여 그곳을 벗어나니 휴~ 안도가 되었다.
아라는 여전히 내개 싸늘하게 대하고 내 앞을 앞 질러 걸어갔다. (못된 가시나....)
드디어 마을이 나타났는데 아라가 앞 장서서 내려가는 길이 아무래도 의심이 되었다.
주차된 차주에게 퓌센역이 얼마나 더 가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반대 방향이란다.
어이쿠, 기차 시간은 임박하였는데 어쩌누....아라야. 큰일이야. 반대 방향이야~!
아라는 여전히 뽀루퉁한 모습으로 내 앞을 찬바람 내며 지나쳐 저 먼저 앞 서 갔다.
마음은 불편해도 퓌센 마을을 감도는 강물과 붉은 지붕을 인 마을들은 아름다웠다.
박물관과 예쁜 기념품 가게도 곁눈길로 지나치고 걸음을 빨리하여 역으로 갔더니
플랫홈에 열차가 대기하고 있엇는데 시간은 어느새 4시를 지나 뮌헨으로 가는 열차가
아닐거라는 생각으로 바라만 보았는데 떠나고 나서 확인하니 10분 연착이었다고 하였다.
(ICE가 10분 연착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였던 내 우둔함에 그저 머리를 쥐어박고 싶었다.)
호젓한 숲길을 걸어가는 아라.
피센으로 가는 길이라는 이정표는 잇는데 거의 사람의 왕래가 없다.
숲길을 따라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이끼와 옅은 깊이의 맑은 물.
금방 길이 끝날 줄 알았는데 계속 이어지고.
습지에는 수련꽃도 피어 있었다.
아라가 발이 아프다고 투정을 부리기 시작.
군데 군데 앉아서 쉴수 있는 의자도 있지만 거의 사람의 왕래는 없었다.
하늘은 더 없이 높고 푸른데.
아라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터벅터벅.
도대체 찻길은 언제 나타나는거야.
등뒤의 산세는 더없이 아름답다.
어느 지점에 이르자 거의 나체족에 가까운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이곳으로 오는 모양.
나체족들이 동양인인 우리를 경계할 것 같아 무서웠다.
옅은 냇물이 이곳에서는 큰 강을 이루었다.
암벽 등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라는 더 이상 내게 말도 건네지 않고.
아라야 미안해. 이럴 줄 몰랐어.
드디어 나타난 마을.
그런데 이 길은 피센 역에서 반대로 가는 길.
이왕지사. 즐거운 마음으로 가자고 달래어도.
아라는 더 이상 엄마와 같이 여행하지 않을거라고 쏘아붙이고.
다시 되돌아서 퓌센 역쪽으로 먼저 앞 서 갔다.
아라야. 같이 가자. 제발....
그렇게 말하면서, 길가의 교회에 눈길도 보내고.
드디어 나타난 퓌센 마을.
마음이 불편하니 구경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옥색 맑은 물이 이쁜 마을을 휘감고 돌았다.
그냥 묵묵히 걸음만 빠르게.
다리를 건너.
박물관도 나타났지만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4시에 더나는 열차를 탈 수 있을까?
박물관도 그냥 지나치고.
앞 서 가는 아라를 따라 걸음을 재촉.
마을 광장의 도시 모형.
과놩객들이 모여 있는 광장.
거리의 카페.
가게들도 지나서.
이 로타리는 낯익은 로타리. 곧 퓌센역이 나타났다.
5시 열차를 타고 뮌헨으로 가는 길.
마음은 복잡했지만 퓌센의 풍경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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