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 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
(기생 매창의 시)- 펀글.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 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ㅣ야 알냐마는
다정(多情)도 병(病)인 양하여 잠 못 드러 하노라
(이조년의 시조-다정가) 펀글.
* * *
매창의 시와 이 조년이 노래한 이화.
배꽃이란 우리말보다
이화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까닭은
선인들의 이런 시와 시조가 있기 때문일까?
얼어붙었던 나무에서
이렇게 눈부신 하얀 배꽃을 피워 올리다니....
겨울동안 잠자는 줄 알았는데
나무는 끊임없이 수분과 영양을 빨아들여
이토록 경이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있었나 보구나.
어느 계절이나 참으로 신이 우리에게
놀라운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지만
봄처럼 나를 감동시키는 계절은 없을 것이다.
조그만 빈틈만 보이면
"나 여기 있어요~! 나 좀 봐 주세요~!"
외치는
생명이 솟아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그저 감탄만 쏟아져 나올뿐이다.
매화를 시작으로
벚꽃잎이 날리는 이맘때면
또다시 하얗게 피어나는 이화.
친정 어머니의 고향 문산면은
예로부터 배밭이 많아
자고 일어나면 봉창이 하했다는
나의 친정 어머니가 그리워
봄비가 연일 쉬지 않고 내리는
4월의 중순날 그곳으로 향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과
나무에서 떨어지는 하얀 꽃비가 어우러져
그리움에 젖어드는 나를
살며시 안아주는 듯 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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