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2. 2. 월.
아침에 눈을 뜨니 창밖이 환하였다.
지난 밤 잠자리에 일찍 들어 꿀잠을 잤기에
이렇게 푸짐하게 눈이 내린 줄도 몰랐다.
사실 펑펑 눈이 내리는 모습과
온통 하얀 솜이불을 덮은 듯 포근한
모습을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눈 내린 후 생활하기는 힘들다.
큰 도로는 염화칼슘으로 눈이 녹아 질척이고
골목길은 사람들의 발길과 매연으로
거무스레하게 변하고 응달진 곳은 눈이
얼어붙어 조심조심 걷지 않으면 낙상한다.
그럼에도 나는 눈이 귀한 남쪽 해안가에서 살았기에
눈만 보면 먼저 반가운 마음이 들어
눈밭에 나가 내 발자국도 남겨 보고 싶다.
창으로 뚝섬한강공원에 내린 눈을 바라보다
눈이 사라지기 전에 눈 쌓인 길을 걸어보고 싶었다.
뽀드득 발밑의 소리도 듣기 좋지만
나무 사이로 날아다니는 참새소리도 어찌나 상쾌한지....
문득 오래전 중국 구채구 여행갔다가
갑자기 내린 폭설로 도로가 막혀 꼼짝을 못하였는데
나는 눈 쌓인 모습이 보기 좋아 사진을 찍었더니
같이 간 일행들이 나를 '철없다'고 흉보았다.
'그래. 아마 나는 죽을때까지 철이 없을지도 몰라.'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지....
흉를 보든 말든 나는 눈내린 모습이 좋았다.

창으로 바라본 청담대교

아무도 밟지 않은 놀이터의 눈.

등교하느랴 아이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눈꽃을 피운 나뭇가지들.

햇빛이 나자 너무 위의 눈들이 바람에 흩날렸다.

산수유 나무길.

푸짐한 솜이불을 두른 듯한 공원.

연하장 속의 그림을 떠올리게 하는 소나무.



아침햇살로 붉은 강.

누군가 나처럼 눈이 좋아 이곳에 드러누워 천사 마크를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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