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방

백년의 신화: 한국근대미술 거장전 -변월용 (덕수궁 미술관)

푸른비3 2016. 3. 12. 20:12

2016.3.9. 수.


호주에서 겨울을 보내고 온 친구와 꽃샘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지난 수요일 아침 덕수궁 정문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덕수궁은 도심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으면서도 대한문 문지방만 넘으면,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 한 느낌이 주는 곳이라 자주 찾는다.


정문앞에 이른 시각이 오전 11시였고 추위 때문인지

덕수궁안은 거의 인적이 드문 고요한 아침의 정원같았다.

고즈넉한 궁궐안을 한바퀴 돌고 나온 쌀쌀한 바람이

얼굴을 할퀴었지만 그속에는 분명 봄의 기운이 들어 있었다.


신문과 뉴스를 거의 보지않는 나는 지금 덕수궁 미술관에서

무슨 전시회를 하는지도 몰랐고 궁궐안에  나부끼는 리플랫을 보면서

오늘은 어느 러시아의 화가 전시회를 하는 모양이라고 짐작하였다.

미술전시회를 함께 즐길수 있는 궁궐이라 더욱 즐겨 찾는 궁궐이다.



궁궐안의 청정한 소나무들을 나는 좋아한다.


ㄹ리플랫을 건성으로 보면서 어느 러시아 화가의 전시회인가....짐작.


새로 단장한 석조전.


석조전의 부설 건물로 지은 미술관.


미술관의 입구에 걸린 대형 현수막.

한국근대거장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면서 '백년의 신화'라는 제목으로

이중섭(1916~56). 유영국(1916~2002). 변월용(1916~90) 3인의 전시를

기획하여 그 첫번째로 변월용의 삶과 예술을 소개한다고 하였다.


입구에 세워진 이 리플랫을 보고서야 변월용이라는 화가의 전시회라는 것을 알았다.

변월용?....누구지....처음 듣는 이름인데?....

변월용은 연해주에서 태어나 러시아 생테베르ㄱ크에서 미술교육을 받고

그곳에서 화가이자 교육자로 일생을 보낸 고려인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1전시장 . 레닌그라드 파노라마.



러시아 이름은 뺀 봘렌.





남자의 얼굴.


모내기 그림을 그리기 위한 스케치.













2전시장 영혼을 담은 초상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초상.








아내와 아들의 초상.




ㅇ어머니의 초상화

빛의 반사로 제대로 나오지 않아 안타깝다.

.

어머니 초상화 아래에 어머니...라고 한글로 적었다.





3전시실 평양기행.

























평양 대동문.




4전시장  디아스포라의 풍경.


화가의 화구.


































변월용의 전시는 개대하지 않은 사람을 우연히 길에서 만난 기분이었다.

우연히 만난 사람이지만 나에게 커다란 충격과 감동을 준 화가.

러시아에서 살고 활동한 화가이니 한국의 근대화가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1953년 7월 소련 문화성의 명령에 따라 북한에 파견되어 평양미술 대학을 재건하였다.


전시장에 마련된 영상실에서 그의 생애에 대한 영상을 보면서

그의 살아 생전의 모습을 보았으며 북한의 화가들이

러시아로 돌아간 그를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북한의 귀화 권유를 거절함으로써 두번 다시 북한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15개월 동안 북한에 머무르면서 북한의 예술가들과 활발히 교류하면서,

해방 이후 우리에게 오랫동안 잊혀진 북한의 산천 풍경과 북한 주민들의

소박한 삶을 생동감있게 표현하여 분단된 반쪽의 한국 현대 미술사에

귀한 연결고리를 제공한 화가였기에 한국 근대미술전에 포함한다고 설명하였다.


4개의 전시실을 돌아보면서 그의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었고,

천재적인 재능과 함께 얼마나 많은 뎃생과 밑그림을 그렸는지 알 수 있었다.

비록 러시아 국민으로 그곳에 정착하면서 살고 있었지만

그는 항상 한국인임을 잊지 않았고 평생을 조국을 그리워 하면서 살았다.


러시아 리얼리즘의 초상화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초상화도 좋았지만,

평양의 대동강과 모란봉 등 산천을 그린 그림과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담은 농사짓는 모습과 나들이하는 모습 등의

그림이 퍽 색채가 밝고 아름다워 발길 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림을 하지 않는 친구와 함께 전시장을 찾았기에

혹시 친구가 지루해 하지 않을까 하고 마음이 쓰였다.

다음에 시간을 내서 다시 한번 더 찾아 오리라 마음먹고 전시장을 나서니

석조전 앞의 중화전과 잎이 다 떨어진 등나무 아래 벤치가 눈부셨다.




전시장앞에서 친구와 기념사진.


맑은 겨울 햇살에 눈부신 분수.


석조전.


석조전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