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대상포진 투병기 10

푸른비3 2021. 5. 31. 13:32

2021. 5. 31. 월.  밤에 비 내리고 아침에 갬.

 

번쩍 번쩍 어둠속의 섬광에 눈을 떴다.

창밖에 비가 심하게 내리고 번개와 천둥 소리로 요란스러웠다.

아직 장마철도 아닌데....올해는 정말 극심한 기후 변화를 실감한다.

전에는 번개와 천둥소리가 무서웠는데 이제는 조금 무딘 진 것 같다.

날카로운 섬광을 등뒤로 느끼면서 묵주 기도를 드리며 다시 잠을 청했다.

 

잠깐.....어제 저녁 약을 먹었던가?  확인해 보니 깜박 잊고 있었다.

늦게나마 약을 챙겨먹고 누웠더니 진통제 약효가 떨어졌는지 등이 아프다.

반듯이 누우면 등이 더 쓰린 듯 하여 옆으로 모로 누우니 더 힘들었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똑 바로 천장을 보고 누워서 진통을 진하게 느꼈다.

돌아서면 금방 월요일이 코 앞에 다가왔는데 아프니 일주일이 길게 여겨졌다.

 

전에 건대입구역 앞에서 동부여성센타에서 파견나와 시니어 일자리 신청을 받는 곳이 있었다.

나이 많아도 가능하다고 하여 이력서를 제출하였더니 인터뷰 면담을 오라고 하였다.

오늘 11시가 면담 예약 일인데 취소하고 싶지 않아 시간에 맞춰 찾아 갔다.

그동안 광진구에 등록하여 이런 저런 봉사 활동을 하였는데 이번에는 돈을 벌고 싶었다.

젊은 시절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였던 경험으로 노인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싶었다.

면담을 온 사람은 나를 포함하여 3명인데 모두 나보다 젊고 의욕도 가득해 보였다.

 

배당된 일은 내가 원하였던 일은 아니었지만 나도 할 수 있는 일이었고 해 보고 싶었다.

면담 결과 오후 1시부터 5까지 일주일에 3일을 출근해야 한다고 하였다.

내가 지금 배우고 있는 모든 수업이 오후이므로 오전에 가능한지 물었더니,

요즘 코로나로 노인 복지관의 문을 오후 1시부터 연다고 하였다.

생각해보니 내게는 돈을 버는 것보다 내 시간이 더 소중한 것 같아 취소하였다.

무엇이든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것은 포기해야 하므로 일자리를 포기하기로 하였다.

 

아무런 성과없이 집으로 돌아오니 나는 사회적으로 쓸모없는 사람인 듯 하여 조금 우울하였다.

아들에게 오늘 노인 일자리 면담 보았던 내용을 카톡으로 보냈더니 건강부터 챙기라고 하였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돌아올 딸의 점심을 준비하면서 그래도 밥상을 차려 줄 수 있음에 감사했다.

딸에게 부탁하여 연고도 바르면서 수없이 물었던 "오늘은 좀 어때?"  하고 물었더니,

"어제 보다 훨씬 좋아졌어요. 이제 곧 다 나은 듯 해요."

나를 위로하기 위한 대답인 줄 알면서도 그 대답을 들으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

그래도 여전히 손길이 닿으면 아프다.  정말 언제 다 나으려나?....

 

 

 

 

아파트 화단의 함초롱한 초롱꽃 

 

딱지가 앉기 시작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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