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부끄러움

푸른비3 2026. 1. 12. 06:41
2026. 1. 12. 월.


5시 교육방송을 듣기 전 남은 시간을 이용하여
어제 받은 서울주보(제 2596호)를 펼쳐 보았다.
첫 페이지부터 차례대로 읽다가
김용은, 제오르지아 수녀님이 쓴
식탁에서 사라진 리추얼, 잊혀가는 서사
-영화 <리틀 포레스트> 2018, 임순례 감독...
을 읽어보았다.


나는 1년에 서너 편의 영화를 보는데,
대부분 휴먼 드라마나 로맨스 영화를 즐겨 본다.
장안의 화제작보다 내 직감으로 영화를 선택한다.
미리 영화평이나 설명도 읽지 않는 편이다.
당연히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언제 상영된 영화인지도 몰랐다.


김용은수녀님은 글에서
한 겨울 시골로 내려온 혜원에게
"왜 내려왔는냐"는 친구들의 다그침에
"배고파서 내려왔어. 진짜 배고파서...."라고 한다.
혜원은 무한경쟁의 도시 생활 속에서 끼니를 때우던 삶에
점점 허기를 느끼고 고향 시골집으로 내려온다.


영화는 서두르지 않고 사계절이 흐르고,
제철 재료로 차려진 밥상이 반복될 뿐이지만,
어머니의 부재 속에서 어머니의 기억이 더 또렷해진다고 하였다.


나는 문득 얼마전 내가 보았던 프랑스 영화
<프렌치 수프>가 떠 올랐다.
영화 제목도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은 영화.
내가 썼던 영화 감상문을 뒤적여 찾아 보았다.


***프랑스의 어느 시골의 밭에서 야채를 채집하는모습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도댕이 운영하는 식당이 배경이었는데,
전원 풍경과  1885년의 부엌 풍경이 퍽 마음을 부드럽게 하였다.
한 쪽 벽면에서는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고 숯을 이용하는 취사대.
수많은 냄비와 조리기구들을 능숙하게 다루는 외제니와 도댕은
눈빛과 손발이 척척 맞는 사이좋은 연인이자 동료로 보였다.
그들은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였다.***


이런 영화 감상문을 써 놓았지만,
그때는 왜 이렇게 요리하는 과정을 지루하게 보여 주는지 몰랐다.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세지도 모른체 나는 영화관을 나왔고
그 아름답고 조용한 프랑스 시골마을의 풍경이 
내 머리에서 사라지기 전 영화 감상문을 썼다.


수녀님의  글
....요리하는 과정은 하나의 리추얼,
곧 정성스럽게 되풀이되는 삶의 의식입니다. 
재료를 손질하고, 불을 지피고, 간을 맞추는 
이 반복 속에서 관계는 깊어지고,
함께 차리고 먹는 그 시간 속에서
'우리'라는 공동체가 태어납니다......라고 하였다.


수녀님의 이 글을 읽으니 문뜩 부끄러웠다.
나는 '음식을 허기를 때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부엌에 서지는 않았는지?
가능한 간단하고 빠르게 요리하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뒤늦게야 영화 <프렌치 수프>가 이해되었다.
그리고 한국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싶어졌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프렌치 수프>를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프렌치수프>의 한 장면.

 

영화 <리틀 포레스트> 포스터.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