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었던 겨울동안
차디찬 산속 바람에서도 나무들은
끊임없이 물과 영양분을 흡수하여
새로운 생명을 속으로 잉태하고 있었나 보다.
이렇게 때가 되니
노오란 꽃송이를 죽은 듯한
나뭇가지 사이에 피워내고 있는구나.
우리가 산동 마을에 도착하였을적에,
마을은,따스한 햇볕 이불덮고
온통 노랗게 졸고 있는 듯 하였다.
따스한 햇볕속에 졸고 있는 듯한 풍경.
스케치 대회장.
10시부터 행사를 시작하여
일찍 도착한 우리는 따스한 차를 마시며 기다려야 했다.
마을 아낙이 산수유 열매와 나물 종류를 팔고 있었다.
어떤 구도를 잡을까?
행사일마다 비바람 몹시 불어
걱정하였는데 오늘은 다행히 날씨가 좋다.
졸졸 개울물 흐르는 소리.
올해는 꽃이 일찍 개화하여 벌써 지고 있는듯.
하늘에는 하얀 구름 느릿느릿 흐르고.
산수유 곷그늘 아래를 흐르는 시냇물.
이끼덮힌 돌도 그리고 싶고.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싶어하는 구도.
소달구지 끌고 가는 모습이 정겹다.
만개한 산수유.
개구장이 아이들.
저마다 자리를 잡고 스케치 준비에 여념이 없다.
구경나온 사람들.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나.
봄꽃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파르르 떨리는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광주 회원인 척묵 선생님.
창원 회원인 창원 대학교 국문과 교수님.
올해 대상을 받은 창원회원강범모 선생님.
노오란 산수유와 파아란 보리밭을 그리고 싶었는데....
여수에서 행사에 참여한 노래로 봉사하는 청년들의 하모니카 연주.
피어난 산수유 꽃들도 귀를 기울이는 듯한.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를 선사하는 젊은이들.
오른쪽의 청년이 내가 좋아하는 암연을 부를적에 난 붓을 놓고.
또 다른 여자분의 슬픈 노래 소리에 내 마음도 젖어들었다.
창원회원들의 작품.
산동마을의 모습들.
창원회원들.
매화축제를 하고 있는 섬진강에도 어둠은 덮혀오고.
해마다 산수유가 필적에 열리는
산수유 스케치 대회에 참여하였다.
새벽 일찍 부산을 떨며
그림도구를 챙기는 나에게
이제 그림도 그리지마라 하고
남편의 짜증썩인 목소리를 뒤로 하고
집을 나섰다.
왜 아내가 좋아하는 일을 인정하고
도와주지 못하는 걸까?
약속장소로 향하는 내마음은 가볍지 않았다.
고속도로는 거의 비워있어 우리는
행사시작전에 도착하여
본부석에 마련된 따뜻한 차를 마시며
개회를 기다렸다.
일찍 나온 마을의 주민들이 파는
나물거리며 녹두와 콩종류를 사는
살림꾼들도 있었다.
각기 흩어져 자기가 그리고 싶은 장소에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앗다.
눈에 들어 오는 것 모두다 좋은 소재로 보였다.
항상 마음과는 달리 그림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나는 그냥 노란 색체만으로
채색하고 싶었다.
그냥 오늘은 편한 마음으로
불어오는 바람과
흐르는 물소리와
따스한 봄볕을 즐기고 싶었다.
밑그림을 그릴적에는
노란 색채가 마음에 들었는데
덧칠을 올릴수록
어떻게 해야할지 또 어려움을 겪는다.
12시에 행사장에서 제공하는 점심을 먹고
잎새주까지 한잔 입가심으로 마셨다.
창원에서 매화와 산수유를 사진찍으러 온
내 친구의 전화를 받고
이곳에 와서 함께 점심을 먹고 가라고 불렸다.
노래로 봉사하는
여수에서 온 젊은 노래 동아리들의 노래가
시작되자 내 마음은 벌써 그림을 떠나 버렸다.
내가 좋아하는 '암연'을 어쩌면 그렇게도 잘 부를까?
기타소리는 온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고 도는 듯.
하모니카소리는 또 왜 그리 애절하게 내 마음속을 파고 드는지....
나는 아예 붓을 놓고
노래소리에만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타타타...헬리곱터 소리에 하늘을 올려다 보니
나즈막히 내려와 마을을 빙빙돌며 취재를 하는듯.
팔을 휘저으며 올려다 본 하늘에는
흰구름이 느릿느릿 흐르고 있었다.
심사가 시작되는 동안
마을을 한바퀴 돌아 보았다.
돌담길을 돌아가니
창원 회원 한 사람은 아직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심사와는 상관없이
자기가 좋아서 그리는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어찌나 좋아 보이는지,,,,
우리 창원팀이 단체상과 대상을 받아
부뜻한 마음으로 차에 올랐다.
아침과는 달리
봄꽃을 즐기러 나온 차량들로
도로는 거의 막힌 상태였다.
광양의 매화축제
하동의 화개 장터를 지나는 느린 차안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눈을 든 순간,
내가 좋아하는 섬진강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나 편안하고 넉넉한 섬진강.
쉬임없이 흐르는 강물도 이제 어둠에
몸을 숨기고 있는 듯 하였다.
차창밖으로 보이는벚나무도
어느새 봉오리가 부풀어
곧 터질듯 하였다.
벚꽃이 툭툭 터지는 날 아침
다시 섬진강 너를 찾아 올 수 있을까?
꽃잎이 강물위에 하얗게 흐르는
십리벚꽃길을 찾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오늘 하루를 나에게 허락하신
하느님께 감사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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