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방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전시회를 보고

푸른비3 2013. 7. 18. 04:24

길이 4미터나 되는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        *        *      *

 2013.7.16.화.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전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다는

정보를 얻고는 장마비가 연일 계속되는 지난 화요일 전시장을 찾았다.

고흐와 고갱은 한국인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후기 인상파 화가이다.

미술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도 고갱과 고흐에게 얽혀진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고갱의 독설에 격분한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잘라버리고 결별하였다는 전설같은 이야기.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서양의 화가를 꼽으라면 아마도 고흐와 고갱이 아닐까?

특히 고흐의 풍부한 색채와그 거칠고 두터한 붓터치를 좋아하였기에

한국에서 개최되는 고흐의 전시회는 빠지지 않고 관람하였는데

고갱전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퍽 기대를 하고 갔다.

 

비가 그쳤는가 하면 어느새 다시 비가 흩뿌려 마음을 흐트려 놓는 오후.

나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그 덕수궁 돌담길을  올라갔다.

서울의 심장이면서도 이런 호젓한 공간이 있나 싶으리만치 초록이 무성하다.

길거리에 나부끼는 고갱 전시를 알리는 베너가 내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직장인을 위한 6시 이후부터는 할인 행사도 하고 있었다.

내가 도착한 시간이 5시 15분. 마침 김구림전을 하고 있어

그곳에서 시간을 보낼까 하는 마음에서 전시장을 한바퀴 둘려 보았지만

아직 20분을 더 기다려야 하여, 망설이다  거금 13000원 티켓을 샀다.

 

이번 전시회를 위하여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뉴욕의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 등

세계 각지의 미술관에서 대여해 왔고, 어마어마한 보험을 든 전시회이니

그 정도의 댓가는 치루고 보아야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4미터나 되는 <우리는 어디서....>,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황색 그리스도> <설교 후의 환상> 같은 그림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황색 그리스도 앞에서 나는 왜 이 그림이 유명한가?.....생각해 보았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몸은 온통 노란빛이었다.

팔을 늘여뜨리고 오른쪽으로 약간 고개를 숙인 예수의 모습은

그다지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은 아니고 오히려 발아래 앉아 있는

세여인을 측은하고 자애로운 눈으로 내려다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브르타뉴 전통 의상을 입고 하얀 머리쓰개를 쓰고 있는 세 여인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고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주변의 나즈막한 산과 들판도 모두 노랑과 주황빛으로 물들여 있었다.

성경속의 그 골고타 언덕에서 처형되는 예수의 십자가와는 너무나 다른 표현.

애통함이나 비참함과는 다른 오히려 마음이

아늑하고 따스하게 위안을 받는 그림이었다.

 

작가의 메세지나 의도와 다를지는 모르지만,

전시된 작품은 보는이의 마음에 딸렸다고 평소에 생각하는 편이다.

 

가장 많은 관람객이 서 있는 폭 4미터가 되는 대작,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이 철학적인 타이틀이 우측 상단에  적혀있는 그림앞에서도

나는 그림속의 인물 하나 하나를 세심하게 들여다 보았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 현상을 그렸던 그 시대의 그림들 속에

생각하는 부분을 최초로 그렸다는 점에서 그의 천재성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자살을 시도하였으나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자살을 연기하엿다는 그림이었다.

 

한 가운데에는 마치 에덴 동산의 사과를 따는 듯한 포즈의 사람이 우둑 서있고

마치 부처상을 연상시키는 하얀 신상이 양파릉 벌리고 서 있었다.

우측 하단에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노파의 모습.

좌측 하단에는 갓 태어난 아기를 바라보는 세명의 여인,

그 뒤로 붉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이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모습.

 

배경의 색조는 청색과 녹색이었고 양 모서리는 밝은 노랑이었다.

그래....인간의 원초적인 질문.

우리는 어디서 왓고 어디로 가는가?

내가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각자 다르겠지만,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삶의 근원을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그림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덕수궁 돌담깅에 펄럭이는 고갱전 베너.

 

시청사안은 초록의 세상이다.

 

배롱나무, 사과나무, 자귀나무....다양한 수종들.

 

길게 붙은 프랭카드.

 

 

많은 관람객들.

 

미술관 정면.

 

 

 

 

 

인증사진.


 

아래의 그림이 황색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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