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
* * * *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은희경 소설집.
-창비-
(2013.7. )
의심을 찬양함.
고독의 발견.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날씨와 생활.
지도 중독.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
전북 고창 출신의 은희경은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이중주>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는데, 새의 선물, 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
그것은 꿈이었을까. 마이너 리그, 비밀과 거짓말 등 서정적 감수성과
냉철한 관찰력을 결합한 유머러스한 필치로 현대인의 삶의 조건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화제작을 선보였다고 책의 앞날개의 작가소개란에
그녀의 웃는 모습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이번에 읽은 이 책의 표제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는 작품과
걑이 수록된 5편의 단편들이 언젠가 내가 읽었다는 기시감이 드는데,
정말 내가 문학지에서 이런 작품을 읽었는지도 모르겠고,
다른 소설에서 이미 설정된 내용을 다시 재탕하여 만든 소설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소설을 읽으면서 중간중간 그래, 전에도 읽었던 내용이야.....
하고 스스로에게 중얼거리면서 보았는데 그녀만의 독특한 건조한 문체와
자연스러이 진행되는 전개의 과정이 퍽 즐거운 시간이었다.
<의심을 찬양함>은 유진이라는 동명이인 사이에 벌어지는 사소한 일들로
일상생활에서 우연히 마주칠 수 있는 이야기를
마치 한가로운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 단편 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읽었다.
<고독을 발견함>은 한집에서 숙식을 한 7명의 하숙생들 사이에 벌어진
과거형의 이야기를 세월이 흐른 후 반추하는 형식의 소설이었는데
난장이 여자와 지하의 술집, 낡은 여관집등의 무언가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고 난쟁이 여자의 어깨에 기대어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지나간 과거를 그리워하는 내용의 글이었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는 어린시절 아버지와 이혼한
엄마와 함께 사는 나는 자신의 처한 환경을 힘들어하며,
가끔 아버지와 만나 외로움을 해소하는 소년의 성장 이야기다.
어린시절 아버지와 식사를 하였던 고급레스토랑의 벽에 걸린,
아름다움의 상징이었던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이미지 그림을
보고는 아름다움에 동경을 하지만 성장하여 뚱뚱한 자신의 몸무게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정확한 메세지가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그냥 눈이 가는대로 책을 읽었다.
<날씨와 생활>은 이 소설집에서 가장 내가 즐겁게 읽은 소설이다.
소녀 B의 이야기는 바로 내 소셔시절의 내 마음을 그대로 나타낸 듯 하였다.
나도 어린시절 나의 친부모는 <소공녀>의 부모님들처럼
아주 귀한 신분의 사람들인데, 어떤 사정이 있어 잠시 현재의 집에 맡겨졌고
언젠가는 내 친부모가 나타나 나는 신분 상승을 하게 될 것만 같았다.
이야기속의 소녀 B는 동화책을 많이 읽어 현실과 허구의 시상을 구별하지
못하는 엉둥한 소녀인데 나 또한 돌이켜보니 그런 구석이 있었던 것 같다.
아니 할머니의 나이에 이른 지금도 여전히 그 푼수끼가 남아있는 것 같아,
때로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허구의 세상을 떠돈다는 생각이 든다.
<지도 중독>은 안정된 직장을 얻지못하고 여러번 이직을 하고
자신의 블로그에서 내 이야기를 글로 쓰는 친구 B의 이야기와
까칠한 도시남에 속하는 학원강사인 내가 전혀 생각지도 멋하였는데,
우연한 기회에 캐나다의 록키산을 등산하는 이야기가 실감있었다.
<유리 가가린의 푸른별>은 자녀 교육을 위해 아내와 아이들을
미국으로 보낸 기러기 아빠인 나는 출판업계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나는 우연히 파일밑에서 검토중인 원고뭉치를 발견한다.
과거의 한 때를 회상하는 나에게 도착한 문자 메세지 한 통.
리버 쎄느에서 만나자는 은숙의 문자. 과거에 한 약속이므로
그는 그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은숙이라는 여자가 누구인지도
기억하지 못한다.
우리 인생은 이렇게 떠도는 별처럼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존재들이다.
은희경의 소설은 나에게는 약간 난해하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읽을적에는 재미있게 읽었지만, 다 읽고나면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의도를 모르겠지만,
그녀의 문장이 마음에 들고, 자연스럽게 전개시키는
그녀의 구성이 탄탄하여 즐겨 그녀의 글을 읽는다.
예를 들면....
B는 한사코 큰오빠의 등에 매달린다. 마침내 큰오빠의 자전거가 가까스로 집에 닿아
때마침 열려있는 문안으로 죽을 힘을 다해 진입해 들어왓을 때, 무슨 일이 있었던가.
그곳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간지럼을 잘 타는 백일홍 나무와 꽃이 다 진 장미들이
줄을 맞춰선 채 무심히 B를 바라보았으며, 부엌문 앞에서 엄마가 한여름의 야들야들한
고구마순을 다듬고 있었다. 마당에는 물 한방울 떨어져 있지 않았다.
다른 세상인 것일까?.....
이 소설의 표제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라는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보았다.
요즘 우리 사회는 고정된 시각으로 보는 아름다움이
대세를 이루어, 하얀 피부에 커다란 눈, 날씬한 몸매,
그것도 20세 전후의 아름다움에만 모든 관심이 쏠려있다.
늙음이란 아무 죄악도 아니고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늙어가는데,
모두들 늙는다는 것에서 등을 돌리고 백안시하며,
더구나 여자의 늙는모습은 용서할 수 없다는 시각으로
모든 방송과 광고에서 젊은 여성만 찬미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서 점점 성장을 하고
발달과정의 주기상 25세를 넘으면 세포가 퇴화하고 죽는다.
늙는다는 것을 피하고 싶어 현대의학의 기술을 빌리지만,
나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늙어가고 싶다.
늙는다는게 인생의 성숙에 이르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책 끝의 작가의 말에서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에서 문장을 하나 골라냈다.
'우리가 그토록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것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멸시하기 때문이다'
라고 하면서 이 문장을 따서 소설의 표제를 삼았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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