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눈덮힌 치악산

푸른비3 2006. 1. 9. 12:08

일요일 경남 산사랑 산악회에서 원주 치악산 산행을

한다는 메세지가 왔다.

올 겨울 들어 한번도 눈덮힌 풍경을 보지 못하여

등산은 자신 없으면서 그냥 눈이나 실컷 보고 와야지~

하는 생각으로 신청을 하였다.

 

월동 등산 장비도 전무한 상태라 눈길위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새로 아이젠만 구비하고 두툼한 파커와

솜을 넣어 누빈  낚시용 바지를 입고 새벽 일찍 약속된

장소로 갔다.

혼자 집에 있는걸 내심 싫어하면서도 남편은 막상 내가

집은 나설려고 하니 승용차로 바래다 주었다.

(남편은 일요일 집에서 낮잠 즐기는 것이 유일한 취미)

 

4시간을 달려 치악산 구룡사밑 주차장에서 하차하였다.

생각보다 적설량이 작아 보여 내심 욕심이 생겼다.

 

모두 완벽하게 등산차림을 하였는데,

친구가 그냥 갈 수 있는 데 까지만 따라 가 보자고 하였다.

주변에 온천이라도 있으면 눈구경 다음에 책이라도 읽으면서

일행이 내려올때까지 구룡사에서 머물 생각으로 점심도 준비하지

않았는데, 일행들이 여기까지 왔으면서

그냥 갈것이냐고 부추겨 용감하게 따라 올랐다.

 

다행히 바람도 한점없고 햇살도 두터워 생각만큼 춥지도 않았다.

얼마 걷지 않아 등에서 땅이 나기 시작하여 방한복을  베낭에

넣고 걸어야 했다.

 

후미를 맡은 산행 대장님이 나 때문에 빨리 가지도 못하고

계속 우리 뒤에서 보호해 주셨다.

미안한 마음에 천천히 갈 수 있는 만큼만 오를테니 먼저 가시라고

하여도 그럴 수 없다고 하면서 챙겨 주셨다.

 

이분은 선행대장을 맡을때는 그냥 재빨리 앞서 가면 되지만

나같은 느린 일행이 있을때면 정말 속이 터질 것이다.

친절에 고마움을 느끼며 몇번이나 포기할까? 하다가

비료봉까지 다 올라 갈 수 있었다.

 

일행은 우리보다 1시간 전에 정상에 도착하였고, 계속 무전기로

어디쯤 왔느냐고 확인을 해 주었다.

우리가 점심먹을 장소에 도착하였을적에 벌써 식사를 마치고

하산 준비를 하고 있었다.

 

후미대장님이 가져온 도시락 한개를 나누어먹고 잠시의 휴식도 없이

또다시 하산을 서둘려야 했다.

겨울해는 짧아 3시 이전에 하산을 서둘려야만 한다고 하였다.

 

세렴폭포에서 옥처럼 생긴 빙폭을 보며 감탄을 쏟아놓고

어린 아이들처럼 미끄럼을 타면서 깔갈 웃기도 하였다.

가보고 싶었던 구룡사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절아래에서 부처님께 합장만 하고 돌아서야 했다.

우리 때문에 1시간이나 기다린 일행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기에.

 

먼저 내려온 일행들은 그 사이에 따뜻한 오뎅국을 끓여 놓고

우리에게 조심해서 내려오라는 전갈을 보내왔다.

주차장 까지의 거리도 어찌나 멀게만 느껴지는지...

주차장 가까이에 다 내려와서 아이젠을 벗고 방심하며

버스로 향하는 순간 미끈~하면서 미끌어져 버렸다.

다 내려와서 미끌어지다니...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손목과 엉덩이가 아팠지만 아프다는 소리도 못하고

따뜻한 오뎅국으로 언몸과 마음을 녹였다.

하늘에는 어느새 반달이 떠 올라 우리를 환하게 감싸 주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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