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월룡은 근현대 한반도의 미술 지형을 넓히고, 50년대 북한 문화계까지 아우르는 예외적 인물이다. 1953년 소·조(蘇朝) 문화 교류의 일환으로 소련이 북한에 파견한 고려인 화가가 변월룡이었다.
평양미술대학 학장 겸 고문으로 추대돼 러시아 리얼리즘 미술을 전수하는 중책을 맡았다.
15개월 남짓 평양에 머무르는 동안 그는 제2의 고국 러시아에서 배운 사회주의 초상화 기법을 북한 미술가들에게 알려주고, 동양화과를 개설하는 등 미술교육 커리큘럼을 마련했다.
문학수, 김주경, 정관철 등 북한 미술계를 이끌던 화가들이 그에게 깊은 영향을 받았고, 무용가 최승희, 화가 근원 김용준과 배운성, 소설가 홍명희 등 월북 문화 인사들과 교류하며 그들을 화폭에 담았다.
그러나 그는 북한 당국으로부터 버림받았다. 1954년 급성 이질로 사경을 헤맬 무렵 북한 당국이 귀화 요청을 했지만 러시아인 부인이 만류하면서 거절한 게 괘씸죄로 걸렸다. 북한 미술계가 주체 미술로 급선회하며 그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려는 의도도 있었다.
상트페레르부르크 레핀 예술아카데미 교수를 역임해, 화가이자 교육자로 일생을 보낸 고려인이다. 그의 삶과 예술은 일제강점, 분단, 전쟁, 이념대립이 이어진 한국 근현대사뿐 아니라 공산주의 혁명과 제1차ㆍ제2차 세계대전, 전체주의, 냉전, 개혁과 개방을 겪은 러시아의 근현대사를 모두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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