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방

신록예찬(진주 수목원에서)

푸른비3 2008. 5. 25. 04:39

 

신록예찬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신록은

우리의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듯하다.

신록을 대하고 있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모든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 낸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모든 티끌―

나의 모든 욕망(欲望)과 굴욕(屈辱)과 고통(苦痛)과 곤란(困難)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다음 순간,

볕과 바람과 하늘과 풀이 그의 기쁨과 노래를 가지고

나의 빈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고이고이 들어앉는다.

 

가장 연한 것에서 가장 짙은 것에 이르기까지 나는 모든 초록을 사랑한다.

그러나 초록에도 짧으나마 일생이 있다.

봄바람을 타고 새 움과 어린 잎이 돋아 나올 때를 신록의 유년이라 한다면,

삼복염천 아래 울창한 잎으로 그늘을 짓는 때를 그의 장년 내지 노년이라 하겠다.

 

유년에는 유년의 아름다움이 있고,

장년에는 장년의 아름다움이 있어 취사하고 선택할 여지가 없지마는,

신록에 있어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역시 이즈음과 같은 그의 청춘시대
어두움  가운데 숨어 있던 잎의 하나하나가 모두 형태를 갖추어 완전한 잎이 되는 동시에,

처음 태양의 세례를 받아 청신하고 발랄한 담록(淡綠)을 띠는 시절이라 하겠다

(펀글)-이양하의 신록예찬에서

 

       *          *         *

고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신록예찬

해마다 이맘때면 입술에서 뱅뱅도는 이 귀절,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지금이 바로 그 신록의 계절이다.

남아프리카 여행을 떠나기 며칠전

신록의 아름다움에 젖어보고 싶어

비오는 날 가까운 수목원을 찾아갔다.

 

 초록빛 잎사이로 귀여운 얼굴을 조로록 매달고 있는 금낭화.

 

 머리를 단정히 손질한 소녀의 얼굴같은 금낭화.

 

보고 싶었던 하얀 조팝나무.

 

 조팝나무의 자잘한 꽃잎을 원도 없이 실컷 볼 수 있었다.

 

내리는 비로 길위에 수북히 떨어진 조팝나무 꽃잎.

 

 누렇게 변색되어곧 떨어지겠구나.

 

 하얀 꽃송이의 잔치에 내가 초대되었구나.

 

 조팝나무 꽃사이를 몇번이나 쏘다녀도 실증나지 않어라.

이럴때는 어느 누구보다 내가 가장 행복한 사람.

 

꽃잎을 간지럽히던 빗방울도 그치고....

 

 신록의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한 아이들도 신록처럼 예쁘다.

 

 

 방금 눈을 드고 나온듯한 신록.

 

 마냥 행복하여 나도 어린 아이처럼 웃음을 달고 다녔다.

 

 또다시 나타난 조팝나무.

 

 나를 하얀 꽃들의 잔치에 초대해 주었구나.

 

 자연은 이맘때 가장 아름다운 빛깔로 봄을 맞이하는구나.

 

분홍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나오고 싶지 않았다.

 

 연못가에는 철늦은 개나리도.

 

 물속에 거꾸로 담긴 나무도 아름다워라.

  

 실제의 모습보다 물빛에 반사된 모습이 더 아름다운 까닭은

우리에게 어떤 꿈과 환상을 갖게 하기에 그런 것일까?

 

 고개숙인 할미꽃.

할미꽃은 하얀털속에 빨간 비로드천을  두르고 있는 듯하다.

 

 명상에 잠겨 산책하고 싶은 이 길.

 

내린비로 더욱 청초한 모습.

 

 

 

 

 

 

 

선생님을 따라 수생식물 생태 공부를 하러 나왔을까?

 

내가 내민 사진기를 보자 금방 포즈를 취하는 아이.

부끄러워 카메라를 피하던 우리시대와는 확연히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밝은 아이들.

 

 연록색의 새 순들.

 

 갓 태어난 아기의 볼같을까?

이 세상에 이토록 부드러운 촉감이 또 있을까?

 

남몰래 살짝 입술을 갖다 대 보았던 새순,

그 연하고 촉촉하고 보드라운 촉감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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