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제 24회 전국일요화가회(대구)

푸른비3 2006. 11. 6. 04:03

그림도 엉성한 내가

창원 일요화가회에 가입한지

횟수로 5년차인 셈이다.

 

화려한 물감의 색체와 테레핀 냄새가 좋아서

그림을 시작한 것이, 늦동이 아라가 태어나기

1년전이었으니 벌써 10년이 넘은 셈인다.

 

무슨 일이든 집중을 잘 하지 못하는 성격탓인지

그냥 붓만 놓지 않았을뿐이지

열심히 그려 본 적이 없이 항상 즐기기만 하는 셈이다. 

 

그래도 오늘처럼 사생대회가 열리는 날은

제한된 시간안에 작품을 완성해야 하기에

어느정도 부담이 가는 스케치가 된다.

 

이번 전국 일요 화가의 모임은

가까운 대구에서 열렸다.

 

항상 하루 전날 전야제 행사가 있기에

집을 비워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일상생활에서의 일탈이

또 한편 기대와 흥분이 되는 날이었다.

 

남편생일인 음력 9월 15일이 하필이면

바로 우리의 전국 사생대회날이었기에

남편에게 이야기를 꺼내기가  조심스러웠다.

 

생각외로 남편은 잘 다녀오라고 하였고

나도 가벼운 기분으로 집을 나섰다.

 

창밖으로 스치는 가을색이 깊어가는

풍경만 바라 보아도 마음은 풍성하기만 하였다.

 

행사 장소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6시 가까웠고

곧 우리는 4명씩 조를 정하여

배정된 방으로 들어가니

방바닥이 온돌방이어서 침대보다 오히려 정겨웠다.

 

저녁 식사후 곧 친목의 밤행사가 시작되었고

자정이 가까운 시간까지 어슬렁 거리며

소주도 마시고 노래도 부르고 하다가 방으로 들어왔다.

 

옆방에서 속옷 패션까지 하고

일단 세수하고 다시 모이기로하고 우리방으로 돌아와,

씻고 나니 그냥 자리에 눕고 싶어 그대로 잠이 들었다.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하늘이 청명하여,소나무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괜한 걱정을 하였다고 서로 아침인사를 나누었다.

 

기상시간이 아침 6시.

아침식사 완료하여 7시까지 스케치장소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갈이 있었기에 아침 일찍 서둘러야만 하였다.

 

우리 창원팀은 당정마을 이라는

비가 세워져 있는, 운치있고 인정많은 마을로 가서

이젤을 세운 시간이 아침 8시.

참 모두 그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끼낀 돌담이 돌아가는 정자나무 아래에서

그림을 시작하였는데,

캔버스위로 낙엽이 간간히 떨어져 내렸다.

흘려간 영화 '스잔나' 생각을 하면서 붓질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바람이 몰아치더니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

모두 "와아~!"하고 감탄을 터트렸다.

 

웬걸~

갑자기 하늘이 컴컴해지더니

우르렁 번개와 함께 빗방울이 세차게 떨어지는 것 아닌가?

 

급하게 짐을 챙겨 처마밑으로 옮겼으나

너무 세찬 비바람으로 도저히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그런데 궁하면 통한다더니

바로 옆집 할머니가 자기집 현관겸 창고로 쓰이는 공간을

사용하라고 하면서 전등불까지 켜 주셨다.

 

비바람이 한 시간 정도 퍼 부었는데도

우리는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니

그 할머니에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다시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하여

밖으로 나오니 모두 어두컴컴한 곳에서 붓질을 한 탓에

그림이 어두워져 버렸다.

 

그림 제출 시간이 2시까지 였으므로

그림을 다 그리고 점심을 먹기로 하고,

행사 장소로 옮기려고 하였더니

차의 밧데리가 방전되어 버렸다.

 

비가 내리는 시간에 차안으로 몸을 피한 사람들은

차안에서 그림을 그린다고 하여

불을 켜는 바람에 다 방전되어 버렸으니

얼마나 그림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인가?

 

기다리느니 행사장까지 걸어가는 게 낫겠다고 제안하여

그냥 생각도 없이 엄마따라 가는 병아리처럼 따라갔다.

가는 길에 주렁주렁 매달린 사과도 보고

하얀 레이스 걸린 카페도 보고 킬킬거리면서

30분 넘게 걸어서 갔다.

 

그런데 도착하고 보니 너무나 조용하였다.

어제 잔 숙소로 생각없이 모두 간 것이었다.

오늘 행사는 파계사입구에서 한다고 했는데....

세상에....

이제 다시 더는 걸을 수 없어

우리는 버스가 올때까지 행사장에 가지도 못하고 기다려야만 했다.

 

휴일 저녁 체증시간대였으므로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게 될 것이다는

기대는 어긋나 버리고 휴게소에서

단체로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걱정이 되어 도저히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급히 집으로 돌아와

남편은 어디론가 가 버렸고 전화를 하였지만

툭~ 끊어 버렸다.

 

남편의 협조없이 아내가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지

하늘에 걸려 있는 희여스럼한 달빛처럼

내 마음도 부옇게 흐려졌다.

 

 

휴게소에 줄지어 서있는 나무들도 지는해에 아름답기만 하였다.

 

 

우리의 숙소로 정해진 대구은행 합숙소 입구.

 

 

야외 행사장에서 바라 본 열나흘 둥근달.

 

 

비가 올 것이라는 기우와 다르게 아침이 밝아오고 일찍 식사를 끝낸 우리는 운동장을 한바퀴 산책도 하였다.

 

 

 

계절을 잃고 피어난 노란 개나리들.

 

 

 

광주, 부산 회원과 함께.

 

 

스케치 장소로 향하는 우리 회원들.

 

 

담벽에 시들어가는 노란 국화.

 

 

페목더미곁에도 아랑곳없이 피어난 국화무더기.

 

 

당정마을의 비.

 

 

 

물들어 가는 나무들.

 

 

새로 가입한 이교수님과 함께.

 

 

 

내 그림의 소재.

 

 

행복한 그림 그리기 시간.

 

 

갑자기 이렇게 사방이 어두워지더니 번개와 함께 세찬 비가 쏟아지고.

 

 

창고겸 현관으로 쓰이는 곳으로 장소를 옮겨.

 

 

녹슨 대문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국화 무더기.

 

 

 

작품을 끝내고 마을을 내려가는 회원들.

 

 

걸어가는 길에 사과밭도 지나고.

 

 

빨간 열매가 탐스런 담장도 지나고.

 

 

 

잘 못 들어간 대구은행 합숙소들어가는 길.

 

 

어쩐지 조용하다...하면서 올라간 연수원.

 

 

 

 

 

 

 

 

 

 

 

 

 

 

 

회원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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