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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얌초윰초의 푸른 빛

푸른비3 2007. 11. 23. 06:19

 

 

 

 

 

 

(사진:박 도영)

 

 

 

그 여름,  풀 포기 하나 보듬을 여지조차  지니지 못할 만큼, 혹독한 가뭄에 타서 쩌걱쩌걱 갈라져 메마른 먼지만 삭막하게 날릴 뿐이었던 내면을 안고 갔던 곳.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레임 대신, 우연히 주어진 상황, 흘러가는대로, 아무 의지없이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세워진 사람모양 희미하게 떠났던 길.
 
바퀴가 헛돌던 랜드크루저 한 대는 기어이 중간에 퍼져 버리고,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를 황토빛 먼지 바람 사이로 달려가던 길.
거꾸로 쏟아질 것 같은 급경사를 용케 기어오르는 양떼들과 야크 무리,최소한의 것들만 지닌 그 사람들을 스쳐서 해발 4800m의 캄바라 고개를 넘어 카말라산에서 얌쵸윰초호수를 보았을 때...

도저히 적셔질 것 같지 않던 내 내면에  떨어진 한 방울 물은 무엇이었을까.

 

누구든 혼자서 온전한 섬이 될 수는 없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니 흙 한 덩이가 바다에 씻겨가도 그 대륙은 줄어들고 모래톱이 그리되어도 마찬가지....
그러니 종이 울리거든 누구를 위하여  울리는지 묻지 마라, 그 종은 너를 위하여서도 운다. ......
열 몇살 때 멋모르고 외우고 다녔던 존 던의 낡은 싯귀...

어쩌면 가느다랗지만 튼튼하고 힘센 끈 하나가  대지와 이 깊고 푸른 물과 내 몸의 한 부분을  잇고 있는 것 같은 눈물겨운 느낌. 안정감.

 

... 괜찮아....  괜찮아....아름답지 못해도 괜찮아....휼륭하지 못해도 괜찮아.... 엉망으로 긁히고 덧난 상처들로 보기 흉해도 괜찮아....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해...

 

갈색 또는 연두빛 봉우리들과, 이리저리 몰려 다니다가 금세 저만치 달아나는 흰 구름을 안고 있는 눈이 따갑게 투명하고 새파란 하늘과, 깊이를 짐작할 수 없게 짙은 터키블루를 토해내는 얌쵸윰초호수 앞에서, 나는 종소리 대신 이런 말을 들었을까.

 

 

 

얌쵸윰초의 물줄기를 따라 돌던 카롤라 고개길, 해발 7191m, 머리 꼭대기부터 어깨 지나서까지 눈을 쓰고 있던 설산 노진캉상이 저만치 앞에 보였을 때, 맑은 하늘에서 내가 속한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투명한 얼음덩어리 ,우박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혹시 음악을 올리지 못하게 되어 있는 게시판이면 이 음악은 지우겠습니다.

가브리엘 포레의 '꿈을 꾼 후에'...이 음악을 들으면 그 때 생각이 나곤 합니다.)

출처 : 두이노의 비가
글쓴이 : 반더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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