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24. 금.
해마다 이맘때면 황금들판이 그립다.
농촌에서 자란 나는 하늘이 점점 높아지고
강물도 깊어지고 나뭇잎이 누릿누릿해지는
10월 하순이면 마음은 어느새 고향 들판을 걷는다.
이슬이 걷히기 전 커다란 소주 됫병을 들고
동네 조무라기들을 따라 메뚜기를 잡으러 가면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흐르고
이슬 맺힌 풀잎이 햇빛에 영롱하게 빛났다.
논두렁 콩이 익어 탁탁 튕기는 소리에 놀라고
말라버린 수로에 개망초가 하얗게 피어있고
강아지풀. 명아주. 쇠뜨기가 누렇게 시들고
논둑에는 분홍빛 여뀌가 바람에 살살 흔들렸다.
나이가 드니 그 어린 시절의 고향 들판을 걷고 싶다.
황금물결이 출렁이는 들판 길을 휘파람 부르며 걷고 싶고
막 타작을 끝낸 들판에 뒷설거지하는 농부가
저녁 무렵 피워 올리는 하얀 연기 냄새를 맡으며 걷고 싶다.
아침이슬에 날개가 젖어 멀리 뛰지 못하는 메뚜기를 잡고 싶고
추수를 끝낸 들판에 기다랗게 세워 놓은 낟가리 사이를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동무들과 숨박꼭질하고 싶고
볏단을 세워 만든 오두막에서 바람 소리를 들으며 한 숨 자고 싶다.
차창으로나마 그 황금들판을 보고 싶어
지난번 여행사의 페키지 상픔으로 철원여행을 하고
.이어서 안동 여행. 또 공주 여행을 다녀왔지만
먼 발치로 보는 것만으로 성이 차지 않아 혼자서 집을 나섰다.
전철을 타고 가다 들판이 나오면 내려서 걸어 보리라.
인터넷 검색을 하니 양수역에 내리면 논길을 걸을 수 있다고 하였다.
양수역에 내려 습지 생태공원을 한바퀴 돌고 다시 용문역.
그곳에도 내가 원하였던 황금들판은 보기 쉽지 않았다.
마을을 벗어나 찾아간 곳에 그나마 남아있는 논은
내가 원하였던 밝은 황금빛 들판이 아니고 칙칙하였다.
어딘선가 트랙터가 나타나 그나마 남아있던 벼도
드르륵 지나가니 순식간에 볏단이 길게 드러눕고 있었다.

덕소역에 내려 플렛폼 창으로 본 하늘

창밖을 내다 보았으나 논은 없었다.

흐르는 구름만 보아도 좋았다.




구름을 보고 다음 전철로 양수역으로 향했다.

양수역에 내려 발길 닿는대로 걸었다.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걷기 좋았지만 논이 보고 싶었다.

이 다리까지만 걷고 돌아섰다.

이곳은 물이 풍부한 곳이라 논보다 늪이 많아 연밭이었다.

그림자 놀이.

용문역에 내려 한참을 걸으니....드디어 손바닥만 한 논이 나타났다.

내가 원하였던 황금빛이 아니어서 아쉬워 하였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트랙터가 드르륵 지나가니....

단숨에 벼는 잘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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