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방

20세기 라틴 아메리카 거장전

푸른비3 2008. 8. 3. 07:01

20세기 라틴 아메리카 거장전

2008.7.26-11.9

덕수궁 미술관.

 

살롱풍 미술에 반대하여 자신들의 조형언어를 찾아 나선 20세기

라틴 아메리카 16개국, 84명 작가의 모더니즘 작품, 120여점을 전시.

 

서울 시립 미술관을 찾아가는 길에 나부끼는 미술 전시 안내 프랑카드.

내가 좋아하는 라틴의 색채를 만나고 싶어

아픈 다리를 질질 끌다시피 하여 찾아간 덕수궁 미술관.

 

덕수궁 입장하면서 검표하는 직원에게 혹시 슬리퍼같은 것

좀 빌릴 수 없느냐고 물어볼 정도로 아침부터 무리를 하였다.

 

굽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정장 구두여서 마음놓고

걷기에는 불편한 신발을 신고 창덕궁을 한시간 반이나 걷고

또 시립미술관을 관람하느라 계속 서 있었으니

내 발에 무리가 갈 만도 하였다.

 

언젠가 반드시 찾아가고픈 곳 남미의 화가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을 떨칠 수 없어 찾아갔는데

신기하게도 그림을 보는 순간은 전혀 발이 아프지 않았다.

이게 바로 미술의 치유효과인가?ㅎㅎ

 

디에고 리베라, 프리다, 보테로,람, 솔라르, 에차우렌....

많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있었지만

내가 아는 화가는 단 3명 뿐.

얼마전 자서전을 읽은 프리다 칼로와 그녀의 남편 디에고 리베라.

비만한 여인의 뒷모습을 그려 유명한 페르난도 보테로.

 

이번 전시장에는 가장 보고 싶었던 프리다의 그림이

너무 작은 작품만 전시되어 있어 실망하였다.

 

대신 디에고의 작품이 여러점 전시되어 있었고,

무엇보다도 볼테르의 그 풍만한 엉덩이를 드러내놓고

서있는 비너스의 뒷모습을 볼 수 있어 즐거웠다.

 

빨간 메니큐어칠이 된손톱을 가진  비대한 여인이

팔을 등뒤로 돌려 브레지어를 착용하는 장면을 그린

그 그림앞에서 나는 웃음을 실실 날렸다.

 

전에 화집에서 본 <화실>의 모델과 같은 여인이었다.

그 <화실>그림속에서 화가 볼테르는 너무나 아기같은

순진하고 둥근 얼굴로 모델을 그리고 있었는데

이번 그림에서는 화가 자신의 모습을 침대에서 잠자고 있는

모습으로 작품속에 또 그려넣어서

그의 유모어와 익살을 느끼게 해 주었다.

 

가장 내 마음에 오래동안 남는 작품은

프란시스 고이티아의 <노인>

 

황량한 쓰레기 더미위에 왼손에 지팡이를 잡고

덜썩 주저앉아 있는 수염이 허연 노인의 모습.

해는 저물어가는데 고단한 육신 놓일곳도 없는 모습.

아마도 배도 고플 것 같은 그 노인의 눈빛이

어찌나 쓸쓸한지....

돌아서는 내 마음속 깊이 외로움이 밀려드는 듯 했다.

 

 

 석조전.

 

이 분수를 바라보며 등나무 그늘에 앉아 데이트 하는 커플이 많았다.

그 중에 나이 지긋한 커플이 한쌍 있었는데 내가 한시간 넘도록 그림을 보고 나왔을 적에도

여전히 서로 나란히 붙어 앉아 있어서 요즘 하는 주말 드라머

<엄마가 뿔났다>의  8순 노인의 사랑이 생각나 또 키득 웃음이 나왔다.

몸은 늙지만 사랑의 감정은 영원히 늙지 않는 모양이다. 

 덕수궁 미술관. 왼쪽의 그림이 디에고 리베라의 <피놀레 파는 여인>

 

 오른쪽 그림의 작가와 작품명은 기억에 남지 않았지만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에세키엘의 <점심식사>

 

대형 프랭카드앞에서 사진 찍는 사람이 많았다.

 

 페르난도 볼테르의 <시인>

이 시인의 모습이 바로 화가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이 모습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고, 침대속에서 잠자고 있기도 하였다.

'그림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 동생집에 가져간 그림  (0) 2008.08.10
하렘의 여인들  (0) 2008.08.06
서울 시립 미술관 전시회장을 찾아서  (0) 2008.08.03
페르시아전  (0) 2008.08.02
김중만사진전  (0) 2008.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