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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문턱에 찾아간 부여 무량사

푸른비3 2025. 12. 12. 04:33

2025.12. 5. 금

 

가슴에 묻은 그리움처럼 항상 애잔한 모습으로 내 마음 속에 있었던 그곳.

無量寺를 늦가을의 흔적이 지워진 초겨울에 찾아갔다.

헤아릴 수 없다는 뜻의 無量寺는 부처님의 무한한 자비와 가르침이

한 해를 마감하는 나에게도 필요하리라.생각하였다.

 

오래 전, 아들을 논산 훈련소에 두고 떠나는 눈물이 가득한 내 눈에

들어온 무량사 가는 이정표.

"잠깐....저기 저 절에 잠깐 들렸다 가면 안될까요?"

평소에는 운행 중 계획하지 않은 곳을 들르고 싶다는 내 부탁을 

못 들은척 하였던  남편이 주차한 절 마당에는

어느새 길게 나무그림자가 드리운 시각이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곳이었는데 뜻밖에도 천년고찰 무량사였다.

짧은 가을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텅 빈 절마당에는 바람만 서성거렸다.

극락전 앞에 서 있는 오층석탑과 석등은 침묵 속에 기도하는 자세였다.

나도 석등 앞에 서서 두 손을 모우고 머리를 숙였다.

 

단청의 칠이 벗겨진 극란전은 오랜 세월의 숨은 이야기들은 간직하고

의연히 서 있었는데 국내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2층 구조의 지붕이었다.

신발을 벗고 옆문으로 안으로 들어가니 하나로 뚫린 공간이었다.

모든 중생을 제도하고 극락으로 이끈다는 아미타불을 모신 극락전.

 

나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등너머로 배운 삼배를 올리고

자애로운 미소의 아미타불 앞에 마음이 고요해질때 까지 앉아 있었다.

아미타삼존불의 온화한 손길이 내 마음을 부드럽게 다독여주며

"이제 그만 내려가라." 하는 것 같아 깊숙히  절을 드리고 내려왔다.

 

    *     *     *

차에서 내리니 첫눈의 잔설이 절 마당에 희끗희끗 남아 있었다.

만년을 누린다는 만수산무량사 일주문의 아래를 지나니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들과 부도전이 나즈막히 서있었다.

 

'부여 무량사에서 매월당의 지혜를 찾다' 프랭카드가 길가에

펄럭이고 있었다.

뒤늦게 알았는데 이곳은 세조 때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유학과 불교에 능통한 매월당 김시습이 은거한 곳이었다.

 

아침 햇살에 우뚝 서 있는 당간지주를 일별하고

천왕문으로 들어서니 눈 앞에 단아한 모습의 무량사가 눈에 들어왔다.

'아, 그래 바로 저 모습이었지....'반가운 마음에 걸음이 빨라졌다.

 

석등과 오층석탑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모습 그대로였다.

그 뒤로 2층 구조의 극락전은 지금 보수공사 중으로 녹색 그물망과

철제빔으로 둘러 쌓여 그때의 고즉넉한 모습이 아니어서 아쉬웠다.

 

20년의 시간이 흐른 후 내 모습이 허물어졌듯이

단청이 벗겨진 극락전도 풍상을 견뎌내느랴 힘들었을 것이다.

이제는 나 스스로도 거울 앞에 서기 부끄러운 내 모습과는 달리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극락전은 더욱 고색창연한 아름다움이었다.

 

극락전 앞으로 다가가니 마침 인부가 칠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처마 아래의 단청은 그대로 두고  새로 세운 기둥만 붉은 칠을 한다고 하였다.

부디 보수공사가 잘 마무리되어 오래동안 이 모습을 간직할 수 있기를.

 

극락전 안으로 초겨울 햇살이 깊숙히 들어왔다.

삼배를 올리고 마루에 앉아 삼존불을 올려다보니 그 크기가 대단하였다.

중생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아미타불과 자비를 상징하는 관음보살.

지혜를 상징하는 대세지보살을 거느린 삼존좌상이었다.

 

석가모니불. 아미타불.약사여래불. 비로자나불.미륵불 등 부처의 이름과 

관음보살. 문수보살.보현보살의 이름과 그가 상징하는 의미.

입상. 반가상. 좌상. 정병. 촉지인. 설법인. 전법륜인 등 수인과

특정한 의미를 나름 공부하여도 나는 금방 잊어버렸다.

그냥 불상 앞에 앉아만 있어도 마음이 고요해지는 것 같았다.

 

극락전을 나와서 주변의 명부전. 영산전. 원통전 앞을 한바퀴 돌고

매월당 김시습의 초상화가 모셔진 영정각 앞에서 합장을 하였다.

수양대군의 찬탈에 반대한 사육신의 시신을 거두고 평생을 방랑하였고,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소설 금오신화를 지은 그의 일생을 되새겨 보았다.

 

오층석탑. 석등. 극락전. 미륵불괘불탱화. 아미타여래삼존좌상 등

많은 보물과 문화재를 간직한 무량사는 통일 신라 문성왕 때 창건한

천년고찰이지만 임진왜란때 불타 조선 인조 1년(1623)에 중건된 무량사

설명판을 읽으니 제법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였다.

 

시든 국화가 열병식하듯 나란히 서있는 길 옆에 커다란 온수통이 있었다.

만수산 만수동의 탄수천의 물로 끓인 구절초 차라고 하였다.

국화향이 그윽한 뜨거운 차를 훌훌 마시며

부처님의 자비가 무량하는 것을 실천하는 정성에 고마운 생각을 하며,

의연히 세월을 견디며 서있는 무량사를 바라보며 절을 하고 내려왔다.

 


 

무량사 일주문.

 

부도전.

 

극락교를 건너.

 

극락교 아래의 작은 개천.

 

무량사 당간 지주. 고려 시대 초기.

 

천왕문.

 

천왕문 안에 모셔진 사천왕상.

 

극락전으로 이어진 국화 화분.

 

오래된 느티나무.

 

5층석탑과 석등. (신라 말. 고려 초.)

 

극락전은 보수공사 중

 

극락전을 조금 더 가까이.

 

관세음보살(좌). 대세지보살(우)을 모신 아미타여래 삼존 좌상

 

단청은 빛이 바래 고색창연.

단청은 색을 하지 않고 기둥만 주칠을 한다고 ...

 

우화궁.

 

영정각

 

김시습 초상화

 

원통전.

 

원통전 내부.

영산전.

 

영산전 앞의 석등

 

다시...극락전으로....

 

담장 너머로 감나무,

 

명부전.

 

명부전 안의 지장보살과 시왕상.

.

 

범종각.

 

입구에 놓인 구절초 꽃차.