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크리스마스 선물

푸른비3 2021. 12. 24. 10:18

어린 시절 읽었던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동화가 생각난다.

가난한 부부는 자기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팔아, 아내는 남편의 시계줄을.

남편은 아내의 탐스러운 머리칼을 장식할 고급스러운 빗을 선물로 준비하였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어린 부부는 서로 부둥켜 안고 울었지만 사랑을 확인하였다.

 

부모로 부터 물러받은 남편의 금시계의 줄이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던 아내는,

자신의 탐스러운 머리칼을 팔아 남편의 시계줄을 선물을 하였고,

남편은 그 소중한 시계를 팔아 아내에게 고급스러운 머리빗을 선물하였다.

잔잔한 감동을 받았던 그 동화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할 때마다 늘 생각난다.

 

4대 째 천주교 집안에서 자란 나는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는 가장 큰 축일이었다.

한 달 전부터 성가와 성극을 연습하였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렸다.

가난한 소작농의 집안이었으므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하여도 학용품이나

운동화, 장갑, 양말 등이 기껏이었지만 밤 늦게 까지 잠을 설쳐가며 기다렸다.

 

성탄 전야미사가 시작되기 까지 우리는 조개탄 난로가 활활 타는 강당의

무대에서 성극을 하고 게임도 하고 캐럴을 노래하면서 자정미사를 기다렸다.

미사가 끝나고 어두운 밤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전혀 춥지 않았다.

자고 일어나면 내 머리맡에 놓인 선물이 무엇일까 상상하며 즐거웠다. 

 

그 어린 시절의 추억 때문인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나는 늘 마음이 설레였다.

학창시절에는 밤잠을 줄여가며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었고 선물을 준비하였다.

한 달 전부터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으며 성탄준비를 하면 마음이 참 따뜻했다.

성인이 된 후에도 나는 여전히 크리스마스를 기다렸고 이벤트를 준비하였다.

 

올해는 코로나의 확산으로 라디오에서 크리스마스 캐럴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이제는 더 이상 이벤트도 준비하지 않았는데도 은근히 선물은 기대하였다.

신체적으로는 할미가 되었지만, 마음은 늘 소녀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마산에 있는 손자들의 선물을 보내면서, 아들에게 케잌 선물을 보내라고 하였다.

 

크리스마스 선물의 유래는 동방박사들이 별빛의 인도에 따라 예수 탄생을

경배하러 갈 적에 가져간 황금과 유황과 몰약에서 부터 시작하였다고 한다.

지난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성탄미사도 못 드렸는데,

오늘 밤은 딸과 함께 성탄 전야 미사를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춥고 황량한 베틀레헴의 마굿간에서 탄생한 아기 예수님을 생각하며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가 되어야 하는데 올해도 마음뿐이었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

 

오늘 아침 미사에서 찍은 우리 성당의 제대.

 

제대앞의 아기천사들.

아기천사들 얼굴은 우리 성당 주일학교 어린이들 얼굴.

 

 

성당 앞의 구유장식.

 

구유의 아기 예수님은 비어있었다.

아마도 오늘 밤에  모실 모양이다.

 

 

내가 만든 크로스백. 며느리와 딸에게 줄 선물.

 

 

아들이 보내준 크리스마스 케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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