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푸른비3 2006. 4. 13. 08:44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김 재 진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 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뵈는 밤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넘어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소릴 챙겨 넣고
        떠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