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아라는 춘천 라데나 리조트에서 워크샆을 하였다.
피아노과 선 후배학생들로 이루어진 피아노 워크샆이었다.
단합대회를 겸한 야유회를 하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4월 15일부터 18일까지 3박 4일의 제법 긴 기간이었다.
워크샆 떠나기 전 며칠전부터 슬슬 걱정이 되었다.
아라의 안전에 대한 걱정보다 아라없이 내가 잘 지낼수 있을까?
하는 철없는 엄마의 걱정이었다.
낮에는 혼자 지내는 시간이 힘들지 않지만
집을 떠난 가족들이 보금자리를 찾아 집으로 돌아오는,
어둠이 덮히는 시간이 되면 괜스레 마음이 어수선해진다.
저녁을 혼자 먹는 것도, 창밖의 건너편 불빛을 바라보는 것도 서글프다.
어쩐지 아라가 있는것만 같아 자꾸만 아라의 방으로 눈길이 간다.
든사람은 몰라도 난사람은 안다는 말을 실감한다.
서울로 이사오면서 방이 좁다는 이유로 아라의 침대를 없애버렸다.
단 둘이 사는 집이니 큰방에서 같은 침대에서 자기로 합의하였다.
잠을 자다가 문득 잠이 깨여도 곁에 따듯한 아라의 체온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사실 아라는 한창 사춘기 시절이라 혼자서 자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일부러 모른척 하였다.
아라도 그런 내 마음을 알기에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나는 아침형이라 일찍 잠드는 편이고, 아라는 올빼미족이니
자신의 방에서 늦도록 공부도 하고 음악도 듣다가 잠이오면
엄마의 방으로 들어오니 사실 같이 나란히 눕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3일동안 나 혼자서 자야할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 되었다.
엄마 이모집에 가서 자든지, 희재아줌마친구를 오라고 해서
같이 자라고 내 걱정을 해 주는 것 보니 누가 엄마인지 모르겠다.
워크샆 첫날은 아라가 리스트의 피아노 콘체르트를 연주하는 날이었다.
오후에 실수없이 잘하게 해달라는 기도해줘요 하는 카톡을 보내왔다.
연주하는 모습 보고싶으니 연주하는 사진 보내달라고 하여도 기척이 없다.
내가 잠든 늦은 시간에야 .....오늘 일정 다 끝났어요.
잘 주무시고....
사랑해요^^ 하트모양을 보내왔는데 자느랴고 대답을 못하였다.
다음날 일찍 아라가 있는 것 같아 자꾸만 방안을 기웃거린다.
하는 문자를 보냈더니.....ㅋㅋㅋㅋ 보고싶군요.
잘 주무셨나여.....살랑해여.....닭살 문자를 보내왔다.
오후 늦게야 여객선 침몰 사고를 접하고 가슴이 철렁하였다.
수학여행 떠난 학생들의 조난 소식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먼저 아라에게 전화부터하였으니 이게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인가?
엄마 그 아이들 정말 불쌍해요.
그래. 너도 부디 조심하고 그 아이들 빨리 구조하기를 기도해라.
네. 엄마도 조심하세요. 사랑해요.
하는 전화선을 타고 학생들의 피아노 연습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라는 집에서보다 이곳에서의 일정이 더 빡빡하고 힘들다고 하였다.
눈뜨면 곧 피아노 연습을 해야하고 레슨을 받아야하고,
밤에는 연주회 참석하고 늦도록 서로의 연주에 대한 멘트를 한다고 하였다.
일정이 다 끝난 날 아침 집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전에는 한번도 하지 않았던 마중을 나가겠다고 하였다.
내가 그러고 싶으니 거절하지 마라고 하면서.....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아라를 멀리서부터 알아보고 가슴이 뛰었다.
길가의 철쭉은 4월의 맑은 햇살아래 선명한 색상이 눈부시고
신록들은 싱그러운데 침몰한 아이들을 생각하니마음이 무거웠다.
그들도 꼭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기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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