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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편지와 그림들.
이중섭 지음/박재삼 옮김.
다빈치 출판사
(2013.12.17~18)
이중섭(1916~1956)은 민족 화가, 국민 화가라고 불리는 화가이다.
미술에 문외한 사람이라도 힘 찬 소를 그린 이중섭은 알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소녀시절부터 종이를 살 돈이 없어 담배의 은박지에
그림을 그렸다는 이중섭에 대한 일화는 너무 많이 들어왔다.
이 책은 몇 년 전에 한번 읽었던 책이었는데,
이번에 우리 마을문고에서 새로 구입하였기에 다시 읽고 싶어졌다.
이중섭과 그의 아내 마사코 사이에 왕래한 편지와 그림들로,
한 나절만 시간을 내면 다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중섭은 턱이 길다고 해서 붙인 '아고리'라는 애칭으로
자신을 불렸고, 대향, 구촌 이라는 호를 사용하면서 편지를 썼다.
주로 이중섭이가 아내에게 쓴 편지였고,
아내의 편지는 뒷편에 서너장만 편집되어 있었다.
해방과 동시에 그의 불행은 시작되었고,
그는 일본인 아내와 자식을 동경으로 떠나 보내고,
전쟁후의 가난과 외로움을 겪으면서도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려,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유화,수채화,크로키. 데생,에스키스 등200여점,
은종이 그림 300여점 등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편지속에서 그는 얼마나 절절하게 아내와 두 아들에 대한
애정 표현을 하였는지 부러움과 함께 웃음이 나오게 하였다.
그의 아내의 발가락이 이쁘다고 발가락군,
또는 아스파라가스 라는 애칭으로 불러
처음에는 이게 무슨 듯인가....의아하기도 하였다.
아내에게 자주 편지를 보내라는 응석도 부리고
편지의 귀퉁이에 뽀뽀....라는 단어를 숱하게 적어 넣기도 하였다.
그의 편지속에서
'다음에 당신을 만나면 당신에게 답례로 별들이 눈을 감고 숨을 죽일 때까지
깊고 긴긴 키스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해드리지요' 라고 적었다.
또, '예술은 무한한 애정의 표현이오. 참된 애정의 표현이요.
참된 애정이 충만함으로써 비로소 마음이 맑아지는 것이오.
마음의 거울이 맑아야 비로소 우주의 모든 것이
올바르게 마음에 비치는 것 아니겠소?'
'아스파라거스군이 춥지 않도록 두텁고 따듯한 옷을 입혀 주오.
그렇지 않는다면 다음에 아고리가 화를 낼 거요.
화를 내면 무서워요.' 라고 다소 유치한 응석을 부리기도 하였다.
그렇게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들과 함께 살기를 바랬지만
그는 결국 가족과 단란한 생활을 이루지도 못하고 혼자서
정신적인 고통을 겪으면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하고,
영양실조와 간염으로 홀로 외로이 저 세상으로 떠났다.
책 뒷면에 이경성과 구상의 그에 대한 글이 실려 있었는데,
이경성은
'중섭의 예술은 다른 천재들의 그것과 같이 개성적이고 독창적이다.
그의 감각은 감히 남이 도달하지 못하는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미의 영토를 개척했다.
천재는 하늘이 낳는다는 말과 예술은 천재만에게 준 일종의 특권이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라고 적었다.
그의 친구였던 구상은
'그는 戰禍의 조국과 그 속에서 허덕이는 이웃들을 등지고 저 혼자서만
전후 재빨리 부흥과 안정을 얻은 일본으로, 먹을 것과 처자식을 찾아 떠난다는 것은
그의 예민한 양심으로 도저히 못할 짓으로서 자기를 스스로가 용서할 수 없었다.
오직 그림을, 그것도 조국의 현실을 제재로 삼아 그려가지고 돌아온다는
그 조건하에서 내심 자기 허락을 했던 것이다.'라고 적었다.
며칠 전 나는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린
<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전에서 그의 그림 몇 점을 보았다.
소 그림과 부산 피난민 시절의 그림, 피난가는 그의 가족들을 보았다.
단순한 선과 힘찬 붓질,황토적인 색체가 퍽 마음에 와 닿았다.
소, 싸우는 소, 황소, 흰소 ...등 그는 소를 즐겨 그렸는데
그는 자신을 바로 그림속의 소에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두마리의 학이 하늘에서 서로 날개를 맞잡고 입을 맞추는
<부부>그림은 바로 자신의 부부를 학으로 표현한 것이리라.
이 책속의 가족에 대한 절절한 사랑표현과
자연속에서 하나로 어우러진 가족에 대한 그림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그의 생애를 반추하고 존경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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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작 <길떠나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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